'삼성 X파일' '떡값 검사' 명단 노회찬, 의원직 상실.. 강효상은?

검찰 공안부, 한미정상 통화 내용 공개한 강효상 수사 착수... 면책특권 어디까지

정현숙 | 입력 : 2019/05/28 [10:21]

민주당 "강효상의 정상대화 유출, 한미동맹 균열 노린 것 아닌가"

 

JTBC

 

주미 한국대사관 공사참사관 K 씨가 27일 외교부 청사에서 조사를 받았다. "통화 내용을 유출한 것은 잘못된 일이고 깊이 반성한다"며 잘못을 인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 알 권리라고 주장하며 반발하는 강효상 자한당 의원과는 사뭇 다른 태도다.

 

외교부 자체 조사와는 별도로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더불어민주당이 강 의원을 형법상 외교상 기밀 누설 및 탐지, 수집 등 혐의로 고발한 사건을 공안1부(부장검사 양중진)에 배당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고발장 등 관련 기록과 자료를 검토한 뒤 고발인 조사 등을 진행할 예정이다.

 

K 씨는 한·미 정상 간의 통화내용을 강 의원이 기자회견으로 밝힐 줄은 몰랐다며, 이를 항의하기 위해 강 의원에게 전화를 걸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특히 “국회의원에게 외교부 정책을 알리는 것도 업무라 생각해 일부 내용을 전달했지 어떤 의도를 가지고 한 것은 아니”라며 “강 의원이 이를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고 ‘굴욕외교’로 포장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했다.

 

유출된 통화 내용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과 관련해서 통화하면서 5월 25~28일까지 일본 방문 일정 직후에 방한을 요청하는 내용이었다.


강효상 의원은 이걸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서 "방한한다면 일본을 방문한 뒤 한국에 잠깐 돌아가는 길에 잠깐 들르는 거로 충분할 것 같다"는 등의 내용을 공개하면서 이런 내용이 '구걸 외교' '굴욕 외교'에 해당한다. 경색된 한미 관계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라며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그러나 "굴욕 외교, 구걸 외교"라며 공세를 퍼붓던 강효상 의원은 기밀 공개가 국가적인 파장으로 확산되면서 자신의 안위 문제가 걸리자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에 오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국도 방문해달라고 한 것이 “상식”이란 단어로 말을 바꾸어 버렸다.

 

앞서 자한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강 의원을 적극 엄호하면서 ‘외교기밀 유출’ 행위가 “이 정권의 굴욕 외교와 국민 선동의 실체를 일깨워 준 공익제보 성격이 강하다”고 주장했다.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자한당은 야당 탄압과 장관 사퇴로 맞서며 강효상 의원 구하기에 '올인'했다. 유출 외교부 직원에 대한 중징계 소식에 “애초 기밀이 아닌 내용을 두고 야당에 대한 공세에 나섰다. 탄압이다”라며 “무능 외교를 보여준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물러나야 한다”고 적반하장 주장을 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강 장관이 해야 할 일은 하지 않고 야당 죽이기에만 골몰하고 있다”며 “적반하장격인 강 장관을 교체하는 것이 외교를 바로 세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전날 외교부가 강 의원에게 정보를 유출한 혐의를 받는 참사관에 대한 해임과 파면 등의 중징계를 예고하면서 자한당은 더 반발했다. 굴욕외교, 구걸외교 운운하던 강 의원은 이날 오전 입장문을 통해서도 “친한 고교 
후배가 고초를 겪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미어진다”며 “일본에 오는 미국 대통령에게 한국을 오라고 초청하는 것이 상식이지 기밀이냐”고 따져 물었다.

 

주미 참사관인 외교관 K 씨가 강효상 의원에게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을 넘긴 것을 공익 제보라 보기는 어렵다. 기본적으로 공익 제보는 내부의 부정과 비리를 폭로함으로 공공의 이익이 목적이다. 그러나 외교관 K 씨가 공개한 내용은 한·미 동맹과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로 공익 제보와는 거리가 멀다.

 

강효상 의원은 조선일보 기자 출신으로 ‘조선일보 편집국장’, ‘TV조선 보도본부장’ 등을 거쳐 자유한국당 비례대표로 20대 국회의원에 입성했으며 강 의원과 외교관 K 씨의 관계를 보면, 마치 정보원이 기자에게 소스를 던져준 것처럼 보인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박찬운 교수는 한미 정상 간 통화내용을 기자회견을 통해 공표한 강효상 의원의 행위에 대해 ‘외교상 기밀누설죄’로 처벌 가능하다고 봤다. 그는 28일 페이스북을 통해, 강 의원 처벌 가능 여부에 일부 법률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지만 자신은 “외교상 기밀누설죄로 처벌 가능하다고 본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알 권리라는 차원에서 그에 대해 면책하자는 것은 국회의원을 초법적 국가기관으로 만들자는 주장과 마찬가지라고 보아 동의할 수 없다”고 밝혔다.

외교관 K 씨는 기자 출신 선배에게 단순히 정보를 건넸다고 생각했지만, 강 의원이 외교기밀을 공개하면서 형법 113조 ‘외교상 기밀 누설죄’로 처벌받을 수도 있다. 자한당은 강효상 의원의 외교기밀 누설을 단순하게 생각하지만, 이 사건은 한미동맹을 파괴하고 한국의 외교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행위로 봐야 한다.

 

고 노회찬 의원의 사례를 통해 본 강효상 ‘의원직 상실’ 이유

 

강효상 의원이 외교상 비밀을 누설한 것인가 아닌가 여부는 국회의원 면책특권 대상인가 아닌가. 정당행위인가 아닌가 이런 걸 가지고 판단해야 되는 상황이 될 것 같다. 국회의원 면책특권은 헌법에 규정돼 있다. 헌법에서는 국회에서 직무와 관련해서 한 발언이나 표결 등에 대해서는 국회 외에서 책임지지 않는다고 하고 있다.

취지 자체는 국회의원이 의정활동과 관련된 행위나 본회의, 상임위 발언 등에서 책임 있는 행동을 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외부에서 지지 않도록 함으로써 의정활동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서 '부수되는 행위'를 예로 들면 기자회견을 한다든가 이런 행위 정도는 의정활동에 부수되는 행위로 봐서 면책특권에 해당하는 행위라고 보는 경우가 있다. 반면 그와 관계없이 관련 내용들을 인터넷에 공개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정당행위도 아니고 면책특권 대상이 아니라고 본 판례가 있다.

우리가 잘 아는 고 노회찬 의원의 사례하고 비슷하게 볼 수 있다. 노회찬 의원은 삼성 X파일 관련 떡값 검사 명단에 대한 국정원 직원과의 통화내용을 법사위 국회에서 공개하기 전에 기자회견을 열고 보도자료를 돌렸다. 법원은 이것은 정당한 의정활동과 관련된 부수 행위라고 봤다.

그러나 그 후에 노회찬 의원이 이것을 인터넷에 게시한 행위는 의정활동과 직접 관련이 없는 행위라고 봐서 아예 면책특권 대상 여부를 따지지 않고 더더구나 정당한 행위도 아니라고 봐서 처벌했다.

 

다만 노회찬 의원의 경우는 삼성에 유착한 '떡값 검사'에 관한 비리 사항이라 국민 알 권리로 공익 제보에 가깝지만, 강 의원의 경우는 공익이 아닌 한미 간의 균열을 야기 시키는 불신을 동반해 그 성격이 아주 다르다. 강효상 의원은 기자회견은 물론 본인이 직접 SNS에 한미 정상 통화 관련 내용을 올려서 일파만파 했다.

 

'안기부 삼성 X파일'에 나온 '떡값 검사' 7명의 실명을 인터넷에 공개했다는 사실로 노회찬 의원은 결국 의원직을 상실했다. 문제는 법원이 노회찬 의원과 이상호 기자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법의 심판을 내렸지, 당시 연루된 '떡값 검사'는 물론이고 삼성의 이건희 회장, 이학수 삼성그룹 부회장, 홍석현 주미대사 등 당시 관련자들의 뇌물죄와 배임 횡령 혐의는 단순히 무혐의 처리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노회찬 의원의 의원직 상실을 보면서 분노와 좌절감을 느끼는 사람이 얼마나 많았나.

 

국민의 알 권리로 맞서는 자한당..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무산시키려는 기획? 

 

강효상 의원이 공개한 내용이 국민의 알 권리에 해당한다고 자한당은 주장한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에서 일어났던 사건과 비교해 보면 당연히 외교상 기밀 누설에 해당하며, 결코 정보 공개 대상도 아니다.

 

청와대, 박근혜-아베 ‘위안부’ 통화내용 못 알려줘...무슨짓을 !

 

지난 2016년 12월 28일 이뤄진 박근혜와 일본 총리 아베 신조 간 위안부 합의 등이 담겨 있는 전화 통화 내용에 대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이 정보 공개를 청구한 것과 관련, 청와대가 국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며 거부했다.

 

민변이 이의신청까지 하면서 양국 정상 간 통화 내용을 공개하라는 이유는 아베가 지난 정상 통화에서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의 법적 책임을 거부한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한일 정상 회담 내용을 공개할 경우 외교적, 정치적 공방의 대상이 될 우려가 크고, 향후 이뤄질 다른 나라와의 정상 회담에서도 우리 정부의 신뢰성에 커다란 흠결을 가져와 외교 교섭력이 약화할 수 있다”라는 재판부의 변과 함께 민변의 청구를 각하했다.

 

외교 관계 등에 관한 사항은 비공개 대상 정보로 분류되고, 대통령 기록물로 지정되면 최장 30년까지 봉인할 수 있다고 정보공개법에 명시되어 있다. 민변이 정보공개를 요청한 한·일 정상 통화 내용은 대통령 기록물로 이관됐다. 

 

자한당 황교안 대표는 박근혜 정부 대통령 권한대행 때 세월호 관련 기록물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최장 30년간 공개를 못 하도록 만들어 버렸다. 진짜 국익을 위해서 공개하지 말아야 할 것은 공개하고 공개해 마땅한 것은 공개하지 못한 우스운 꼴이 됐다.

 

위의 여러 사례를 종합해보면 강효상 의원이 공개한 한미 정상 통화 내용은 비공개 정보에 해당하는 국가적 외교 기밀이다. 단순히 국민의 알 권리라며 무조건 공개할 내용이 아니라는 거다.

 

그리고 강효상 의원이 기자회견서 발표한 내용은 아무리 해석을 하려 해도 '구걸 외교'하고는 거리가 멀다. 자한당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를 내세우며 의원의 정상 활동이다'라고 맞서고 있지만 청와대나 여당은 그렇다 치고 자한당 일각에서나 상당수의 보수 인사들까지도 '국익과 국격을 해친 행위다'라며 자한당 고위 지도부의 일방적 감싸기를 비판하는 실정이다.

 

홍익표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5일 논평에서 "지속적으로 한미 공조의 틈을 벌리려 했던 한국당의 무책임한 태도나 강 의원을 두둔하는 모습을 볼 때, 이번 외교 기밀 누설 사건은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무산시키고 한미동맹에 균열을 일으키려는 의도된 기획은 아니었는지 강한 의구심마저 든다"며 "자유한국당은 외교 기밀 누설로 국익을 훼손한 강효상 의원에 대한 출당 및 의원직 사퇴에 적극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김숙 전 UN 대사는 CBS 인터뷰에서 “강효상 의원이 외교관 후배 경력을 망가뜨렸다며, 국민 알 권리라고 내세우는 데 자기합리화일 뿐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의 천영우 전 외교안보 수석도 다른 나라 같으면 실형을 몇 년 살아야 하는 일이라며 "책임 있는 정당이라면 출당을 선택할 일"이라고 했다. 골수 친박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인 윤상현 의원 역시 "국익을 해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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