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은 근거 없는 픽션"..125일 만에 열린 정식재판서 큰 소리 친 양승태

양승태·박병대·고영한.. 이구동성 “근거없고 소설 같은 얘기” 혐의 전면 부인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05/29 [14:04]

이구동성 혐의 전면 부인한 전직 대법원 최고 권력들

 

사법행정권 남용 혐의로 기소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왼쪽부터), 고영한, 박병대 전 대법관이 29일 오전 공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구속 125일 만에 '사법농단' 사건의 몸통으로 지목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첫 정식 재판이 시작됐다. 양 전 대법원장은 법정에서 사법농단 의혹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소설이자 픽션이라고 검찰의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는 29일 오전 417호 대법정에서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의 정식 재판을 열었다. 양 대법원장 측은 공판준비기일에서도 “검찰이 조물주처럼 공소장을 창조했다”며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한때 사법 권력의 최정점에 서 있던 전직 대법원장과 대법관에 대한 '사법농단' 재판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피고인으로 법정에 선 양승태 전 원장은 “검찰의 공소사실은 소설의 픽션(허구)과 같다”며 검찰 수사에 대한 비난을 가했다.

 

이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공소 사실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검찰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앞서 검찰이 프레젠테이션(PT)을 통해 약 70여분에 걸쳐 330쪽 분량의 공소장에 적힌 피고인들의 혐의를 지적한 후다.

 

양 전 대법원장은 검찰 측의 공소사실 설명 이후 자신의 모두 진술 차례가 돌아오자,  “검사께서 정열적으로 공소사실을 이야기하셨다”고 운을 뗀 뒤 "모든 것(공소사실)은 근거가 없는 것이고 어떤 건 정말 소설, '픽션' 같은 이야기"라면서 "모든 것을 부인하고, 그에 앞서서 이 공소 자체가 부적법하다는 것을 이야기하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2월 말 열린 자신의 보석 심문기일에서와 마찬가지로 모든 혐의를 강하게 부인한 양 전 대법원장은 "자세한 것은 나중에 다시 이야기하겠다"며 오후 재판에서 추가로 입장을 밝힐 뜻을 내비쳤다.

 

양 전 대법원장은 오전 11시 50분쯤 오전 재판 일정이 끝나고 교도관들과 함께 법정을 나가면서, 여유 있게 미소를 지어 보이기도 했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대법관은 나란히 피고인석에 앉았다. 서로 눈을 마주치거나 별도의 말을 건네진 않았다. 이들 3명은 재판부가 개인 신상을 확인하는 인정신문 절차에서 직업을 묻자 모두 "직업이 없다"고 짤막하게 답했다. 

함께 기소된 박병대 전 대법관과 고영한 전 대법관도 사실관계는 물론 법리적인 문제까지 혐의 일체를 부인한다고 밝혔다. 박·고 전 대법관 역시 앞선 공판준비기일에서 직권남용죄가 성립하는지 의문이라며 법리공방을 벌일 것임을 분명히 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은 미리 적어온 입장문을 통해 약 7분간 재판에 임하는 소회를 밝히면서 다른 피고인들과 마찬가지로 모든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고 전 대법관은 입장문에서 “그토록 사랑했던 법원의 형사 법정에 서게 되니 가슴이 미어진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잘못 보필한 것 아닌가 생각에 죄송하다. 무엇보다 국민의 사법 신뢰가 이 사건으로 전례 없이 훼손됐다는 것 때문에 가슴이 천근만근 무겁다”고 말했다.

 

또 “법원행정처장으로 근무할 당시 국민의 신뢰가 없으면 사법부 존립이 어렵다는 신념으로 사법행정에 임했다. 그러나 이 사건 공소사실은 제가 이런 소신을 저버리면서 직권을 남용했다고 한다. 그 사실 여부를 떠나 마음이 참담하고 정신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이 재판에서 직권남용에 대한 활발한 논의의 장이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간에 존재하는 긴장 상태를 어떻게 슬기롭게 극복하도록 할 것인가 했던 노력을 부당한 이익도모 또는 반헌법적 재판 개입이라고 하고, 오해 여지가 있는 부분을 인사 불이익조치, 법관탄압이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자신이 법원행정처장 재임시절 벌어진 일이라는 이유만으로 공모·지시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며 “적절하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고 해도 권한을 남용한 것은 아니다”라며 검찰을 비판했다.

 

고영한 전 대법관과 박병대 전 대법관은 각각 법원행정처장으로 재직하며 사법행정권 남용을 실질적으로 지휘했거나 재판에 개입한 혐의를 받는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박근혜 정부의 강제징용 소송 등 재판 개입 혐의, 법관 부당 사찰 및 인사 불이익 혐의, 헌법재판소 내부 정보 및 동향 불법 수집 혐의, 공보관실 운영비 불법편성·집행 혐의 등 57개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오늘 첫 정식재판에서 어느 하나 인정하지 않고 검찰에 대한 비난만 더 거세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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