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끝판왕' 세습비리 부산항운노조.. "채용 5천만 원·승진 8천만 원"

역대 위원장 줄줄이 구속.. 제도 속에 안주한 '항운노조 왕국' 환골탈태 가능하나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06/11 [11:04]

항운노조 가입이 곧 취업.. 노조이면서 '사용자의 지위'가 불법의 온상 역할

 

SBS 화면

 

우리나라에서 제일 큰 부산항에 인력을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부산항운노조에서 또다시 조직적인 취업 비리가 벌어진 것으로 드러났다. 채용과 내부 승진 등의 대가로 한꺼번에 수 천만원을 받아 챙긴, 항운노조 전 현직 간부 등 30여 명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검 특수부(박승대 부장검사)는 취업과 승진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부산 항운노조 전 위원장과 터미널운영사 임직원 4명, 일용직 공급업체 대표 2명 등 31명을 기소(16명 구속기소, 15명은 불구속 상태)하고 달아난 항운노조 지부장 1명을 지명수배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를 받은 부산항운노조가 환골탈태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부산항운노조는 2005년에도 채용 비리로 전·현직 위원장을 포함한 40여명이 대거 재판에 넘겨져 처벌을 받았다.

 

이후 부산항운노조는 부산항 개항 이래 139년간 독점해온 항만 노무인력 공급권을 포기하고 부산항만공사, 부두 운영사, 노조 등이 참여하는 항만인력 수급위원회를 구성해 채용 비리를 없애겠다고 선언했지만 비리는 여전히 세습되면서 공염불로 드러났다.

 

전국 최대 규모의 조합원을 보유한 부산항운노조는 항만 산업의 특수성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되다 보니 채용 청탁 등 각종 비리가 끊이질 않는다급기야 검찰이 지난 2월 직접 칼을 빼 들었고, 4개월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취업을 의미하는 노조 가입부터 승진, 정년 연장, 전환 배치 등 항만에서 일어나는 취업과 인력 공급 전반에 걸쳐 비리가 저질러졌다.

 

1947년 4월 결성된 부산항운노조는 대한노동조합 총연맹 부산부두 노동조합을 모태로 1981년 3월 전국항운노동조합연맹 산하 노동조합으로 출범했다. 올해 2월 기준 정조합원 7695명, 임시조합원 2천521명으로 전국 항운노조 중 가장 큰 규모다.

 

항운노조는 직업안정법에 따라 부산항 일대 항만과 철도, 육상, 농수산물 하역 업무에 대한 근로자 공급사업 허가를 받은 유일한 노조로 독점적인 근로자공급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일반적인 노동조합과 달리 조합원을 채용, 지휘, 감독하는 '사용자의 지위'를 갖고 있다.

 

부산항과 부산신항에서 일하는 7천 6백여 명의 근로자들은 모두 항운노조 조합원들이다. 노조에 가입해야만 일할 수 있는 특수성 때문인데, 이런 구조를 악용한 취업 비리가 검찰에 적발됐다.

 

 1947년 결성된 대한노동조합 총연맹 부산부두 노조를 모태로 한 부산항운노조 . 부산항운노조 홈페이지 

 

부산항운노조의 전, 현직 간부 일부가 조합원 채용이나 내부 승진 때 뒷돈을 받아 온 거다. 조합원 가입엔 3천만 원에서 5천만 원, 채용된 뒤 조장이나 반장 승진은 5천만 원에서 8천만 원에 거래가 이뤄졌다.

 

검찰은, 노조 전직 위원장 이모 씨 등 14명이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취업과 승진 등의 대가로 10억 원 가까운 돈을 받았다고 밝혔다. 취업 자격이 없는 노조 간부 친인척 등을 부산신항 물류 업체에 불법 취업시킨 새로운 유형의 조직적인 채용 비리도 드러났다. 


또 다른 전직 노조 위원장 53살 김상식 씨는 아예 '가짜 조합원'까지 만들었다. 노조 지도부 등과 2013년부터 올해 초까지 노조 간부 친인척 등 외부인 135명을 유령 조합원으로 올린 뒤 이 중 105명을 부산신항 물류 업체에 전환 배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신항 업체에 숙련된 인력을 제공한다는 전환배치 취지와 달리 실제로는 항만 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외부인을 항운노조원으로 꾸며 취업시킨 것이었다.

이 때문에 근무여건이 좋은 신항으로의 전직을 꿈꾼 기존 노조원은 전환배치 기회를 잃었고 외부인이 채용된다는 사실조차 몰랐다. 특히 불법 취업한 이들 중 60%가 반장 이상 노조 간부의 친인척이거나 주변인이었다. 이 때문에 신항으로 가고 싶어 했던 기존 노조원들은 기회를 뺏겨 버렸다. 

 

부산항운노조 관계자는 "대통령이 바뀌더라도 자기 밑에 있던 사람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분들이) 높은 위치에 있으니까 그 청을 쉽게 거절 못 하는 거죠."

 

박승대 특수부 부장검사는 "항운노조 가입에는 아무런 공고 절차나 지원 절차, 심사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고 승진에도 객관적 기준이 없어 결정 권한을 가진 소수의 전·현직 간부들이 금품을 받고 취업이나 승진에 관여할 수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국가인권위원회 간부도 항운노조 비리에 가담한 사실도 드러났다. 인권위 이모(55) 팀장(서기관급)은 부산 소장 재직 시절 채용 비리로 구속된 이모 전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의 가석방과 특별면회 등 편의를 알선해주는 대가로 3000만원을 받은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이 팀장은 노조 간부와 공모해 항운노조 조장 승진 대가로 2000만원을 챙기는가 하면 항운노조 지부장에게 지인의 취업 청탁금 300만원을 건넨 혐의도 받고 있다.  

 

부산항운노조와 일용직 공급업체, 터미널운영사의 유착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부산항운노조는 2014년부터 일용직 항운노조원을 터미널운영사 등에 공급하며 노무관리를 Y 사에 대행하도록 했다. 
  
항운노조 지부장 친형이 운영한 Y 사는 일용직 공급권을 독점하며 설립 2년 만에 연 매출 200억원을 거두는 등 급성장했지만, 법인 자금 50억원을 빼돌려 부동산, 외제 차를 구매하는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 
  
Y 사 대표는 빼돌린 돈으로 독점적인 노무 공급권을 유지하기 위해 항운노조 간부나 터미널운영사 간부에게 금품로비를 하기도 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김 전 항운노조 위원장은 친분을 맺은 터미널운영사로부터 정리해고, 임단협 과정에서 항운노조 반발을 잘 무마해주는 대가로 1500만원을 받는가 하면 퇴직한 터미널운영사 대표를 인력공급업체에 취직시켜주기도 했다. 
  

채용 비리로 구속된 부산항운노조 전 위원장 이모 씨는 교도소 수감 중에도 뒷돈을 받았다. 지난 2012년 동료 수형자의 아들을 노조에 취업시키는 대가로 1천만 원을 받는 등 모두 3차례에 걸쳐 5천만 원을 받아 챙겼다.

 

줄줄이 구속된 역대 노조위원장.. 외부 기관 적극적 감시로 환골탈태 필요

 

부산항운노조는 김상식 전 위원장과 이모 전 위원장이 검찰에 구속되면서 1987년 이후 노조를 이끌었던 역대 부산항운노조 위원장 7명 전원이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지만, 항운노조의 특수한 조직 성격이 이 같은 비리 고리를 끊지 못하는 주원인이라는 지적이다.

 

뉴시스

 

신임 이윤태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은 60여명인 임원을 10명 수준으로 줄이고 문제가 된 신항 전환배치 자격을 조합원이 아닌 시민에게도 주겠다고 밝힌 상태다. 또 비자금 조성과 뇌물 근원이 된 인력공급업체 2곳 소속 일용직 항운노조원들은 터미널운영사와의 계약이 끝나면 항만물류업회가 직속으로 관리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부산항운노조 자체 개혁안과 부산지방해양수산청이 내놓을 채용 비리 근절 대안에 부정적인 견해도 상당하다. 

 

'부산항운노조 내부운영과 개혁과제'라는 논문을 쓴 부경대 윤영삼 경영학부 교수는 "항운노조는 항만인력을 공급하는 사업자이면서 자칫 파업으로 항만 물류를 멈출 수 있는 노조라는 두 가지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윤 교수는 "정부 등 감독기관은 많은 문제가 있지만, 해방 이후 한 번도 파업하지 않고 체제 순응적인 항운노조를 안고 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 수사를 계기로 정부가 곪을 대로 곪은 항운노조의 치부를 개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노조 가입만 하면 취업이 보장되는 부산항운노조의 특수한 성격과 폐쇄적인 구조가 고질적인 채용 비리와 함께 백화점식 비리의 원천으로 파악했다. 

  
검찰 관계자는 "항운노조 비리가 단순한 채용 비리가 아닌 새로운 사적 이익을 창출하는 구조적 비리로 진화해 이권 구조를 차단해야 할 필요성이 높다"고 말했다. 

 

검찰은 수사에서 드러난 항운노조 문제점을 감독기관인 부산지방해양수산청에 통보한 상태다. 부산지검은 물류 업체 채용 등은 외부 감독이 가능하겠지만 조합 가입 등 자체적인 개혁 방안은 결국 노조의 몫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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