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도 안돼 국회 정상화 엎어버린 자한당! 시험대에 오른 나경원 리더십

국민여론 뒷전 자한당 강경파 득세로 합의안 원점으로.. 추경·민생법안 또 기약 없이 표류

정현숙 | 입력 : 2019/06/25 [09:17]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한 자한당.. 속내는 결국 국회 정상화 반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2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굳은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스1

 

강경파에 휘둘린 자한당.. 최대 고비 맞은 황교안, 나경원 리더십 

 

국회 마비 80일 만에 가까스로 도출한 국회 정상화 합의문이 휴짓조각이 되기까지는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국회 정상화 합의안’ 추인이 거부되면서다.

 

여야 3당 원내대표가 우여곡절 끝에 도출한 6월 국회 의사 일정 합의안이 조속히 국회 정상화하라는 여론은 귓등으로 흘리고 자한당 의총에서 너무도 쉽게 깨졌다. 여야 모두 국회 정상화 협상에는 다시 나서겠다는 심산이지만, 국회 장기 공전 끝에 어렵사리 내놓은 합의안마저 좌초된 데 대한 충격파로 오히려 이전 협상보다 더 큰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24일 오후 국회에서 회동한 뒤 3시쯤 국회 정상화를 위한 6개의 방안을 담은 합의문에 서명했다.

 

그러나 이들의 합의문 발표 30분 뒤에 1시간 30분가량 비공개로 진행된 자한당 의원총회가 열리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발언에 나선 자한당 의원들은 “주기만 하고 받은 게 없다”며 합의 내용을 하나하나 따졌다. 심재철 의원은 “(합의)된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 사인하기 전에 의견을 물었어야 하는 것 아니냐”, 강석호 의원은 “여당이 온갖 법안을 다 갖고 와서 끼워넣었다”며 나경원 원내대표를 비롯한 지도부에 쓴소리를 쏟아 냈다.

 

약 20명의 의원이 발언했지만, 협상 결과에 동의한 의원은 거의 없었다. 대구경북 지역의 한 3선 의원은 “뜨거운 여름에 우리가 버스를 수십 대씩 가지고 서울 광화문으로 올라간 덕분에 수만 명 인파 앞에서 연설은 나 원내대표가 다 하지 않았냐”며 “결국 국회의원들은 바지사장 노릇 한 것이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박성중 의원은 ‘5·18 특별법’과 관련해서도 “뜬금없이 왜 5·18 특별법이 들어갔느냐”고 따졌으며, 정태옥 의원은 “5·18 유공자 명단을 공개하자고 하면 징역 5년에 처하는 법안을 어떻게 수용하는가” 등의 비판이 잇따랐다.

 

패스트트랙 대치 국면에서 국회선진화법 위반 혐의로 여야가 상대 당 의원과 보좌진을 고소·고발한 것을 취하하자는 합의를 받았어야 한다는 지적도 쏟아졌다.

 

나 원내대표에 대한 ‘재신임’ 요구가 나올 만큼 분위기는 험악했다. 일부 의원은 ‘이건 정말 아니지’라며 고성을 지르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장외투쟁을 선호하는 황교안 대표를 지지하는 영남권 중심의 강경파들이 나 원내대표를 견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실제 정부·여당과의 강력한 투쟁을 주장하는 이른바 강경파들이 주도권을 쥐고, 국회 복귀 불가를 밀어붙였으며 이 같은 강경파들의 득세는 여권을 향해 연일 독설을 날리고 있는 황교안 대표의 행보와도 무관치는 않다는 해석도 있다. 

 

어쨌거나 내년 공천권을 손에 쥔 황교안 대표의 눈에 들기 위해서는 협상파 쪽에 서는것 보다는, 강력한 대여투쟁을 지지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면서 이번 의총 추인 불발로 나경원 원내대표는 리더십에 큰 타격을 입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3수 끝에 그토록 본인이 바라던 제1야당의 첫 여성 원내대표로서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다. 지난 2월 취임한 황교안 대표와 함께 자한당의 투톱으로 막말 논란이 잦아 대외적으로는 많은 비판을 받았지만 원내에서는 무난하게 당을 이끌었다는평균점은 받았다. 하지만 이번 의총에서 여야 간 합의안 추인이 불발되면서 위기를 맞은 분위기다.

 

자한당 내부에서는 “합의문을 만드는 과정에서 당과 당원의 자존심이 상하는 것을 우려한 의원이 많았다”, “합의문이 허접한 것도 있었지만 지금까지 버티기로 일관하다 왜 끌려들어 가느냐에 모아졌다”며 “중진, 재선 의원도 한목소리로 나 원내대표의 협상력이 잘못됐다는 점을 강조하려 애쓰는 모습”이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위기다.

 

결국 나 원내대표는 의총이 끝나고 기자들에게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의회민주주의를 말살하는 공직선거법, 공수처법 패스트트랙(신속처리 안건) 법안을 원천 무효화하라는 국민의 뜻을 겸허히 받들기로 결정했다”며 불과 2시간 전의 합의를 파기했다.

 

당연히 정치권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합의와 절충, 타협으로 진행돼야 하는 의회주의에 대한 몰이해이자 전면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김수민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결국 드러난 자유한국당의 목표, 속내는 국회 정상화 반대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번 자한당의 국회 정상화 걷어차기로 시급한 재해 추경안 처리마저 늦어지면서 국민적인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란 쉽지 않을 터다. 자한당 일부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총선 전망이 보이지 않는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도 터져 나온다.

원내지도부가 어렵게 끌어낸 합의안을 의원총회에서 추인하지 않으면서 자한당 내부에서는 당분간 파열음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나경원 원내대표와 함께 당 대표인 황교안 대표의 리더십도 큰 시험대에 올랐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앞으로의 재협상 전망도 밝지 않다. 나 원내대표로선 의총 추인을 받지 못한 이상 재협상 과정에서 강경한 목소리를 낼 가능성이 크지만, 2시간여 만에 합의를 뒤엎은 '양치기 소년'이 된 꼴이라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의 동의를 끌어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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