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착왜구의 시각으로 G20을 바라보는 언론..'아베는 이토 히로부미, 문재인은 고종'

청와대, 조선일보에 “토착왜구 같은 시각, 이런 시각이 언론계에 퍼져있어 한심하다” 일침

정현숙 | 입력 : 2019/06/29 [11:55]

'국익과 아무 상관 없는 일부 언론의 무책임한 보도 행태 지양 되어야'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 오사카 G20 정상회의에서 주최국인 일본으로부터 홀대를 받고 있다는 근거없는 보도들을 언론에서 쏟아내고 있다. 특히 보수를 자처하는 조선일보 등 일부 언론은 우리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을 다른 나라 정상들과 비교하면서 일본 측의 대우와 연결 지어 홀대론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27일 문 대통령이 '비가 오는 날 지붕 없는 계단을 이용했다', 또 '아베와 악수를 8초밖에 안했다' 온갖 억측으로 자국의 대통령을 끌어 내리기 바쁘다. 특히 조선일보는 28일 논설실장이 쓴 '문 대통령은 고종의 길을 가려하는가'라는 칼럼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각각 망국의 국왕 고종과 일본 근대화를 이끈 이토 히로부미로 대입하는 황당한 비유를 하며 자국의 대통령을 깎아 내렸다.

 

청와대는 "토착왜구적 시각"이라고 즉각 반박했다. 이날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조선일보 박정훈 논설실장의 칼럼 주장에 "글을 쓴 사람이 역사학자도 아니고 역사전문가도 아니기 때문에 귀를 기울여서 들을만한 내용은 아닌 것 같다"고 지적하면서 "이러한 토착왜구적인 시각이 언론계에도 퍼져있는 것이 좀 한심하다"고 비판했다.

 

박정훈 논설실장은 조선일보 '박정훈 칼럼'에서 대한민국이 구한말처럼 망국으로 간다면서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를 구한말 조선의 고종과 침략국 일본의 이토히로부미에 비교했다.

 

그는 아베의 행보를 "이토 히로부미에 비유된다"며 "우리에겐 흉적이지만 일본에 이토는 근대화의 원훈(元勳)으로 추앙받는"다고 했다. 이와 달리 박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 리더십을 노동 중시의 분배론자라면서 아베는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문 대통령은 국내적 공정·평등을 우선시하며, 아베가 밖을 본다면, 문 대통령의 시선은 안을 향해 있다며 소아적인 시각이라는 걸 에둘러 강조하고자 했다.

 

특히 외교 노선을 두고 박 실장은 아베가 '트럼프의 푸들'을 자처한 반면 문 대통령은 미·중 간 '중재자론'을 내걸었다며 "미·일이 유례없는 밀월인데 한·미 동맹이 서먹해진 것이 두 사람의 리더십과 무관하진 않다"고 주장했다.

 

그는 조선의 아관파천을 본 영국이 6년 뒤 영일동맹을 맺어 조선을 일본에 넘겨주었다고 단정했다. 그는 문 대통령도 패권을 쥔 미국과 동맹을 약화시키고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 균형을 맞추겠다고 한다며 패권국에 등 돌린 나라가 국제 질서의 주류 진영에 설 수는 없다는 자신의 주장을 강하게 설파했다.

 

이 주장이 어이가 없는 것이 우리는 일본의 피해 당사국으로 우리나라를 빼앗고 민족과 삼천리 강토를 유린한 원흉인 침략자 이토 히로부미를 전혀 상관없는 제3자처럼 전지적 시점에서 관찰해서 논하는 일이 과연 정당한지 의문이다.

 

매체는 박 실장이 거론하지 않은 것은 아베의 뿌리라면서 아베의 외조부는 A급 전범인 전 총리 기시 노부스케로 아베는 일본의 과거사 반성을 담은 담화문을 모두 수정하겠다고 공언했다. 조상이 저지른 만행을 사죄하지 않고 다시금 그런 망령을 꿈꾸는 인물을 자국의 대통령이 본받아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는 것을 지적했다.

 

이어서 박 실장은 구한말 패권국 영국 대신 비주류 러시아와 손을 잡고자 아관파천을 했던 고종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조선의 아관파천을 본 영국이 6년 뒤 영일동맹을 맺어 조선을 일본에 넘겨주었다며 문 정부도 비슷한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패권을 쥔 미국과 동맹을 약화시키고 패권에 도전하는 중국과 균형을 맞추겠다고 한다며 패권국에 등 돌린 나라가 국제 질서의 주류 진영에 설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패권국 미국과 동맹을 강화시키고 중국을 외면하라는 주장은 아직도 냉전시대에 머물러 있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서로 협력하고 공존할 생각보다는 강대국에 붙어 손쉽게 힘을 얻겠다는 편의적 외교술일 뿐이다. 더구나 아관파천 탓에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됐다는 논리는 비약이다. 역사적 사건을 한두 가지 원인으로 재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미디어오늘의 신랄한 지적이다.

 

1909년 중국 하얼빈 역에서 안중근 의사에게 암살당한 이토 히로부미는 일본에서는 메이지 헌법의 초안을 마련하고 양원제 의회를 확립한, 일본 근대화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인물로 평가받고 있지만, 을사늑약 후 조선의 초대 통감이 되어 일본이 무력으로 한반도를 병탄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한 인물로 우리나라로 봐서는 철천지원수다.  

 

조선일보의 이런 논조는 일본의 초대 총리로 4번이나 총리직에 올랐던 이토 히로부미를 가상의 라이벌로 삼고 경쟁해온 일본 아베 신조 총리의 의중을 이해하고 마치 비위를 맞춘듯하다. 아베는 자민당 총재 임기인 2021년까지 재임하면 10년 가까운 장기 집권을 하는 일본 최장수 총리가 된다. 청와대의 반박대로 오로지 토착왜구적 시각에서 본 조선의 단견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우경화 된 보수언론들의 속내는 지금의 한일관계를 푸는 기준을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처럼 일본에 대한 정부의 저자세를 바라는 거로만 보인다. 그러나 매듭을 제대로 풀자면 일본의 자세 변화가 우선 되어야 하지 않을까.

 

독도 영유권 문제나 강제징용 배상 문제, 위안부 문제 등 일본이 피해자인 우리 국민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야 한다고 본다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금지 조치에 일본이 우리나라에 앙심을 품고 있지만, 우리 국민의 건강을 담보로 한 자국민 보호 조치로 무리한 일본의 요구는 어불성설이다.

 

이런 인과관계를 보고서도 일본이 강대국이고 이웃 나라라고 해서 무조건 좋은 관계를 유지하라고 문재인 정부가 비굴 모드로 아베의 교만한 태도까지 눈감으라는 것은  안 될 일이다. 이는 100년 전 조선이 아닌 세계 10대 경제대국으로 굴기한 한국의 위상으로서 자존과 자립을 무너뜨리는 굴욕외교를 하라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런 우경화 된 언론들의 정부 비판의 궤와 시각이 같은 자유한국당 민경욱 대변인은 28일 페이스북에서 문 대통령 부부가 우산을 직접 쓰고 비행기 트랩을 내려오는 장면과 달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붕이 있는 트랩을 내려오는 사진을 올려놓고는 비난에 나섰다.

 

민 대변인은 “어딜 가시더라도 환대를 받고 다니시길 바란다”면서 “그래야 우리도 기분 좋죠. 이런 의전 받으면 국민들 욕 먹이는 것”이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똑같이 비가 오는데 중국과 이렇게 차이가 나면 어떻게 합니까라면서 의전상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국민께 소상히 보고하라고 지적했다.

 

민경욱 페이스북

 

언론과 제1야당 대변인이 지적한 문 대통령이 직접 우산을 쓰고 지붕 없는 개방형 트랩을 내려왔다는 홀대론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이는 각국의 선택 사항으로 밝혀졌다. 

 

같은 날 도착한 메이 영국 총리는 아예 우산조차 쓰지 않고 비를 맞으며 내려왔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지붕이 없는 계단으로 우산을 쓰고 내려왔다. 그렇다면 일본이 홀대 할래야 할 수 없는 트럼프도 홀대를 받았다는 말인가.

 

또 한 가지 문 대통령을 폄하하는 부분은 한일 정상회담 패싱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한일 정상 간 회담 일정은 처음부터 잡혀있지 않다. 아베 총리는 19명의 정상급 인사와 회담을 하면서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 일정은 잡지 않았다. 따라서 일본의 행태가 고의적이라면 자기들 뜻을 고분고분 받아주지 않는다고 떼쓰는 것으로밖에 볼 수 없어 이는 일본이 되려 비판받아야 할 부분이 아닐까.

 

29일 동아일보는 '文대통령-아베 '8초 악수'.. 韓美日 회담 대신 美日印 3자 회담'이라는 G20 정상회담을 보도한 정치면 기사에서 8초 악수를 헤드라인으로 잡고 한일 정상이 짧은 악수로 경색됐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은 아베 총리는 주차장까지 나와 극진한 예우를 했다는 것을 부각했다. 이것은 또 무슨 의도일까. 기사 제목이나 내용이나 대통령을 염려하고 나라를 생각한다기보다 어떻게든 흠집 내서 꼬투리 잡자는 모양새다.

 

29일 중앙일보는 국제면에서 '시간없어 文과 회담 못한다던 아베..조코위와는 '1분 번개'도 했다는 기사를 냈다. 이 기사에는 28일 아베 총리의 1일 동선 분석해보니 인도네시아 대통령과는 1분간 서서 대화, 독일 메르켈 총리는 15분, 英 메이와 20분, 예정없던 스페인 총리와도 선채로 15분.. 日언론 "文이 소극적","日에 책임"엇갈려 등의 부제를 달고 한일 정상회담이 패싱 됐다며 마치 문 대통령에게 문제가 있다는 듯 제목을 달고 중점 부각했다.

 

그러나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굳이 아베와의 회담을 희망하지도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만큼 지금 한일관계는 여러 현안이 복잡 미묘하게 얽혀있어 문 대통령이나 정부도 그냥 방관하지 않고 시간을 두고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하는 거로 안다. 

 
각국의 정상들과 문 대통령의 회담 동정은 뒷전에 둔 채 야당이나 언론은 사소한 부분을 확대해 정쟁거리로 만들어 한국 패싱 운운하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 그저 한갓 비난으로 보이는 것은 왜일까. 이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대미관계나 대일 관계에서 어떠한 위기에 몰려도 상대국에 주제 파악 하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뿌리가 같은 북한에 좀 배웠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박지원 "G20 문재인 대통령 외교 비난 난무.. 우리나라 도랑에 든 소 처지"

 

한편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은 29일 자심의 페이스북에 “G20에서의 문재인 대통령 외교에 흠집 비난이 난무합니다. 비가오니 우산 직접 쓰고 비행기에서 내린 것을 홀대? 트럼프 우산은 환대? 아베 수상과 8초? 주최국 일본, 방문한 대통령에게 배려는 의전에 옳았나요? 사실 아베 수상은 7월21일 선거를 앞두고 한일정상회담이 득표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할 정도로 한일관계가 심각한 것도 사실이지만 만약 회담했다면 한일정상의 발언이 오히려 양국관계를 더 악화할 수도 있다는 것을 염려하지 않았을까요?”라고 전했다.

 

이어 “두시간 반을 지각한 푸틴 대통령은 옐친 등 러시아 대통령의 못된 버릇 아닌가요. 그런다고 화내고 회담 거부할 수도 없고?”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한중, 한미 정상회담은 ‘어떻게’가 가장 큰 관심입니다.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입니다. 우리나라는 지정학적으로 도랑에 든 소입니다. 미국 풀도 먹어야 하고 중국 풀도 먹어야 삽니다. 등거리 외교 줄타기가 필요합니다. 21세기 슈퍼강국은 미국입니다”라고 전했다.

 

[G20 정상회담에서 정상들의 흥미로운 뒷모습]
 
아래 영상은 G20 정상회담의 각국 정상들의 뒷모습이다. 정작 일본 아베 총리는 미·중에 패싱 당하고 있고 특히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는 '툭툭' 등을 치면서 매우 자연스런  호감 표시를 하는 모습에서 흥미롭다.
 
일본 뉴스 사이트 THE PAGE 유튜브 영상 캡처

28일 오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 공식 환영식에는 문재인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 G20 회원국 정상들이 모여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정상들은 자신의 자리에 서기 전까지 서로 가벼운 인사를 나누며 친분을 과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 기념촬영 장소에 들어오면서 먼저 자리한 문 대통령과 꽤 오랜 시간 인사를 나눴다. 툭툭 치기도 하고 옆에 서서 긴밀한 대화를 나누는 제스쳐도 취했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아베 총리를 ‘패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시 주석은 앞서 아베 총리와 악수를 하고 기념사진을 촬영할 때부터 입을 다물고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단체 사진 촬영 때는 문재인 대통령, 푸틴 대통령,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 앞줄에 선 정상들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면서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찾아가 대화를 나눴다. 그러나 아베 총리는 그냥 지나쳤다.

 

일본 뉴스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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