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명박 쪽 회유로 김희중 진술 번복, 보석조건 위반 아닌가"

김희중 등 사건 관계인 접촉 단기간에 사실확인서 5건 제출.. 법원 "보석 조건 철저 준수" 주의

정현숙 | 입력 : 2019/07/04 [16:37]

"김희중 진술 번복.. 보석 조건 어긴 이명박 쪽 회유 탓"

 

이명박이 4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던 중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지지자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연합뉴스

 

희대의 사기꾼 이명박 재판의 핵심 증인 중의 한 명인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이 최근 주요 진술을 번복하면서, 이명박 측이 김 전 실장을 접촉하면서 회유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검찰은 보석 석방 조건 위반이란 입장이고  변호인단은 “정당한 변론 활동이었다”고 반박했다.

 

4일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 정준영) 심리로 열린 이명박에 대한 항소심 공판에서 검찰은 “피고인이 보석 석방 되고 4개월간 사건관계자들이 작성한 사실확인서가 5건 제출됐다”며 “피고인이 기소된 뒤 1년 동안 못 받았던 사실확인서가 이렇게 단기간에 여러 건 작성된 것을 보면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위반한 게 아닌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6일 변호인단은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한테서 받았다는 사실확인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김 전 실장은 사실확인서에서 이학수 전 부회장이 청와대를 방문해 이명박을 접견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종전 진술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실장은 ‘집사 중의 집사’로 불리던 최측근이었지만, 검찰 조사 과정에서 이명박의 삼성 뇌물 혐의나 특수활동비 상납 혐의 등을 뒷받침하는 진술을 한 바 있다.

 

이명박 쪽이 보석으로 풀려난 뒤 사건관계인들을 만나 기존의 불리한 진술을 뒤집도록 회유한 게 아니냐는 정황이 나오면서 그의 보석 석방에는 ‘재판에 관련된 사실을 아는 사람과 만나거나 연락해선 안 되며 제3자를 통한 통신도 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어있다. 어길 시 보석 취소로 재수감될 수 있다. 석방 때 낸 10억 원의 보증금이 몰수될 수도 있다.

 

검찰은 이명박 측이 재판에 넘겨진 뒤 오랜 시간 확보하지 못했던 사실확인서가 단기간에 작성된 점을 지적했다. 검찰 설명에 따르면, 김 전 실장 등이 작성한 사실확인서는 이명박이 석방된 뒤 다섯 차례에 걸쳐 재판부에 제출됐다.

 

검찰은 특히 김 전 실장의 자필확인서를 문제 삼았다. 김 전 실장은 자필확인서를 통해 “이학수 전 삼성 부회장이 청와대 본관에 갔다”는 기존 검찰 진술을 뒤집고 “이 전 대통령과 이 전 부회장이 청와대에서 만나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그 시기 이명박 측은 5월 15일부터 6월 5일까지 20일 동안 김모 비서관, 장다사로 비서관 등을 다섯 차례 접견했다고 한다. 김 씨와 장 씨는 이명박의 검찰 수사 과정에서 입건된 ‘사건 관계인’이다.

 

김 비서관은 과거 청와대 제1부속실 행정관으로 일했던 김희중 전 실장의 직속 하급자로, 현재 관련법(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률)에 의해 만들어진 비서실에서 일하고 있다. 김 비서관이 이명박을 접견한 뒤 김 전 실장을 만나 사실확인서를 써달라 설득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20일 동안 5차례 회의를 할 정도로 급박하고 중요한 사안이 있었는지 의문이 든다”며 “근무 연한이 있는 김 비서관을 통해 진술 번복이 종용된 점, 1심부터 이 전 대통령이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는데 이제 와서 갑자기 사실확인서가 제출된 점” 등을 종합해봤을 때 “보석 조건을 위반해 보석 취소 사유에 해당하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김희중 전 실장의 진술 번복이 눈길을 끄는 건, 이명박이 초선의원이던 시절부터 15년여간 손발을 맞춰 온 인물이어서 김 전 실장은 그의 모든 것을 알고 있는, 시쳇말로 ‘성골집사’로 불렸다. 이 때문에 수사 착수 단계에서부터 검찰이 과연 김 전 실장의 입을 제대로 열 수 있을지 주목받았다.

 

김 전 실장은 이후 검찰 수사 단계에서 국정원 뇌물 의혹에 대해선 “국정원 직원에게서 미화 10만 달러(약 1억 원)를 건네받아 이 전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여사 측에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삼성의 소송비 대납 의혹과 관련해서는 “이 전 대통령과 이학수 전 부회장이 청와대에서 만나는 걸 봤다”고 했다.

 

이런 진술들이 쏟아지자 김 전 실장이 저축은행 비리로 징역형을 살고 아내가 생활고로 목숨을 끊었을 때, 이명박 측에서 ‘일절 모르쇠’로 일관한 것에 심한 인간적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검찰 측은 “1심부터 쟁점이 된 내용에 대해 이제 와서 갑자기 뒤바뀐 진술서가 제출된 점 등을 볼 때 괜한 의혹을 제기하는 게 아니다”며 “확인해보니 김 전 실장의 진술번복은 청와대에서 김 전 실장의 직속 부하였던 김모 행정관의 거듭된 부탁에 따른 것이었다”고 밝혔다.

 

김 전 행정관은 전직 대통령 예우에 관한 법에 따라 보석 석방 중 접견이 허용된 인물이고, 실제 석방 뒤 이명박은 김 전 행정관을 만났다.

 

이명박 측은 반발했다. 사실확인서를 제출하는 건 변호 활동의 일부일 뿐이란 주장이다. 변호인은 “사건관계자와 연락하는 건 전직 대통령 품위 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도 했다.

 

재판부는 일단 이명박에 대한 보석은 유지하되, 좀 더 세밀하게 점검해나가겠다고 밝히면서 다만 “보석 조건을 철저하게 준수해달라”며 “위반할 경우 보석 취소 후 재수감하면서 보증금 몰수, 20일 감치, 1000만 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고 주의를 줬다. 재판부는 “검찰이 피고인이 보석 조건을 준수하는지 감시·감독을 계속해 달라”는 당부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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