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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일본 경제보복 첫 언급 '강온전략으로 정면돌파 시사'

"한국기업 피해 땐 맞대응 불가피”.. 선대화 후대응으로 일의 對韓 규제조치 정면 돌파 해법 모색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7/09 [08:38]

문재인 대통령 일본 경제보복 첫 언급 '강온전략으로 정면돌파 시사'

"한국기업 피해 땐 맞대응 불가피”.. 선대화 후대응으로 일의 對韓 규제조치 정면 돌파 해법 모색 

정현숙 | 입력 : 2019/07/09 [08:38]

일 경제보복 첫 경고 "정치적 목적 규제에 전 세계가 우려".. 외교적 해법 우선 강조

 

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의 수출제한 규제 조치에 대해 "한국기업들에 피해가 실제로 발생할 경우 우리 정부로서도 필요한 대응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필요할 때는 강한 대응으로 나가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그동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문 대통령이 맞대응 가능성을 거론하며 정면돌파를 시사하는 첫 언급이다.

 

8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문 대통령은 “저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며 “일본 측의 (수출 규제) 조치 철회와 양국 간의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면서 “한편으로 정부는 외교적 해결을 위해서도 차분하게 노력해 나가겠다”며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은 양국 모두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과거사 문제를 제외한 경제·안보·문화 등 다양한 영역에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맺어온 두 나라가 전면적 무역 전쟁에 휘말릴 경우 그 피해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에도 돌아간다는 점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일본의 경제 보복이 거세지면 맞대응하겠다고 경고하는 동시에 양국이 이번 갈등을 외교적으로 풀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일본 측에 반도체 등 3대 핵심 소재의 수출 규제 철회를 공식 요구한 것이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문 대통령이 직접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그만큼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얘기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차분하게 노력하겠다는 것은 한국과 일본의 우호 관계가 훼손되는 것을 외교적 수단을 동원해 막자는 것이다. (오늘 메시지는) 양국 관계가 외교적으로 돌이킬 수 없는 단계로 가는 것을 막자는 촉구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일본의 무역 제한 조치에 따라 우리 기업의 생산 차질이 우려되고, 전 세계 공급망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며 “호혜적인 민간기업 간 거래를 정치적 목적으로 제한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 측의 조치 철회와 양국 간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한다”며 “무역은 공동 번영의 도구여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믿음과 일본이 늘 주창해온 자유무역의 원칙으로 되돌아가기를 바란다”라고 주문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일본이 자유무역의 원칙에 따라 이 문제를 정치화하지 말고 풀어야 한다는 메시지”라며 “우리도 여러 가지 대응 카드가 있지만, 그 카드를 쓸 경우 두 나라 모두 상당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을 에둘러 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날 문 대통령은 일본의 조치에 대한 우려를 비교적 상세히 언급했다. 일본의 보복을 ‘정치적 목적’으로 규정하고, 한국 기업의 피해가 현실화될 경우 그냥 보고 있지만은 않겠다는 경고를 보낸 것이다.

 

다만 ‘강 대 강’ 대치로 간다면 양국 모두에 피해가 클 수밖에 없다는 인식에 따라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을 우려하면서 협의를 제안했다. 문 대통령은 정부 차원의 인내가 언제까지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청와대는 한국 국민과 일본 정부 양쪽을 향한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국민의 관심이 큰 사안이라 정부가 기업들의 애로사항을 청취해 대응책을 마련하자는 것”이라며 “또 하나는 일본을 향한 것으로 양국의 우호 관계 훼손을 막기 위해 성의 있는 협의를 촉구하고, 조치를 철회하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전례 없는 비상한 상황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부와 경제계가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하는 것”이라며 “상황 진전에 따라서는 민관이 함께하는 비상대응체제 구축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문 대통령은 경제 체질 개선에 착수하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이번 사태를 핵심 소재 국산화라는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정부는 부품, 소재, 장비 산업 육성을 국가경제정책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삼고 예산, 세제 등 가용 자원을 총동원해 기업을 지원하겠다”며 “중장기적 안목으로 수십 년간 누적되어온 우리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계기로 삼겠다. 한일 양국 간 무역 관계도 더욱 호혜적이고 균형 있게 발전 시켜 심각한 무역 수지 적자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여야 정치권과 국민께서 힘을 모아주셔야 정부와 기업이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협조를 당부했다.

 

한편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수출 규제를 대북제재 문제와 연계한 것을 두고선 정확한 의도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라는 게 청와대의 분위기다. 아베 총리가 이번 사태를 이달 치러질 참의원 선거에만 활용하지 않고 헌법 개정 등 정치적 숙원을 풀기 위한 불쏘시개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청와대 일각의 관측도 나온다.

 

NHK는 문 대통령의 조치 철회 요구에 대해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 측이 구체적으로 개선 조치에 나서지 않을 경우 수출 규제의 해제는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본 주요 언론들은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에 주목했다. 수습 국면으로 이어질지 여부에 대해선 회의적이지만 ‘대응과 맞대응의 악순환’이 양국 모두에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외교적으로 문제를 풀어가도록 노력하겠다는 발언만큼은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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