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보도한 전직기자 참회 글에 '사실무근'이라는 입장문을 낸 중앙일보

'노건호·용산참사' 악의적 보도 고백에 중앙일보 전 편집국장 “전혀 기억 없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07/09 [13:06]

중앙일보의 '코미디' 같은 해명에 네티즌 조롱글 이어져

 

이진주 전  중앙일보 기자의 허위기사 고백에 지시자를  찾아내 처벌  하라는 국민청원 글. 뉴시스

8일 중앙일보는 '[알려드립니다]이진주 전 기자 글 관련 중앙일보 입장'이라는 제목을 달고 아래와 같은 입장문을 내놓았다.

 

“이진주 전 중앙일보 기자가 페이스북을 통해 과거 자신이 작성한 용산참사,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 관련 기사들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이를 일부 언론이 인용 보도하는 과정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이 유포되고 있습니다. 본지가 당시 중앙일보 간부와 데스크들에게 확인한 결과 당시 보도가 허위기사였다는 등의 일부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1. 일부 언론은 이 전 기자의 용산참사 관련 보도가 허위보도였다고 보도하고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이 전 기자의 페이스북 글에도 용산참사 관련 보도가 허위 보도였다는 내용은 전혀 나오지 않습니다.

 

2. 일부 언론은 이 전 기자가 작성한 노건호 씨 관련 보도에 대해 중앙일보 간부와 데스크들이 의도를 갖고 취재 내용을 왜곡, 과장 보도했다는 취지로 보도하고 있으나 이 역시 사실이 아닙니다. 당시 기사는 취재된 내용을 있는 그대로 보도한 것이며 의도적인 왜곡, 과장은 없었습니다.

 

3. 따라서 이 전 기자 글과 관련해 청와대 국민청원 글에 명시된 "이 전 기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 가족 및 용산 유가족에 대한 허위 기사를 작성했으며 이 과정에서 회사 데스크의 사주를 받았다"는 표현 또한 사실과 다릅니다.

 

이진주 전 중앙일보 기자 페이스북 글이 7일 여러 언론매체에 실리면서 기사화되고 논란이 되자 세 부분으로 요약된 중앙일보 입장문의 일부다. 이 씨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쓴 글과 관련한 파문이 확산되자 중앙일보는 즉각적인 해명 글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았지만 누가 그걸 신뢰하겠느냐며 여파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중앙일보 측은 입장문 말미에 과거 동료였던 이 씨에게 법적으로 대응할지는 고민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중앙일보 관계자는 "회사 명예가 훼손될 소지가 있지만, 법적 대응은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7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 전 **일보 기자가 거짓기사를 쓰도록 조정한 사람들을 수사해 주세요'라는 청원글까지 게시됐다.

 

이진주 씨는 10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 씨와 용산 참사 유가족에 대해 쓴 기사가 해당 신문사의 조직적 차원의 의도적 보도임을 고백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자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청원 글이 올라오는 등 해당 글의 여파가 일파만파로 확대되고 있다.

 
이진주 씨는 지난 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2009년 중앙일보 기자로 재직하던 때의 일을 털어놓았다. 당시 그는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의 미국 유학 생활과 용산 참사 유가족 위로금 관련 취재를 했다.
 
그는 데스크의 지시로 미국 캘리포니아주 팔로알토에서 스탠퍼드대, LG그룹,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관계자 30명을 취재했다고 밝히면서 신문사 데스크의 의도된 프레임에 의해 노건호 씨가 미국서 호화 유학 생활을 하는 것처럼 기사가 작성되었다고 고백했다. 또 용산참사의 유족들이 보상금에 눈이 먼 사람들로 의도된 기사를 내보내 그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고 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노무현이라는 거대한 비극의 일부가 된 건, 지금도 이해하기 힘든 하느님의 실수 같다. 돌이킬 수만 있다면, 돌이키고 싶다. 그러나 제가 평생 지고 가야 하는 일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십 년이 되어도 이 일을 쓰는 것은 고통스럽다. 평생 그럴 것이다”라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에게 “저는 온 국민의 우상을 제 손으로 무너뜨렸고, 매일, 매 순간, 그의 죽음을 인식하며 살고 있습니다. 아무리 손을 씻어도, 제 손에 묻은 피를 다 닦아내지 못할 것을 압니다. 몇 번 이 일을 고백한 바 있지만, 평생 동안 몇 번이고 계속해서 사죄하고 참회하며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압니다. 서른 살의 죄가 마흔 살의 죄로 다시 돌아온 지금, 그 죄를 부인할 마음은 없습니다. 인정합니다. 저는 역사의 죄인이며, 그 트라우마를 안고 어떤 방법으로든 평생 속죄하며 살아갈 것입니다.” 
 
2009년 4월 10일 중앙일보 4면에 게재된 이 전 기자의 기사. 

이어 “광우병과 용산과 노무현을 거치며, 사람이란 얼마나 모순적이고 오류가 많으며, 가슴 아픈 존재인지를 뼈저리게 깨달았다. 그리고 제 죄가 얼마나 큰지도 새록새록 알게 됐다”라면서 “다시는 조직 때문에, 사람 때문에, 스스로 거슬리는 일은 하지 말자고 다짐했다.”라고 말했다.
 
2009년 용산 참사 보도에 대해서도 "용산의 정보를 받은 것은 한 형사로부터였다"며 "저는 사람의 목숨값을 돈으로 협상할 수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다. 그게 어느 쪽에서 어떤 목적으로 생산된 정보인지 깊이 헤아리지 못했다. 그때 저는 사람의 마음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진주 씨의 고백 글에 2008년에서 2009년 편집국장을 지낸 김교준 전 중앙일보 대표이사 겸 발행인은 8일 미디어오늘과의 통화에서 "노건호 씨의 자동차나 골프장 이야기는 지금 처음 듣는다"며 "내가 편집국장을 한 것은 맞지만 (이진주 씨 보도는) 전혀 기억에 없다. 기억이 나거나 내가 관여한 부분이 있다고 해야 코멘트할 수 있지, 전혀 모르겠다"라고 말했다.

 

JTBC로 이직한 또 다른 간부급 관계자는 "이 씨 페이스북이 보도되면서 중앙일보가 마치 악의적으로 기사를 사주하거나 부당한 지시를 내려보도가 이뤄진 것처럼 비쳐지는 면이 있는데 납득하기 어렵다"며 "1~2년 차 기자에게 팩트를 왜곡하라고 데스크가 지시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당시 중앙일보 데스크를 맡았던 기자들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 2007년 연말 입사한 어린 연차 기자에게 '왜곡 보도'를 취재 지시하는 건 상식적으로 말도 안 된다는 해명을 하고 나왔다.

 

이날 중앙일보의 뻔한 입장문 해명에 네티즌의 조롱이 이어졌다.

 

"기사를 쓴 당사자가 자신의 기사가 허위기사라는 고백을 스스로 내놨는 데도 불구하고 중앙일보는 당시 간부들과 데스크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라는 답변을 들었다면서 어떤 당사자가 이제와 내가 허위보도하라고 지시했다고 하겠냐.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네"

 

"법적 대응 안 한다는 거 보니 시켰네 시켰어. 명예훼손은 있지만 법적 대응 은 하지 않겠다 라는 말은 이게 사실이란 걸 웅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진실을 감추고 자신들의 입맛대로 여론을 조작하는 집단이 조.중.동 임을 잊지 말아야.. 편집국장 승인 없이 기사가 날 수 있냐?"

 

"그럼 20년 차 베테랑 기자에게 왜곡하라고 하냐? 회사 명예가 더러워지는데 법적소송은 걸지 않는다? 답 나왔네.. 1년 차 기자가 소설 써오면 데스크가 아무 검증 없이 신문에 실어주냐? 저 여기자 말이 더 신빙성 있구만"

 

"코미디 같은 어설픈 해명을 내놓을 때가 아니라 당시 보도와 관련한 신문사 차원의 진상팀을 구성해 제대로 된 진위여부를 밝혀야 그게 제대로 된 순서가 아니더냐, 결국은 그냥 어물쩍 덮고 넘어가겠다는 얄팍한 술수가 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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