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운동 단체 항단연 ”친일파 기리고 광복군 부정하는 향군회장과 광복절 동석불가”

항단연,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 발족...“민족 역량 결집 계기 될 것”

정현숙 | 입력 : 2019/07/09 [15:07]

항단연 "백선엽 독립군 탄압 사실, 향군은 제대장병 복지에나 신경써야"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재향군인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국군의 뿌리라고 주장한 재향군인회의 해체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4개 독립운동 기념사업회들의 연합체인 독립운동가 단체 모임인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가 김진호 재향군인회(향군) 회장의 광복절 기념행사 참석을 반대하면서, 독립운동가 단체와 예비역 군인 단체 간의 갈등이 야기되고 있다.

 

항단연(회장 함세웅 신부)은 예비역 군인단체인 재향군인회 김진호 회장에 대해 "광복군을 부정하며 독립운동가를 모독했다"며 "김 회장과는 광복절 기념행사를 함께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단연은 9일 "향군은 지난달 20일 광복회관 앞에서 김원웅 광복회장을 규탄하는 집회를 개최했고 '국론분열'을 운운하며 극우주의 세력과 동조해 편 가르기를 일삼았다"면서 "행정안전부와 국가보훈처에 김진호 향군회장의 광복절 기념행사 참석 불가 통보 요청을 전했다"고 밝혔다.

 

항단연은 이 공문에서 “김진호 향군회장은 독립운동가를 토벌하려 만들어진 간도특설대의 친일반민족행위자 백선엽을 전쟁영웅이자 국군의 뿌리라고 주장하며, 극우주의 세력과 동조해 편 가르기를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항단연 측은 “이런 악랄한 행태에 분노를 금치 못해 지난 3일 향군 규탄 집회를 갖고 향군 해체와 김진호 회장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지만 향군은 백선엽을 비호하는 현수막을 집회장에 내걸며 반성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향후 이런 일들이 재발하지 않도록 정부의 추가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행정안전부와 국가보훈처에 김진호 향군회장의 광복절 기념행사 참석 불가 통보 요청을 전했다”고 강조했다.

 

항단연 회장 출신인 김원웅 광복회장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백선엽 예비역 대장을 지난달 10일 예방한 데 대해 백선엽의 일제 간도특설대 복무를 거론하며 "국가정체성을 부인하고 항일독립정신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나섰다. 또 황 대표에게는 "몰역사적인 행위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향군은 지난달 20일 광복회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김원웅 회장이 백선엽 장군과 군 전체를 매도하고 창군 자체를 부정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항단연은 향군 사무실 앞에서 맞불집회를 열고 ‘향군해체’를 촉구했다.

 

독립운동가 단체와 재향군인회 간의 갈등은 조선의열단의 단장이었던 약산 김봉원에 대한 서훈 문제에서 촉발됐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현충일 추념식에서 김원봉의 공적을 거론하면서 정치권에서는 김원봉 서훈 문제가 재점화했다.

 

당시 황교안 자한당 대표는 문 대통령의 발언 후 김원봉과 '대척점'에 있는 창군 원로인 백선엽 장군을 예방했고, 이를 두고 독립운동가 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에 향군은 지난달 20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창군 원로를 부정하는 것은 국군 창설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반발하며, 김 회장의 대국민 사과와 함께 즉각적인 사퇴를 촉구했다. 또 "아무리 독립운동에 참여했다 해도 북한 정권수립에 기여한 인물은 대한민국 국가유공자가 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재향군인회(향군) 회원들이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광복회관 앞에서 열린 '김원웅 신임 광복회장에 대한 규탄과 김원봉 서훈 반대'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항단연도 이에 "향군이 전쟁 영웅으로 떠받들고 있는 백선엽은 한국전쟁의 공적이 있지만, 간도특설대 장교 출신"이라며 "국군의 모체인 광복군, 특히 만주벌판에서 활동하는 독립군을 탄압했던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향군은 ) 지금이라도 정치판에 기웃거리지 말고 경영을 정상화해 제대장병의 복지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노력하라"며 "나라를 위해 헌신하신 제대장병을 위해 무엇으로 보답할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 회원들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한민국재향군인회관 앞에서 친일파 옹호하는 재향군인회 해체를 요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뉴시스

 

이후 항단연은 지난 3일 서울 서초구 재향군인회관 앞에서 향군 해체를 요구하는 맞불집회를 했다. 항단연은 당시 "김원웅 광복회장을 규탄하는 집회에 대한 대응차원"이라며 "(향군이) 광복회장을 능멸했을 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을 상대로 막말을 퍼부었다"고 주장했다.

 

항단연 측의 이번 공문 발송으로 두 단체 간의 갈등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공문을 받은 행안부와 보훈처는 아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상황이다.

 

항단연, 조선의열단 100주년 사업추진위 발족

 

한편 항단연과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위원회(추진위)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아리랑과 애국가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발족식을 갖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추진위는 이번 발족식을 시작으로 의열단 창단일인 오는 11월 9~10일에 국민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100주년 기념식'을 개최하기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한다.

 

 

김원웅 광복회장과 함세웅 신부(항단연 회장)는 이날 공동추진위원장으로 개회사와 환영사를 맡았고 독립운동 관련 단체장, 관계기관장 등이 축사를 이어갔다. 


이날 각계각층의 추진위원들도 위촉됐다. 종교계에서는 문재인 대통령의 멘토로 알려진 송기인 신부를 비롯해 명진스님, 영담스님, 지선스님(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장), 김상근 목사가 추진위원으로 참여한다.

 

약산 김원봉의 조카 김태영 씨,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영화배우 김보성 씨 등도 이날 참석해 축하했다.

 

김원웅 광복회장은 발족식에서 "100년 전 일제 악재의 사슬을 끊고 떨쳐 일어난 3·1 민중봉기는 치열하고 장렬한 조선의열단의 창립으로 그 정수가 결집됐다. 조선의열단에는 김원봉 단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알려지지 않은 의열단원들에 대한 선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조선의열단에는 김원봉 단장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신채호, 이육사, 정율성, 김상옥, 나석주 등의 독립지사 이름을 열거했다.

 

▲ 9일 조선의열단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발족식 참가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서울의소리

 

이어 “정부가 올해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가장 순도 높은 민족주의 조직이며 가장 장렬한 투쟁을 한 조선의열단에 대한 기념이 통째로 빠져있다”며 “이는 친일에 뿌리를 두고 분단에 기생해온 기득권층의 반민족적 역사인식의 잔재에 아직도 갇혀있는 대한민국 정책 결정자들의 수준 낮은 역사의식에 기인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최근 일본의 보복성 수출규제 조치에 대해 “일제강제징용피해자 배상재판에 대한 일본의 경제보복이 가시화되고 있다. 1965년 체결된 한일조약으로 일제강제징용문제는 해결됐다는 것이 일본의 입장”이라면서 “그러나 국가 간의 합의로 개개인의 재산청구권을 박탈할 수 없다는 것이 21세기 문명사회가 수용하는 법리”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우리 민족의 이익을 대변할 자격이 없는 정권에 의해 잘못 길들여져 왔다”며 “문재인 정부는 절대로 뒷걸음쳐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일본의 경제보복은 경제 침략” 이라며 “남북 공동대응도 추진해야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조선의열단 창단 100주년은 민중의 자주, 평화를 밝힐 불길을 지피고 민족의 자주적 역량을 결집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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