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위 혜화역서 집회 “경찰의 데이트 폭력 조작 수사 규탄한다”

경찰의 부실·강압수사로 가해자-피해자 뒤바뀌어…8개월여만에 진실 드러나

편집부 | 입력 : 2019/07/13 [15:30]

- 지난해 10월 발생 '광주 데이트폭력 사건', 피해-가해 뒤바뀐 '조작'
- 담당 수사관, 쉽게 찾을 수 있는 CCTV '찾지 못했다'며 불리한 진술 강요
- "가해 여성 아버지는 전직 경찰서장, 친일파 부자 집안"…권력형 비리?
- '사법정의 추구' 당당위 "폭력경찰 파면하라", "가해여성 처벌하라"
- 국가인권위원회, 수사과정 조사 중…오는 15일께 결과 나올 듯
- 데이트 폭력, '여성 가해자-남성 피해자'도 많아…사회 통념 바뀌어야

▲ 당당위가 12일 개최한 '데이트폭력 조작수사 규탄시위' 현장에 플래카드를 걸어 놓았다.     ©서울의소리


시민단체 '당당위'가 약 6개월만에 서울 지하철 4호선 혜화역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이른바 '광주 데이트 폭력 사건'을 처리한 경찰의 부실·강압수사를 규탄하기 위해서다.

'당신의 삶과 당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하여'(당당위)는 12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앞 인도에서 "데이트폭력 조작수사 규탄시위"를 열어 해당 사건 조사 과정에서 언어폭력을 행사하거나 '조작'에 가담한 경찰관을 파면할 것과, 폭력·무고 가해 여성을 처벌할 것을 요구했다.

당당위는, 성폭력 의혹 사건에 대해 수사·사법기관과 언론이 여성 피해호소인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사건을 처리하는 관행에 문제를 제기하며 집회·1인시위·청원운동 등을 진행하고 있는 시민단체다. 이들은 성폭력 의혹 사건에는 무죄 추정의 원칙이 아닌 '유죄 추정의 원칙'이 작동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 당당위가 12일 개최한 '데이트폭력 조작수사 규탄시위'에서 '촛불 가수' 송희태 씨가 공연하고 있다.     ©서울의소리


이날 집회의 발단이 된 이른바 '광주 데이트 폭력 사건'이란 지난해 10월 28일 광주광역시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한 여성이 '남자친구가 자신을 납치해 차 안에 감금하고 성폭행을 했다'는 신고를 하면서 일어난 사건이다.

신고를 당해 피의자가 된 남성은 유사강간, 상해, 감금, 재물손괴, 성폭력처벌법위반 등으로 구속 기소되어 재판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6월, 1심 재판부가 주요 혐의인 유사강간과 상해를 무죄로 판단하면서 새로운 국면이 열리기 시작했다.

이 사건은 판결 이후에도 대중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가, 지난 3일 MBC <실화탐사대>가 이 사건의 내막을 다루는 방송을 내보낸 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등 지대한 관심을 받게 되었다. 경찰이 의도적으로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꿔버린 사건이기 때문이다.

통상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이나 '데이트 폭력' 사건에서는 '남성 가해자-여성 피해자' 구도가 보편화되어 있다. 그러나 해당 사건은 여성이 고소인(피해호소인)이고 남성이 피고소인(피의자·피고인)이라는 점에서는 다른 사건들과 같으나, 실제로는 여성이 가해자이며 남성이 피해자임에도 그 사실이 오랫동안 밝혀지지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경찰 수사관은 버젓히 존재하는 CCTV 영상을 무시하고, (실제로는 피해자인) 피의자에게 욕설 등으로써 불리한 진술을 강요하는등 사실상 사건을 조작하고, 검찰은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 기소했다는 점에서 더욱 충격적이다.

▲ 당당위가 12일 개최한 '데이트폭력 조작수사 규탄시위' 행진 중 참가자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있다.     ©서울의소리


오후 6시 10분부터 7시 20분까지 70분간 열린 본 집회에는 20~30명 내외의 소규모 인원이 참석했으며, 집회를 연다는 사실이 불과 3일 전인 지난 10일 공지되고 당일 음향 상태가 불량하여 진행이 잠시 중지되는등 집회 준비도 미흡해 보였다.

 

약 6개월만에 열린 이번 서울 집회는, 지난 3일 사건이 주목받은 이후부터 급하게 준비한 것임이 이처럼 곳곳에서 드러났다. 당당위 문성호 대표는 이에 관해 "경찰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뒤바꾸는등 사회적으로 중대한 사안이므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사건을 알리기 위해 긴급하게 집회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곳곳의 크고 작은 집회에 꾸준히 참가하며 '정의'를 노래해온 가수 송희태 씨가 이날 집회를 열었다. 송 씨는 현장에서 자신이 겪었던 '유사 사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15년 전쯤에 신촌에서 술을 먹고 여자친구가 나를 때렸다. 하지 말라고 잡고 있는 도중 지나가던 경찰이 우리를 붙잡고 차에 태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자친구가 (폭행이 아니라고) 난리를 하지 않았으면 나도 (광주 사건처럼) 그렇게 되었을 것"이라 말했다.

송 씨는 "현장 경찰이 얼마다 고생하는지 안다. 그러나 민중의 지팡이라 불리는 경찰 안에는 민중의 곰팡이들이 있구나 생각했다"며 "경찰 안에 나쁜 자들이 숨어있다. 그들에게 현장 경찰을 욕먹이지 말라 얘기하고 싶다"고 말했다. 송 씨는 이와 함께 부패 경찰을 비판하는 내용의 '민중의 곰팡이'라는 미완성 곡의 일부를 시연하기도 했다.

이어 당당위 문 대표가 발언에 나섰다. 그는 먼저 '사법정의, 반혐오, 진정한 성평등'이라는 단체의 목표를 소개하고,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집회의 취지를 설명했다.

문 대표의 발언은 사건 관련 영상들을 하나씩 재생하며 이에 관해 설명하는 '프리젠테이션' 방식으로 이어졌다. 첫 번째로 공개한 가해자(여성)과 피해자(남성)의 평소 영상 속에서 여성은 남성을 강하게 때리고 남성은 이를 참고 있었다. 문 대표는 "가해자는 이번 사건 이전에도 상습적으로 데이트 폭력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 당당위가 12일 개최한 '데이트폭력 조작수사 규탄시위'에서 문성호 대표가 거리 CCTV 영상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의소리
▲ 당당위가 12일 개최한 '데이트폭력 조작수사 규탄시위'에서 문성호 대표가 경찰 조사 영상을 설명하고 있다.     ©서울의소리


이어 술집 내부 CCTV와, 2개의 거리 CCTV 영상을 재생했다. 영상의 술집은 가해 여성이 '남자친구에게 폭행당했다'고 진술한 장소의 것인데, 오히려 여성이 폭행을 하고 남성은 여성을 잡고있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거리 모습을 담은 영상에서는 여성이 넘어지고 나서 남성이 일으켜 세워주니 여성이 폭행을 시작했고, 또다른 영상에서는 남녀가 대화를 나누다가 남성이 자리를 떠나니 여성이 쫓아갔다. 문 대표는 "여성이 쫓아가 차에 올라타는데, 이를 두고 여성은 남자친구가 차에 강제로 납치하여 3시간동안 끌고 다녔다고 진술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표는 이어 문제의 경찰 조사 영상을 재생하며 경찰을 강력히 규탄했다. 영상 속에서 피의자는 수사관에게 계속 CCTV를 살펴볼 것을 요구하지만, 수사관은 이를 무시하고 피의자에게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욕설과 폭언을 하는등 지속적 언어폭력을 저지르며 조서를 사실상 '조작'하려 하기도 했다. 문 대표는 "경찰은 CCTV가 있음에도 확인하지 않고 불리한 진술을 강요했다"며 이를 피의자의 어머니가 직접 찾아냈음을 지적했다. 그는 "이는 경찰이 남성을 범죄자로 만들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 것"이라 주장했다.

문 대표는 "사법 피해자들을 만나는 시민단체를 운영하다 보니 문제 있는 수사관들이 많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증거를 조작하는 수사관은 처음 봤다"며 자신도 증거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이 사실을 믿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상 수사관을 만나는 나도 믿지 못할만큼 끔찍하고 폭력적인 사건"이라서 "시민 여러분도 영상을 보기 전까지는 믿지 못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이어 "피해자는 자신이 남자라는 이유로, 상대가 사랑하는 여자친구라는 이유로 참아왔지만 여자는 상대를 폭력범으로 몰았다. 경찰은 피해자에게 '남자 새끼가', '쪼잔한 새끼'라고 하면서 성차별을 일삼고 오히려 '피해자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이것이 21세기 한국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라며 경찰을 규탄했다.

▲ 당당위가 12일 개최한 '데이트폭력 조작수사 규탄시위'에서 피해 남성의 어머니가 발언 도중 눈물을 훔치고 있다.     ©서울의소리


문 대표 다음으로 발언대에 오른 사람은, 이번 사건의 결정적 증거인 CCTV를 직접 찾은 피해자의 어머니였다. 그는 먼저 주요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장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어 "가해자는 31세에 폭행 3회, 음주운전 3회, 업무방해 1회로 다수의 전과가 있다"고 밝혔다. 또한 "아들은 실력 있는 야구선수였으나 감독들의 장난으로 인생이 꺾이더니 이후 자신없는 아이로 살아가던 와중에, 그 여자를 만나 거짓에 농락당하며 살았다"고 말했다.

피해자의 어머니는 이번 사건이 권력형 비리 사건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여자의 아빠는 전직 경찰서장, 그 집안은 여수터미널을 소유한 친일파의 후손"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이와 대조하며 "저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이라 하기도 했다. 이어 "친일파 후손은 역시 친일파 후손이고, 독립운동가 후손은 역시 독립운동가 후손"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해 11월 3일부터 '남자도 데이트폭력을 당할 수 있다'는 취지로 광화문, 여의도, 이대, 신촌 등지에서 선전에 나섰으나 공권력은 재판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며 "저는 모든 증거를 수집하고 다녔다. 경찰은 CCTV가 없었다거나 보지 못했다 하고 피해자가 지목한 장소에도 없었다고 했으나, 저는 30분만에 찾아 경찰에 재수사해달라 했다. 그러나 경찰은 (민원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며 재판 결과만 기다렸다"고 비판했다.

문 대표는 이에 대해 "남성은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받고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그러나 경찰은 사과하지 않고 '어머니 진행하시던 대로 민원 넣으십쇼' 라고 조롱조로 말하며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가해자였으면서도 남성을 억울하게 몰아 범죄자로 만드려 했던 여성은 우리나라 무고죄 판례에 따라 처벌받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당당위가 12일 개최한 '데이트폭력 조작수사 규탄시위' 참가자들이 행진을 시작하고 있다.     ©서울의소리


이어서 잠시 발언대에 오른 오세라비 작가는 "오는 길에 10대 여학생이 남성의 머리채를 쥐고 흔들며 때리는 것을 보았다"며, "장난인지는 모르겠으나 남성이 여성에게 그랬다면 당장 끌려갔을 것"이라며 경찰 등의 성차별적 법 집행을 비판했다. 또한 "가해 여성이 얼마나 뒤가 '빵빵'한지 처음 알았다"며 "그래서 경찰이 벌벌 기었는가"라고 지적했다.

'억울하게 성범죄자 되지 않기' 카페를 운영하는 오명근 변호사는 비슷한 사례를 설명하며 최근 법 집행에 전반적 편향성이 있음을 주장했다. 그는 "만약에 이것이 (CCTV 없이) 진행되었으면 (남성은) 징역 1년 정도 받았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변호사는 "CCTV가 나왔는데, 남성이 여성에게 이러는 영상이 공개되면 사법부의 법 감정상 남자는 구속된다"며 "왜 여자는 구속이 되지 않는가"라 물었다. 또한 피고인인 남성에게 적용된 모든 죄목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지 않은 것에 대해 "여성단체의 여론을 고려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자신이 수임한 사건 사례를 일부 공개하며 "(여자가)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눈물을 흘리면, '여자가 거짓말 하갰느냐'라며 (남자를) 처벌한다. 이렇게 진술만으로 처벌을 한다면 (성범죄 사건에서) 무죄 판결이란 나올 수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흉악 살인범 고유정이 사건 수사 중 '성폭행을 당해 항거하는 도중 살인했다'고 진술한 점을 언급하며, "성폭력이 이런 식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오 변호사는 지금 법원이나 수사기관이 현실을 모른다며 "여자가 착각하거나 악의로 고소를 악용하는 현실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처럼 완벽한 증거가 있지 않은 이상 자동적으로 처벌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이제 (남자가 가해자이고 여자가 피해자라는) 상식은 바뀌어야 한다"며 수사·사법기관에 "누구나 똑같다 생각하고 똑같이 대우해달라"고 요구했다.

▲ 당당위가 12일 개최한 '데이트폭력 조작수사 규탄시위'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침묵 행진을 하고 있다.     ©서울의소리


집회 이후 참가자들은 혜화역 일대 인도에서 침묵 행진을 하기도 하였다. 행진이 끝나고 집회를 마무리하는 자리에서 문 대표는 지나가는 시민들을 향해 "인터넷에 한 번만 '광주 데이트폭력 조작수사'를 검색해주시기 바란다"며 사건 영상(https://www.youtube.com/channel/UC59pnJKpc-jAZbJA-fC4Bnw/videos)을 보고 판단해줄 것을 부탁하기도 했다.

해당 사건 1심 선고 후, 지난 6월 17일 피고인의 항소와 20일 검찰의 항소로 이제 항소심에서 사실관계를 다투게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경찰의 부실·강압수사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오는 15일께 조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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