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먼저 만난 대북 강경파 볼튼의 이례적 행보..자한당 주장에 동조?

볼턴과 비공개 회동한 나경원 한국에 과연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 줄지 그 내용이 주목

정현숙 | 입력 : 2019/07/24 [10:30]

2018년 5월 7일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가 미국 방문 당시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과 만나 촬영한 사진. 

나경원 페이스북 캡처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비공개 회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전 국회 자한당 원내대표실 앞에서 기자들이 볼턴 보좌관과의 회동 여부를 묻자 "만나고 왔다”고 답했다. 

 

볼턴 보좌관이 정부 외교·안보라인의 고위 인사들을 만나기 전에 야당 원내대표를 먼저 접촉한 것은 정치권에서도 이례적인 경우로 받아들여진다.


이날 회동은 나 원내대표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서울 중구 정동 미 대사관저에서 비공개로 진행됐다. 나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는 한·미·일 협력에 도움이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갈등의 장기화가 궁극적으로는 한·미·일 안보 공조에도 균열을 낼 수 있다는 취지로 보인다.

미국의 대표적 매파로 대북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이 만난 한국 정계인사는 나 원내대표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미국이 내심 자한당이 주장하는 한일 갈등 해법과 한국의 한일 군사정보보보협정 유지 주장 등에 뜻을 같이 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정경화 외교부장관, 정경두 국방부장관 등을 잇따라 만나 한일 갈등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문제, 호르무즈 해협에의 한국군 파병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나경원과 볼턴의 인연.. 북한과 일본 문제 "인식 같이 했다"

 

지난 2018년 미국의 북미정상회담 취소와 2차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진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나경원 원내대표가 23일 비밀회동으로 정부 인사들을 만나기 전 먼저 만남을 가져 남북관계와 한일관계에 찬물을 끼얹던 과거 선례로 일각에서는 우려의 시선을 보이고 있다.

 

볼턴 백악관 보좌관과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는 과거부터 대북관계에 대해 인식을 같이 했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지난 1월 11일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여야 5당 지도부가 미국 방문을 했을 때 나 원내대표는 미국 조야지도자들을 만나 종전선언 반대를 외치고 다니면서 한반도 화해무드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에 대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별보좌관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요인중 하나는 나경원 원내대표가 방미 당시 뱉은 발언때문”이라고 밝힌바 있다.

 

문 특보는 지난 3월 13일 공직자 평화통일특강에서 “나 원내대표가 2월 11일 미국 의회 방문당시 미국 민주당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 등과의 대화에서 ‘남북 경제협력에 반대한다’는 발언을 하여 미국의 대북기조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나 원내대표는 당시 미국 정치인들 앞에서 ‘남북경협 안 된다. 남측이 비무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를 했다”며 “이 발언이 미국 정가의 대북 기조를 바꾸는 계기가 된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시 문 특보는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의 다른 원인으로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목하며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한미일 3국 보좌관 회의를 제안했을 때 볼턴은 콜롬비아를 방문해 베네수엘라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어 거절해놓고 불현듯 하노이로 갔다”며 “볼턴이 점진적인 해결 방안보다 일괄타결을 주장해 북한에 부담감을 준게 의심된다”고 말했다.

 

당시 국회 방미대표단의 일원이었던 김종대 정의당 의원 역시 나경원 원내대표의 이런 행각을 이해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한반도 주변 정세가 ‘나경원 프레임’으로 짜여지고 있다”며 베트남 하노이 정상회담을 2주앞두고 벌인 나 원내대표의 방미외교활동을 들추었다.

그는 “나 대표는 미 조야에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3 NO’ 프레임을 제시했다”며 “완전한 북한 비핵화 이전에 종전선언, 경제제재 해제, 한미 군사훈련 중단을 협상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였다”고 상기시켰다.

“공식 일정만으로 모자랐는지 나 대표와 자유한국당 의원 일행은 문희상 의장과 헤어져 미 의회 의원들과 매파 전문가들과 만나 계속 북미 협상을 깨는 논리를 전파했다. 코헨 전 국방장관, 파웰 전 국무장관 등 지한파 전문가들을 만나 북한과의 협상의 부당성을 호소한 것이다. 그것이 한반도 평화를 은근히 견제하는 일본의 전략과도 맞아떨어졌다.”

특히 “나 대표의 모든 워싱턴 발언에서 한 번도 빼놓지 않고 나온 주장이 ‘일본과도 공조해야 한다’는 ‘한·미·일 공조론’이었다”며 “일본의 보수 세력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나경원이라는 원군을 얻었다”고 언급, 나 원내대표의 매국적 친일행각을 꼬집었다.

 

앞서 2018년 6월 12일에 예정됐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북미 정상회담이 한달이 채 안돼 5월 25일 취소된 바 있다. 미국 워싱턴 지역지 ‘워싱턴 이그재미너’ 등 현지 매체들은 북미회담 전격취소 배경에 존 볼턴 보좌관의 역할이 컸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알지 못하는 움직임이 볼턴 보좌관을 중심으로 있었고,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결정을 설득한 요인이 됐다는 것이다. 실제 폼페이오 장관과 볼턴 보좌관은 최근 북핵 문제를 두고 여러 차례 불협화음을 노출해왔다.

볼턴 보좌관은 ‘네오콘’(미국 내 신보수주의 세력)으로 분류되는 대표적인 보수 정치인으로 일본 아베 정부와 대단히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2018년 4월 백악관 안보보좌관 자리에 오른 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등 대북 강경 자세를 고수하고 있다.

 

볼턴은 남북회담을 시작으로 줄곧 문재인 정부 대북외교를 비판하고 있는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와 지난해 5월 초에 워싱턴에서 만났다.

당시 한미일 의원회의 한국 대표단 단장 자격으로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던 나 원내대표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이전에는 어떠한 대북 지원도 자제해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며 볼턴 보좌관과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나 의원은 북미정상회담 취소가 된 당일 오전 페이스북에 “문재인 정부의 김칫국 외교가 북미 대화 기회를 날렸다”며 다시 한번 정부의 외교 대응을 비난했다.

 

오늘 이렇게 남북 문제와 일본 문제에 비슷한 인식을 같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나경원 원내대표와 볼턴 안보보좌관이 만났다. 그들의 비밀회동이 일본의 수출규제 도발로 경제적 마찰을 겪고 있는 한국에 과연 긍정적 결과를 가져다 줄지 그 내용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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