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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시 국산화 반년.. 日 '아베발 부메랑' 맞을 수도

삼성, 모든 반도체 소재 탈일본으로 “일본산 소재ㆍ화학약품 220여개, 국산ㆍ제3국산으로” TF 가동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8/07 [08:54]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시 국산화 반년.. 日 '아베발 부메랑' 맞을 수도

삼성, 모든 반도체 소재 탈일본으로 “일본산 소재ㆍ화학약품 220여개, 국산ㆍ제3국산으로” TF 가동

정현숙 | 입력 : 2019/08/07 [08:54]

삼성, 생산 공정에서 일본산 소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탈일본 생산 원칙’ 확립

 

이미지/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7일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법령 개정안을 공포했다.

일본은 관보를 통해 수출무역관리령을 개정해 한국을 수출 우대국 목록에서 제외하며 공포 후 21일이 경과한 날로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가운데 한국은 일본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장비 산업의 자립과 함께 탈일본으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느냐는 문제가 관건으로 떠올랐다.

 

이번에 고무적인 것은 삼성전자가 반도체 생산 공정에 들어가는 일본산 소재를 국내산이나 유럽, 미국 등 제3국이 생산한 소재로 모두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자, 생산 공정에서 일본산 소재를 원칙적으로 배제하는 ‘탈일본 생산 원칙’을 확립한 것이다.

 

삼성 등 국내 대기업이 일본산 반도체 소재를 더 이상 사용하지 않기로 하는 등 한국 기업들의 소재 국산화 및 수입선 다변화 구축 분위기가 활발해지면서 일본 기업들의 부메랑 피해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한일 기업 간 상호 의존도가 높아 한국 기업에 피해나 비용이 발생하면 일본 수출기업이나 소니와 파나소닉 등 한국 반도체를 사용해야 하는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공정에 쓰이는 정밀 제조 장비를 50종류 넘게 만드는 경기도 소재 한 회사는 장비를 모두 자체 기술로 개발하면서 국산화율을 70%로 끌어올렸다고 MBC가 보도했다.

 

공장 외벽에는 태극기까지 내걸고 기술 개발에 매달린 결과인데, 보유한 원천기술이 18건, 특허는 2천1백 건에 달한다. 반도체 장비의 국산화율은 18%, 소재·부품은 50% 수준에 머물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업체 대표는 단지 시도해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국내 중소기업으로 이미 탄탄한 입지를 다진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대표는 "국산화율을 높이자고 얘기하는 사람도 없었고 쓰자고 하는 사람도 없었기 때문에 국산화율이 낮았다, 기술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5년 내로는 (국산화가) 다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일본 의존도가 더 높은 반도체 소재·부품의 경우에도 관련 기업 10곳 중 8곳이 4년 안에 국산화가 가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일본 3대 수출 규제 품목 중 하나인 불산의 경우 내년 2월이면 국산화가 가능하며, 결국, 일본 업체에 부메랑으로 돌아갈 거란 전망도 나왔다.

 

[박재근/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 "내년 2월 정도면 전부 불산 쪽은 (국산화가) 가능하지 않겠냐…그러면 일본회사는 결국 매출액의 큰 데미지를 입고, 최악의 경우는 파산도 할 수 있지 않느냐…"

 

다만 국산화를 앞당기려면 대기업이 국내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적으로 구입하도록 한 뒤 혜택을 주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모든 소재와 부품을 전부 국내에서 만드는 건 불가능한만큼, 일본 외 국가의 대체품이 많은 품목은 국산화보다는 해외 기술 도입이나 기업 인수 지원에 주력하는 것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7일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투입되는 약 220여가지 일본산 소재와 화학약품을 다른 나라 제품으로 대체하기로 하고, 이 작업을 추진하기 위한 별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는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국내 및 해외 기업과 접촉해 ‘실제 공정에 투입이 가능한 품질인지, 공정에 투입한다면 생산량을 얼마나 늘릴 수 있는 지’ 등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반도체 협력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반도체 소재 생산 기업 여러 곳에 연락을 취해 일본 제품 대체재 확보를 위한 다양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며 “일부 업체는 협의가 상당히 진행돼 실제 생산라인 적용을 위한 테스트 단계에 돌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일본산 소재를 교체하겠다는 삼성의 원칙은 상당히 엄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미국 지역 소재 업체가 생산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본에서 원료를 수입한 뒤 한국에서 가공해 삼성에 납품하겠다’는 계획을 밝히자 삼성은 ’재팬프리(일본산 배제)’ 원칙을 제시하며 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 지역의 소재 업체 관계자는 “유럽에도 원료가 있지만 지리적으로 가까운 일본에서 원료를 들여와 이를 가공해 납품하는 게 경제적으로 더 이득인데도, 삼성 측은 원료라도 일본산 소재가 섞이면 곤란하다는 입장이라 본사에서 원료를 들여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의 이번 조치를 두고 업계에서는 정치적인 문제를 이유로 국제 분업 체계를 흔들고 있는 일본에 계속 의지해 생산라인을 가동하기 어렵다는 삼성의 현실적 고민이 반영됐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한국일보 그래픽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 수출 규제 조치 후 바로 일본으로 건너 가 소재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제3국을 경유한 수출까지 막는 일본 내 강경한 분위기를 보고 소재 탈일본 결심을 최종적으로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체 소재를 찾는 동안 생산량 감소 등 단기적 손실을 볼 수도 있겠지만, 소재의 탈일본화 완성이 생산라인 안정화 등 장기적 관점에서 더 이득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삼성 등 국내 반도체 제조사들의 소재 교체 작업이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새 소재를 찾더라도 생산라인 안정화 작업 등을 거쳐야 해 국내 업체들은 그 기간 동안 생산량 감소 등의 손실도 감내해야 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주요 고객인 한국 반도체 기업을 놓치지 않으려면 일본 기업이 생산거점을 한국이나 제3국으로 이전해야 하는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일본 기업과 거래하는 한국 기업 관계자는 “한국 기업들은 만일을 대비해 불확실성에 대한 조치를 할 수밖에 없다”며 “일본 기업들도 이러한 움직임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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