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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였던 나의 사랑하는 엄마에게'.. 배우 한지민이 낭독으로 전한 이야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유족 편지 낭독.. 참석한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해

정현숙 | 기사입력 2019/08/14 [14:59]

'위안부였던 나의 사랑하는 엄마에게'.. 배우 한지민이 낭독으로 전한 이야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유족 편지 낭독.. 참석한 할머니들을 위로하고 아픔을 함께해

정현숙 | 입력 : 2019/08/14 [14:59]
YTN 화면


14일은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이다. 28년 전 8월 1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였던 고 김학순 할머니가 위안부 생존자 중 최초로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이다. 
할머니의 첫 증언 이후 위안부 문제가 국제사회에 알려졌다.

 

1991년 8월 14일 김학순(1924~1997) 할머니가 위안부 피해 사실을 공개 증언한 날로부터 11년 뒤인 2012년 이날을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아시아연대 회의에서 ‘세계 위안부의 날’로 지정했다. 


정부 또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기리고 문제를 국내는 물론 국제사회에 알리기 위해 2018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으며 국가와 각 지방자치단에서 각종 기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14일 서울 용산구 백범 김구 기념관에서는 2회째를 맞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기념식에서 영화배우 한지민(36) 씨가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로하는 편지를 낭독했다.


그는 이날 ‘위안부였던 나의 사랑하는 엄마에게’라는 제목의 편지를 낭독했다. 그가 낭독한 편지에는 17살의 나이에 강제로 전장으로 끌려가 위안부가 되야 했던 위안부 할머니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담겨있다. 여성가족부가 일본군 위안부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유족들의 재확인을 받아 완성했다.

 

"엄마 나이 열일곱, 전쟁 때 다친 사람들을 간호하러 가신 게 아니구나. 누군가에게 강제로 끌려가 모진 고생을 하신 거구나. 어렴풋이 짐작만 할 뿐이었습니다. 뼈가 튀어나올 정도로 다친 어깨와 허리 때문에 팔을 들어 올리지도 못하시는 엄마를 보면서도 무엇을 하다 그렇게 심한 상처를 입으신 건지 엄마한테는 차마 물어보지 못했습니다. 겁이 났습니다."

 

"그런 일들이 있었다는 것이 무섭기만 했고 그 많은 사람들 가운데 하필이면 우리 엄마가 겪은 일이라는 게 더 무섭고 싫기만 했습니다. 혹시라도 내 주변 친구들이 이런 사실을 알게 되면 어쩌나 그저 두렵기만 했습니다"

 

"엄마는 일본말도 잘하시고 가끔은 영어를 쓰시기도 하셨지만 밖에 나가서 이야기를 하실 때는 전혀 사용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디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는 엄마 얘기를 절대 해서는 안 된다며 제게도 항상 신신당부하시곤 했었죠.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아니, 어쩌면 저는 아무것도 알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애써 외면했습니다. 제가 알게 된 엄마의 이야기를 모른 체하고 싶었습니다. 철없는 저는 엄마가 부끄러웠습니다. 가엾은 우리 엄마. 미안하고 죄송합니다. 그 깊은 슬픔과 고통을 안고 얼마나 힘드셨을지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옵니다."

 

"엄마. 엄마가 처음으로 수요 집회에 나갔던 때가 떠오릅니다. 처음에는 어디 가시는지조차 몰랐던 제가 그 뒤 아픈 몸을 이끌고 미국과 일본까지 오가시는 것을 보면서 엄마가 겪은 참혹하고 처절했던 시간들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자세하게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가 생전에 하시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끝까지 싸워다오. 사죄를 받아다오."

 

"그래야 죽어서도 원한 없이 땅속에 묻혀 있을 것 같구나. 이 세상에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해. 다시는 나 같은 아픔이 없어야 해. 엄마는 강한 분이셨어요. 그러나 엄마는 그렇게 바라던 진정한 사죄도, 어린 시절도 보상받지 못하시고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살아있는 모든 순간이 고통과의 싸움이었을 엄마를 생각하며 저는 울고 또 울었습니다."

 

"엄마. 끝내 가슴에 커다란 응어리를 품고 가신 우리 엄마. 모진 시간 잘 버티셨습니다. 이런 아픔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저희가 이어가겠습니다. 반드시 엄마의 못다 한 소망을 이루어내겠습니다. 이제 모든 거 내려놓으시고 편안해지시길 소망합니다. 나의 어머니. 우리 모두의 어머니. 사랑합니다"라고 마무리했다.

 

편지를 읽는 내내 한지민 씨는 눈시울이 불거지기도 하고 목소리가 떨리며 감정에 복받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한지민의 낭독을 들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눈에도 눈물이 한가득 맺히면서 슬픔을 억누르는 모습이었다.


그는 앞서 위안부 피해자이자 증언자였던 김복동 할머니가 일본의 사죄를 받기 위해 투쟁했던 27년간의 여정을 담은 영화 ‘김복동’의 내레이션에도 참여해 할머니의 마음을 대변하고, 실제 일어난 사건들을 짚어내며 차분한 목소리로 영화에 더욱 귀 기울게 하는 힘을 발휘했다. 

 

 

한 씨는 '김복동' 홍보 인터뷰 영상을 통해 "배우는 좀 더 영향력있게 전달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는다"며 "기회들이 주어져서 당연히 그 힘을 싣어드리고자 동참하게 됐다"고 참여 계기를 전했다. 

 

또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들을 조금은 담담하고 담백하게 전하고 싶었고, 때로는 할머니께 마음이 잘 전달됐으면 하는 진심을 갖고 하려고 노력했다"며 "관심을 갖고 목소리를 내야지 하다가도 일상 생활을 하면 때때로 잊혀지기도 했다. 할머니께서 평화인권운동가로서 활동까지 목소리를 냈다는 걸 미처 몰랐다는 것에 죄송하고 부끄럽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잊지 않고 기억해야 되는 이야기인거 같다"며 "한번 보고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가 아니라 할머니가 그 동안 걸어오신 길과 길 위에서 외치셨던 그 모든 말들을 우리가, 그리고 또 우리 다음 세대도 꼭 기억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고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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