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도 뚫어버린 2만 여명의 뜨거운 함성.. "아베 사죄하라!" 세계에 외치다

27년 7개월 1400회 빠짐없이 이어오며 인권·평화 외친 '정기 수요집회' 사상 최대 2만명 운집

정현숙 | 입력 : 2019/08/15 [08:35]

일본, 미국, 대만, 호주 등 세계 12개국 37개 도시에서 집회 함께 진행

 

제 1400차 수요 집회에 참석한 2만 여명의시민들. 시사저널

 

일본 정부에 전쟁 범죄 인정과 위안부 동원 사죄 등 해결을 요구하며 매주 열리는 '정기 수요집회'가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1400번째를 맞았다. 이날 체감온도 35도가 넘는 뜨거운 폭염도 아랑곳없이 사상최대 2만 여명의 시민들이 함께 했다. 

 

수요집회가 열린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는 중고생과 시민 등 2만여 명이 모여 위안부 문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배상을 포함한 법적 책임 이행 등을 요구했다. 위안부 피해자인 길원옥(91) 할머니도 자리를 지켰다.

 

집회 참가자들은 '기억하라 한국, 사죄하라 일본', '우리가 증인이다'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일본군 위안부 제도가 국가 정책으로 기획되고 집행된 전쟁범죄임을 인정하라. 일본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공식 사죄하라"고 외쳤다. 길 할머니는 "더운데 많이 오셔서 감사하다"면서 "끝까지 싸워서 이기는 게 승리하는 사람"이라고 짧게 말했다.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1400차 정기 수요집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7년 7개월 동안 단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진행된 ‘수요시위’와 ‘세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이기도 한 이날은 부산, 수원 등 국내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대만, 호주 등 세계 12개국 37개 도시에서 집회가 함께 진행돼 의미를 더했다.

 

서울 남산에선 일본군 위안부피해자 기림의 날을 맞아 기림비가 세워졌다. 손을 맞잡은 한국, 중국, 필리핀 국적의 세 소녀와 1991년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공개 증언한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이들을 바라보는 모습을 표현했다. 또 수요 시위의 주역 고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는 동상도 경기도 이천에 세워졌다.

 

단일 주제 집회로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이어졌다. 수요시위에서 한결같이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일본 정부의 전쟁범죄 인정과 진상 규명,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 등이다.

 

그러면서 수요시위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넘어 약자의 인권 보호와 세계 평화를 외치는 곳으로 자리매김했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이날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목소리가 있었기에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었다”며 “서울 종로 한복판에서 시작된 외침은 세계로 퍼져나갔다”고 강조했다.

 

젊은 세대들이 수요시위에 적극 동참하면서 그 외연도 확장됐다. 정의기억연대에 따르면 최근 수요시위 참가자 중 70%는 청소년이다.

 

74주년 광복절을 하루 앞둔 14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1400차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에 참석한 시민들이 ‘우리가 증인이다’, ‘끝까지 함께 싸웁시다’라고 적힌 팻말 등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1992년 시작된 수요시위는 피해를 증언하고 위로하는 공간이자, 미래세대에겐 살아있는 역사 교과서다. 집회에선 또, 북측에서 보내온 연대 사와 세계 각지의 연대 발언이 이어졌고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에 사죄를 촉구했다.

 

"아베, 위안부 문제 사죄하라!" '수요 집회' 도쿄 집회

 

“아베 총리는 위안부 문제에 사죄하라! 사죄하라!”
 

14일 오후 5시 도쿄 지요다구 히비야(日比谷)공원 앞. 300여 명의 일본 시민들이 도로로 뛰쳐나와 현수막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30도가 넘는 무더운 날씨에도 이들은 약 1.5㎞ 구간을 행진하며 일본 정부의 진심어린 사과를 요구했다.

 

천 4백번 째를 맞는 수요 집회는 일본에서도 열렸다. 그것도 11개 도시가 동참했다. 또 일본의 젊은층이 위안부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인식조사 결과도 공개됐는데 5명 중 4명이 위안부는 존재한다고 답해서 아베 정부 입장과 많이 달랐다.

 

위안부 한일 합의에 대한 발표에 나선 한 대학생은, 피해자가 빠진 정부간 합의일 뿐이라며, 피해자가 받아들이지 않는 해결책은 최종적이지도 불가역적이지도 않은 해결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도쿄에서 열린 수요집회. MBC뉴스데스크 화면

 

[우에노소노 유키코/집회 참가자] "사죄라는 것은 진상규명과 피해자 마음에 다가가서 하는 것입니다."

 

특히 이번 집회에서는 위안부 문제 뿐 아니라 강제징용 대법원 판결에 대한 일본 전범 기업의 보상 문제, 최근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한 최근 한일 간 이슈 전반을 해결하라는 구호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다.

 

집회 참가자들 중 상당수는 20, 30대 젊은층이었다. 심지어 10대도 있었다. SNS를 통해 위안부 문제를 접했다는 대학생들은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하고 이를 마주해야 꼬인 한일 관계가 풀린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집회에 참가했다.

 

집회에 앞서 공원 내 히비야컨벤션홀에서 열린 포럼에서 ‘강제연행’이라는 주제로 발표를 한 대학생은 위안부 피해자들의 증언을 보여주며 “가족을 위해 일을 하며 돈을 벌 수 있는 말로 어린 소녀들을 속인 것은 명백한 사기이고 용서받을 수 없는 행위”라며 “‘강제연행에 대한 증거가 없다’는 아베 신조 정권의 말은 완벽한 ‘페이크(거짓)’”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제74주년 광복절인 15일에도 서울 도심 곳곳에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규탄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시민단체 18개로 구성된 ‘강제동원 문제 해결과 대일 과거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광복 74주년, 일제 강제동원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대회’를 개최한다. 공동행동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영정 사진을 들고 일본대사관 앞까지 행진한 뒤 일본 정부에 항의하는 내용의 서명 용지를 전달할 계획이다.

 

아베 총리를 규탄하는 5차 촛불 집회도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다. 750여개 시민단체 연합인 ‘아베규탄시민행동’은 이날 오후 6시 광화문 광장에서 ‘8·15 아베 규탄 범국민 촛불 문화제’를 개최한다. 

 

독립유공자 후손과 위안부 피해 할머니가 참여하는 타종행사는 종로 보신각에서 열린다. 올해 타종행사에는 박원순 서울시장과 독립유공자 후손 등 14명의 인사들이 참석해 총 33번 종을 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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