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인 농성진압 조짐에 김진숙 “뛰어내리겠다”

한진중 181일째 고공 농성…‘일촉즉발’ 상황 계속

서울의소리 | 입력 : 2011/07/06 [03:32]

한진중공업 농성현장에 나가있는 한 시민은 "부산시장과 시의회의장 그리고 그외 여러 작자들이 오늘 한진 중공업  정상화를 위한 기자회견을 한답시고 난리를 피우는 있다."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한진중공업 정상화를 바라며 조용히 지켜보는 시민들은 자기내 국민이고 잘 못 된 것을 지적하는 시민은 외부세력이라 한다."며 "너무 기가 막히다."는 글과 함께 한겨례 기사를 올렸다. 


<한겨레>는 5일 김진숙 위원과 전화로 인터뷰했다. 김 위원은 “경찰의 강제진압이 시작되면 크레인 위에서 뛰어내리겠다”고 말했다. 김 위원의 목소리는 비교적 차분했지만 “매일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져 심리적으로 불안하다”고 말했다.
 
“강제 진압하면 뛰어내리겠다.”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지역본부 지도위원이 181일째 고공 농성을 이어가고 있는 부산 영도 한진중공업 파업 현장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5일 오전 10시30분께 한진중공업 용역 직원들은 김진숙 위원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크레인 주변에 추락방지용 대형 그물 설치를 시도했다. 공장 바깥에서 이를 지켜보던 노동자들은 김 위원에 대한 진압에 들어간 것으로 판단하고 공장 담벼락 쪽으로 이동하며 항의하다 7명이 경찰에 연행됐다. 이중 6명은 현장에서 석방되었고 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 간부 정아무개씨는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부산 사하경찰서로 연행됐다. 김 위원은 한 때 크레인 난간 바깥으로 몸을 내밀어 뛰어내리겠다고 경고했고 용역들은 그물설치 시도를 중단했다.

» 김진숙 위원
-조금 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농성을 벌이고 있는) 85호 크레인 주변으로 오전 10시30분께 한진중공업 용역들이 크레인과 트레일러 등을 동원해 몰려왔다. 크레인 주변에 그물을 치려고 했다. 내가 크레인 난간으로 몸을 절반 정도 내밀어 뛰어내리려고 하자 현재 작업은 멈춘 상태다. 공장 바깥에 있던 노동자 40여명이 그물 설치를 막으려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경찰에 연행됐다.

-그물은 왜 치는 건가

=내가 뛰어내릴 가능성에 대비하는 것 같다.    

-정말 뛰어내리려고 했나

=정말 뛰어내리려고 했다. 나는 목숨을 끊을 각오가 되어 있다. 나는 여기서 김주익씨가 목매 자살한 모습을 그대로 본 사람이다. 내가 어떤 생각으로 여길 올라왔겠나. 공권력을 동원해 나를 강제로 끌어내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뛰어내릴 거다. 다른 선택은 없다.

-그래도 목숨만은 버려서는 안되지 않나.

=나보고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살아야 한다고 말 한다. 건강해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세상이 나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는데 내가 어떻게 살 수 있겠나.   

-크레인에서 내려와서도 싸울 수 있는 것 아닌가

=지금 이걸 해결하고 내려가지 않으면 평생을 죄책감을 안고 살아야 한다. 김주익과 곽재규를 땅에 묻고난 뒤 8년동안 나는 하루도 죄책감에서 못벗어났다. 그것을 다시 반복할 수 없다. (고 김주익과 고 곽재규는 모두 한진중공업 노동자로서 2003년 정리해고에 반대해 싸우다 목숨을 끊었다. 고 김주익은 현재 김진숙 위원이 농성을 벌이고 있는 85호 크레인에서 목을 매 숨졌다.)  

-크레인에 올라간지 181일째다. 몸 상태는 어떤가.

=온 몸이 아프다. 지난 해 정리해고에 반대하며 24일간 단식농성을 해, 올라올 때부터 위가 상하는 등 몸이 안좋았다. 류머티스 관절염도 있고 예전에 고문을 당해서 그런지 몸이 많이 안좋다. (김진숙 위원은 한진중공업에 흡수된 대한조선공사의 노동조합 대의원으로 1986년 출마했다가 대공분실에 끌려가 고문을 당했다.) 게다가 요즘은 매일 크고 작은 소동이 벌어져 심리적으로 매우 불안하다.

-전기는 아직도 안 들어오나.

=안 들어오고 있다. 전기가 없다는 것은 단순히 어두움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생존과 밀접하다. 크레인 난간에 바람이 거세게 불어 몸이 휘청거려 위험하다. 또 밤에 깜깜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게 아무 것도 없어서 고립감이 매우 심하다. 한진중공업은 내가 스마트폰을 이용하지 못하게 하려고 전기를 끊은 것 같다.

-크레인 중간 즈음에 있는 노동자들은 상태가 어떤가.

=현재 6명의 노동자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들에게는 휴대폰도 지급이 안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와의 약속도 어기고 있다. 지난 4일에는 설사 증세를 보이는 노동자가 있어 의사가 공장 정문 앞까지 왔는데 회사가 들여보내지 않았다. 크레인에서 내려와야만 치료를 받을 수 있게 해주려나보다.

-6월22일 노사는 김진숙 위원의 신변을 노조에서 책임지는 것으로 합의했지만 경찰이 강제진압을 할 수도 있다고 보나.

=7월9일 2차 희망버스가 내려온다. 그 전에 여기를 정리해 한진중공업 농성이 전국적 이슈가 되지 않도록 하려는 것같다. (경찰은 “김진숙 위원에 대한 강제진압 계획이 없고 그물망을 설치하는 것은 김 위원의 안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다”라고 5일 <한겨레>에 해명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있다면.

=4일 밤 길바닥에서 촛불 집회를 하던 노동자들이 연행됐다. 일 자리를 지키고 새끼들 끼고 먹고 살려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인가. 필리핀에서마저도 노동탄압의 대명사가 된 부도덕한 한진중공업 자본을 지키려고 기를 쓰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면서 말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낀다. 이 땅에 정의와 민주주의가 한줌이라도 존재하는 게 맞나.   

한겨례 허재현기자 catalunia@hani.co.kr

» 김진숙위원이 7월 3일 시민들에게 쓴 편지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6개월이 넘는 파업사태를 접고 자율적이고 평화적인 ‘노사합의’를 이뤄낸 데 대해 부산시민과 더불어   환영의 박수를 보냅니다. 온갖 어려움 끝에 얻어낸 ‘6·27 노·사합의’는 부산시민이 열렬히 염원하던 것으로서, 이는 반드시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동안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는 장기간의 파업과 직장폐쇄로 근로자와 그 가족은 물론, 많은 부산시민에게 고통과 불안감을 안겨주었습니다. 조선소 근로자만 1400여명이고, 협력업체도   38개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들 모두 오랫동안 조업을 못해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그 직원과 가족들의 고통은   헤아리기 힘들 것입니다.
이러한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하여 노·사가 내린 합의정신을 바탕으로,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가 하루빨리 상생방안을 찾고 일감 수주에 나설 것을 촉구합니다. 그리하여, 부산경제의 든든한 대들보이자, 70년 역사의 맏형 향토기업으로 다시 우뚝 서   줄 것을 염원합니다.
그리고, 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는 과격한 시위는 자제하여 주시고, 시민생활의 안정과 조선소의 정상 가동에 힘을 모아주실 것을 촉구합니다.
 
아울러, 노·사 합의정신을 희석시키는 노·사당사자 이외의 일부 동향에 대해서도 대다수 부산시민은 크게 염려하고 있으며,  조선소의 조기 정상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노·사의 자율적 합의에 따른 상생노력을 지켜보는    인내심을 발휘할 시기인 만큼, 조기 정상화를 저해하는 어떠한 행동도 자제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합니다.
부산시와 부산고용노동청도 퇴직근로자의 재취업과 생활안정을 도울 ‘한진중공업 퇴직근로자 취업지원팀’을 구성했습니다.   당장 이달 초부터 애로사항과 건의사항을 수렴해, 즉각적인  지원에 나설 계획입니다. 회복기를 맞은 부산경제를 안정화  시키고, 퇴직근로자의 빠른 재취업을 돕기 위한 것입니다.
노·사를 비롯하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를 아끼는 부산시민과 국민 여러분의 협조와 성원을 당부드리며, 조기 정상화를 통해 지역경제 발전과 사회 안정에 힘을 모아나갈 수 있도록 협조해 주실 것을 거듭 호소하는 바입니다.
 

2011년 7월 5일

부산광역시장·부산광역시의회의장·부산상공회의소회장·
부산고용노동청장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상임의장·
부산시민단체협의회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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