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한당 이명수, '지인에 3억 지급' 롯데에 요구.. '신동빈 국감 소환' 협박

7억 합의 후 종료된 문제 신동빈 국감 소환 지속적으로 압박하며 추가지원과 거액 지급 요구 논란

정현숙 | 입력 : 2019/10/03 [08:30]

이명수 지인, 롯데푸드에 50억 요구 합의 불발 다음날 신동빈 '국감 증인' 채택

실무자 면담 때 “거절하면 증인으로 부르겠다” 사실 확인 땐 ‘직권남용’ '뇌물죄' 논란

 

               이명수 한국당 의원 | 신동빈 롯데 회장

신동빈 롯데회장 국감 소환  뒷거래 의혹 증인 채택 관련일지. 경향신문

 

"국정감사를 기업 압박 수단으로 활용"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내세워 이명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특정 기업 총수를 상대로 “지인에게 3억원을 주라”고 사실상 협박한 정황이 드러났다. 이는 국회의원의 국감 관련 권한을 벗어난 직권남용과 지인과의 거래여부에 따라 뇌물요구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의원은 “(신동빈) 회장님 국감 나오게 할 거냐”며 ‘돌직구 협박’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그룹 총수들이 청문회나 국정감사 등에 소환되는 걸 극도로 경계한다는 점을 집요하게 파고든 것이다.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이 의원의 이런 요구는 통상의 의정활동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롯데그룹 고위관계자는 2일 “이명수 자한당 의원이 지난 4월 그룹 실무자 면담을 통해 ‘후로즌델리를 운영하던 전모 씨(43)에게 3억원을 주라’고 요구해왔다”고 했다. “‘들어주지 않으면 신동빈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부르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런 요구는 롯데가 배임죄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금전을 마련해 이 의원의 지인에게 제공하라는 뜻”이라며 “국회의원의 권한을 벗어난 노골적인 협박”이라고 말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이명수 의원은, 최근 그의 신청으로 신 회장을 오는 7일 열리는 보건복지위 전체회의에 국감 증인으로 채택했다. 보건복지위에 따르면 롯데 식품계열사인 롯데푸드는 식품안전기준 강화로 문제가 있어 5년 이상 협력관계를 유지하던 후로즌델리와 2010년 거래를 종료했다.

 

후로즌델리는 이 의원 지역구인 충남 아산에 있었으며, 전 씨는 이 의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민원을 제기했다. 결국 롯데푸드는 전 씨에게 7억원을 지급해 합의하고 공정위에서도 사건을 종결했다.

 

그러나 롯데에 따르면 이명수 의원은 합의하고 종료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계속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올해 3월 이후에만 5~6차례 전 씨에 대한 추가 지원과 신 회장 국감 소환 등을 연계 언급하며 롯데를 지속적으로 압박했다. 이 의원은 그러나 “금액을 특정하거나 협박한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법조계에 따르면 이 의원의 이 같은 행위는 '직권남용'이나 경우에 따라 '뇌물죄'에 해당할 수 있다. 대형로펌의 한 변호사는 “이명수 의원에겐 직권남용죄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며 “전 씨와의 금전거래 여부 등에 따라 이 의원의 3억원 지급 요구는 뇌물 요구로 간주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명수 의원 지인, 롯데푸드에 50억 요구 합의 불발 다음날 신동빈 국감 증인 채택

 

롯데그룹에 따르면 이 의원은 지난 4월16일 오후 롯데그룹 지주사 실무관계자를 국회로 불러 직접 압박에 나섰다. 이 의원은 “롯데푸드는 해결할 의지나 능력이 없는 것 같다”며 “지주(그룹) 차원에서 분쟁을 해결해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후로즌델리 대표 전모 씨(43)의 요구가 과도하다면 “3억원 정도에 합의하라”고 했다.

 

롯데지주 관계자가 “롯데푸드가 합의금을 마련하면 횡령 또는 배임에 걸릴 수 있다”고 난색을 표하자, 이 의원은 “국정감사가 9월인데 회장님을 증인 출석시킬 수는 없지 않으냐”며 “회장님에게 보고를 하라”고 했다. 이 의원은 지난 3월27일과 7월9일 등 여러 차례 롯데푸드에 직접 전화해 “시간을 끌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국감 전에 합의하라”고 했다.

 

압권은 지난달 23~24일 벌어진 일이다. 이 의원은 23일 오전 롯데푸드 사장에게 “전 씨와 합의가 안되면 회장님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같은 날 오후엔 전 씨가 롯데푸드 사장을 만나 50억원을 요구했다. 합의가 불발되자 이튿날 이 의원이 신 회장을 국감 증인으로 신청했다.

 

롯데 관계자는 "그룹 총수가 답변을 할 수 있는 부분이 적은 게 사실이며 실무책임자인 롯데푸드 대표를 출석하는 쪽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통화에서 “롯데 측에 ‘어느 정도 합의금을 주고 적절히 사태를 해결하라’는 취지로 말한 적은 있다”면서도 “3억원 등 금액을 특정해서 말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는 “대기업 ‘갑질’에 큰 피해를 입은 지역 중소기업인을 챙기는 것은 국회의원의 당연한 권리이자 의무”라며 “롯데가 의원의 중재를 협박이라고 받아들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전 씨는 후로즌델리 관련 피해 민원으로 처음 만나 알게 된 사이”라며 “3억원 등 특정 액수를 얘기한 적은 한 번도 없고 롯데 ‘갑질’의 피해 기업을 챙겨주라는 차원의 얘기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차용이나 후원금 등 전 씨와는 어떤 형태의 금전거래도 없었다”고 강조했다.

 

국감 소환권이 ‘뒷거래 온상’으로

 

국감 증인 채택 여부가 자칫 불법의 온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성태 한국당 의원이 2012년 이석채 당시 KT 회장의 국감 증인 채택을 막아준 대가로 딸을 해당 회사에 특혜 입사시켰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서울남부지검은 최근 김 의원에게 뇌물죄를 적용해 기소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국정감사 증인 출석요청과 해당 상임위원회서 조차 비판적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복지관련 현안을 다루는 보건복지위에서 의원의 지역구 민원해결을 위해 재벌그룹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것은 공감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복지위 최대 이슈인 인보사 사태와 관련 당초 증인으로 거론됐된 이웅렬 코오롱그룹 전 회장은 최종 명단에서 제외됨에 따라 형평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복지위 여당 간사인 기동민 더불어민주당은 2일 국정감사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애초에 기업 활동에 실질적인 방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기업 총수보다는 실무자를 부르자는 일반적 원칙에 공감했다"며 "국회가 특정 재벌그룹 회장 편을 들 이유가 없지만, 국감에 부를 때는 국민적인 현안과 명분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갑질 의혹이 있으니 해당 문제에 성실히 임하도록 하기 위해 증인 채택에 합의한 것인데도, 이런 충정이 밝혀지지 않고 국감이 기업 압박 수단이나 한쪽 주장을 일방적으로 대변하는 것처럼 비치는 것에 대해 지혜와 대안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재계에서는 보건복지위에서 기업의 우월적 지위 남용을 따지겠다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기업간 갈등에 해당 기업 대표가 아닌 총수를 증인신청한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나아가 국민보건 관련 이슈로 국감증인을 신청하면서 특정 기업의 불공정한 식자재 납품요청을 받아들이라는 것은 도리어 국민의 식품안전에 위협이 될 수 있고, 상장사인 롯데푸드에 배임 등 불법행위를 강요하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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