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뭐가 두려운가..사랑의교회 '시계탑'에 숨어 취재한 공영방송 'KBS'와 종편방송들

부끄러운 언론의 현주소.. 수백만 촛불집회를 현장서 생중계 못하고 문까지 걸어 잠그고 '전전긍긍'

정현숙 | 입력 : 2019/10/14 [10:19]
지난 12일 서초동 촛불집회에 공영방송이라는 KBS와 종편방송들은 사랑의교회 시계탑에 숨어 문을 걸어 잠그고 취재했다. 서울의소리

 

지난 10월 12일 검찰의 본진이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서는 수백만 촛불 시민이 모여 검찰개혁을 한목소리로 외쳤다. 그런데 이날 참으로 기상천외한 일이 벌어졌다.

 

이날 '서울의소리'에서 시민의 제보를 받았다. 집회 상황을 시민 곁에서 못하고 마치 바벨탑같이 높이 쌓아 올린 사랑의교회(오정현목사) 시계탑'에 몰래 숨어서 취재하며 촬영을 하고 있던 KBS·SBS·TV조선·채널A·MBN·JTBC 등 공영방송과 종편 방송들을 적발하고 취재했다. 

 

온종일 입맛에 맞는 패널들 모아서 청와대와 조국 매도에 앞장서는 것으로 정평이 난 종편방송들은 태생적으로 그렇다 치자. 그러나 대한민국의 '공영방송'이고 자칭 타칭 '국민의 방송'이라고 불리는 KBS가 교회 시계탑에 몰래 숨어서 종편 방송사들과 함께 문을 걸어 잠그고 촬영을 했다.

 

KBS가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왔나. 수백만 시민이 운집한 시민 촛불 문화제를 떳떳이 현장에서 제대로 취재하지 못하고 숨어서 했다는 경악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는 모습이 서울의소리 황민호 기자에 의해서 밀착 취재됐다. 한마디로 공영방송의 옹색하고 수치스러운 장면이 '딱' 걸린 거다.

조국 사태가 이어지면서 요즘 항간에는 KBS를 '검찰의 방송'이라고 회자 될 정도로 공영방송이 언론의 정도를 지키지 못한다는 소리가 나온다. '논두렁 시계' 방송 SBS는 진작에 시민 눈 밖에 났다는 소리가 들렸지만, 국민의 방송 KBS가 어쩌다가 종편 수준으로 전락했는지 경악스럽다는 것이다.

 

또 촛불문화제가 이어지면서 시민들은 화장실을 찾아 인근 카페나 식당으로 동분서주하면서 화장실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에게 화장실을 무료로 개방한 주유소와 고깃집이 공유되고 칭찬을 받았다. 그러나 사랑의교회는 지난 9월 28일 촛불 시민들이 서초 예배당 화장실을 이용할 수 없게 막아 구설에 올랐다. 그랬던 사랑의교회가 12일 집회에서는 방송사들에 교회 시계탑까지 내주었다는 게 역설이지 않은가.

 

사랑의교회는 인근 주유소와 식당들은 화장실을 개방했다는 후기가 퍼지면서 더 비판을 받았다. 한 네티즌은 "장사 못 한 주유소와 영업 방해받은 갈빗집이 화장실 오픈하고 생수를 공급할 때 서울시 땅을 불법 점유 중인 사랑의교회는 문을 닫음으로써 사랑의 'ㅅ' 자도 안 보여 줬다"고 비판했다.

 

집회에 참석했던 최모 목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도 대상자 200만 명 이상이 교회(사랑의교회) 앞에 모였는데 화장실 꼭꼭 걸어 잠가서 지하철로 쫓겨났다. 오정현 목사는 공공재를 시민에게 돌려줬다더니 화장실 하나 제공 못 하면서 무슨 복음을 전하겠다는 거냐. 같은 예장합동 목사로서 자괴감이 든다"고 비판했다.

 

사랑의교회는 평소 서초 예배당을 '영적 공공재'라고 불러왔다. 교회는 건축 과정에서 공공 도로 지하를 점용해 강단 일부와 방재실, 화장실 등으로 사용하고 있다. 특혜 주장을 일축하기 위해 '공공성'을 강조해 왔다.

 

12일 서초동 집회 때의 사건의 전말을 짧게 재구성을 해봤다.

 

이날 제보를 받은 황 기자가 사랑의교회에 갔더니 방송을 하기 위한 인터넷 랜선 8개가 건물 한쪽에 쪼르르 깔린 걸 확인했다. 일단 방송을 하려면 인터넷을 깔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는 교회 탑 제일 꼭대기 층에 숨어서 이들 8개 언론매체가 서로 동지애를 발휘하며 취재를 한 거다. 

 

제대로 보도도 안 하고 편파방송을 하는 TV조선과 채널A 등은 일찌감치 취재 불가라고 시민들이 못 박아 집회에 모습을 보기 어려운 게 당연했지만 12일 서초동 촛불집회에서는 MBC 등 일부 매체를 제외하고는 유난히 방송사 기자들이 눈에 띄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그런데 일반적으로 누군가의 접근을 막으려면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는데 방송사 취재진들이 숨어서 촬영하던 시계탑은 바깥에서 문을 걸어 잠근 상태였다. 촛불 시민집회가 끝나는 파장 무렵 사랑의 교회 관계자인 듯 한 여성이 사랑의교회 시계탑으로 와서 바깥에서 문을 열어주는 광경이 포착됐다.

 

KBS 기자 한 사람이 가장 먼저 현관으로 나왔다. 이를 놓치지 않은 황 기자가 "시민들이 그동안 KBS를 많이 봤는데 요즘 시민들이 검찰의 방송이라 하고 욕을 많이 먹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고 직설적으로 물었다. KBS 기자는 시종일관 핸드폰만 들여다보면서 대답이 없다.

 

이어 황 기자가 "시민들 사이에서 취재를 못 하고 시계탑 위로 올라간 이유가 있나요?" 재차 묻자 KBS 기자, 이번에도 묵묵부답이다. "하실 말씀 없나요? 일 때문에 많이 바쁘신 거 같아요"라며 기자의 집요한 물음에도 KBS 기자 끝까지 한마디도 안 하고 철수하기 위해 바닥에 깔린 랜선을 감고 장비만 챙긴다.

 

하긴 뭐 지금의 KBS 상황으로는 별로 할 말도 없을 것이다. 다른 종편 방송이야 태생이 그렇다 해도 국민의 방송을 외치는 공영방송에 대한 실망에 서울의소리 기자는 KBS 기자에게 더 집요한 질문을 던진 거로 보인다.

 

이때 TV조선 기자가 등장한다. 황 기자 놓치지 않고 질문을 던진다. "TV조선 기자님 저기 시계탑을 왜 올라가 어떻게 취재했나요?"라고 묻자 TV조선 기자는 KBS 기자와 달리 의외로 순순히 대답한다. 사랑의 교회로 공문을 보내 종편 방송들이 같이 취재했다고 전한다. 황 기자가 "JTBC도 있었나요?"라고 묻자 "JTBC도 있고 종편방송 다 있었다"고 대답했다.

 

다른 종편 방송은 제쳐두고라도 입이 닳도록 국민의 방송이라고 그동안 뉴스에서 달고 사는 KBS는 적어도 300만 촛불 현장을 떳떳이 취재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고 현장 속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을 KBS 스스로 만들었다. 요즘 이런 KBS를 두고 '시민의 방송이냐, 검찰의 방송이냐" 이런 얘기들이 나오고 있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날 서울의소리 취재는 딴지일보 게시판서 '기레기들이 시계탑서 우정 다짐을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달려갔다. 황 기자의 마지막 취재 멘트가 촌철살인이다. "갔더니 기레기는 없고 '검찰의 방송' 공중파 KBS가 있었고 '논두렁 시계 방송' SBS가 있었다 그 정도로만 말씀드리겠다"라고 비꼬았다.

 

촛불문화제 때 화장실을 개방한 S주유소. 트위터 캡처

 

촛불문화제 때 건물 화장실 개방을 알린 S고깃집. 트위터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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