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권종상 | 입력 : 2019/10/15 [20:27]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뉴스를 굳이 열고 싶지 않았던 분들, 분노 때문에 그 분을 삭이느라 애쓰셨던 분들, 그리고 숨어서 우셨던 분들... 아마 밤새 많았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였지요. 그것이 열 여섯 시간의 시간차가 있는 공간이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젯밤은 불면의 밤이었고, 눈물의 밤이었을 터입니다.

시간이 좀 지나고 잠시 몸과 마음을 추스러 봅니다. 평소에 자정 되기 전에 몸이 파김치가 되어 잠들곤 했었는데, 어제는 그렇게 하질 못했습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전화를 하고, 지금 이 상황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에 대해 의견을 나누고, 분함을 못이겨 씩씩거리다가 눈물을 흘리다가 겨우 어떻게 새벽에야 잠들었고, 아침 일찍 다시 일어나야만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생각합니다. 조국 장관의 퇴진이 불러올 파장은 적지 않겠지만, 우리 마음 속에 그를 더 이상 붙잡을 수 없는 미안함이 있다는 것은 그를 지지했던 이들 모두가 함께 가지고 있을 공통의 감정일 터입니다. 그는 최선을 다 했고, 그 자신이 이 상황에서 '불쏘시개'로서의 쓰임이 다 했다며, 가족의 옆을 지키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대목에 이르러서는 마음이 저려 오는 것을 어쩔 수 없었습니다. 자신이 장관 직에 앉아 있는 이상, 공격은 계속됐을 거라는 사실은 분명했고, 그것이 자신이 모시던 대통령에게 커다란 정치적 부담이 된다고 스스로 판단했을 것입니다. 그 순간순간들이 모두 그에겐 부담이고 고통이었을 거란 건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는 우리 역사를 새로 쓸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해 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를 좌지우지하는 세력이 누구였는지, 그들이 어떤 집단이었는지를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검찰이 어떤 식으로 인권을 유린하고, 어떤 식의 수사로 죄 없는 사람들의 죄를 만들고, 또 분명한 죄를 덮어버리는지를 너무나 극명히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누구의 도움을 받는지도 확실히 드러났지요. 우리나라에서 엘리트 의식을 가진 기자들이 실은 얼마나 기득권 편파적인지가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그들이 검찰과 어떻게 유착하고, 언론인들이 어떻게 검찰의 개, 그것도 애완견이 되는가가 백일하게 명백히 나타났습니다.

한국의 잘못된 교육 제도, 그리고 그것이 낳아 온 폐해도 이번에 분명하게 드러났습니다. 조국 장관의 임명 직전부터 퇴임까지 우리 사회에서 무엇이 잘못됐는가가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이들에게 분명하게 드러난 적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촛불혁명의 목표는 분명히 지금까지 드러난 이 폐해들을 없애는 것이 돼야 합니다.

많은 시민들의 분노를 떠 안아야 할 자유한국당. 내년 총선은 아직 6개월이나 남았습니다. 지금 축배를 들고 있을 저들을 우리는 기억해야 합니다. 한국 사회가 어떤 식으로,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가 너무 분명해졌기 때문입니다. 당장 저들을 보십시오. 공수처는 안 된다고, 국민들의 의사에 반하는 말을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고 있지 않습니까? 저들이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 갖고 있는 '희망' 이 헛된 것임을 보여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며, 조국 장관의 뜻을 이어받고, 그와 우리가 함께 원했던 진정한 개혁을 이뤄내는 길일 터입니다.

시애틀에서... 권종상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조국사퇴 관련기사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