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때, 헬기 '생사의 촌각' 다투던 학생 아닌 해경청장이 타"

'특조위' "희생 줄일 수 있었는데도 구조와 수색을 위한 헬기가 제대로 사용되지 않아"

정현숙 | 입력 : 2019/10/31 [13:47]

4·16 세 번째 희생자.. '병원이송' 지시에도 헬기 못타
해경청장이 헬기 이용.. 5시간 만에 병원 행 사망 판정

세월호가 침몰한 2014년 4월16일 해경 등이 수색 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는 31일 지난 2014년 세월호 참사에 대해 중간발표를 했다. 학생들의 희생을 줄일 수 있었는데 정작 '생명의 촌각'을 다투는 학생은 배를 태우고 멀쩡한 해경청장은 헬기를 태워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내용이 나와 충격을 던졌다.

 

특조위는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 사무실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세월호 참사 당일 구조수색 적정성에 대한 중간조사 내용을 발표했다.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 현장에서 국가는 최소한의 의무도 수행하지 않았다”며 참사 당일 구조ㆍ수색 작업이 신속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문호승 특조위 4·16 세월호참사 진상규명 소위원회 위원장은 "오늘 보고드릴 내용은 지금까지 전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내용"이라며 "그날 오후에 해경 함정 위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자들을 신속히 이송해야 할 헬기는 대부분 팽목항에서 대기했고, 정작 현장에 투입된 헬기는 해양경찰 간부들이 이용하면서 응급조치가 필요한 위급 환자를 발견하고도 해상에서 약 5시간이나 허비했다는 이날 조사 결과다.

 

이 희생자는 헬기를 탈 기회가 세 차례나 있었지만 배만 네 차례 갈아타며 육지로 왔고, 도중에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헬기들은 그냥 회항하거나 해경청장 등 고위직이 타고간 것으로 조사됐다.

 

세월호 유가족 예은아빠 유경근 씨는 이날 트윗에 "'특조위'의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모조리 잘근잘근 씹어 먹어도 성에 안 찰게 분명하다"며 "만일 높은 사람들의 자식이었다면 해경이 그렇게 했을까요? 아니 자기 자식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포기하고 죽였을까요?"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유 씨는 “‘아직 죽지 않은 환자’(의학적으로 사망진단을 할 수 없는 상태)에 대한 응급 조치를 자의적으로 중단하고 사망자 취급한 것은 명백한 ‘살인범죄’”라며 "너무나 분통이 터지고 억울하지만... 그럴수록 이 악물고 정신 똑바로 차려야겠다는 다짐을 또 한번 한다"라고 눈물을 삼켰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로 인해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떠나던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숨졌다. 이 중 5명의 유해는 여전히 수습되지 못했다. 유경근 씨는 청와대에 “‘명백한 살인범죄’인 세월호참사의 ‘전면재수사’를 약속하고 책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날 특조위 발표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일 ‘생명 징후(바이탈사인)’가 있던 희생자를 응급 헬기에 태우지 않았다. 당시 희생자는 발견 후 4시간 40분이 지나서야 병원에 도착, 사망 판정을 받았다. 

 

세월호 참사 당일인 지난 2014년 4월 16일 오후 5시 24분 경기 안산 단원고교 학생인 A군이 해상에서 발견됐다. 당시 채증 영상에서 해경 응급구조사는 A군을 ‘환자’로 호칭하며 심폐소생술(CPR) 등 응급조치를 실시했다. 발견 28분 뒤인 오후 5시52분 해경 3009 함정에 있는 원격의료시스템이 가동됐다.

 

원격의료시스템에는 불규칙하나 환자의 맥박이 잡히는 상태였다. 당시 산소포화도는 69%였다. 원격의료시스템을 통해 환자를 진찰한 의료진은 “병원으로 긴급히 이송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러나 오후 6시35분 A군 이송을 위해 헬기 탑승 대기 중이던 해경 실무자들에게 “다른 함정으로 이동하라”는 명령이 떨어진다.

 

당시 실무자들은 “헬기로 옮겨야지 왜 다른 함정으로 옮기느냐” “여기 위중하다”고 토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A군은 이후 3회나 다른 단정으로 갈아탔다. A군이 전남 목포한국병원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10시5분이다. 의료진은 오후 10시10분 병원에서 A군에게 사망 판정을 내렸다.

 

A군은 세 번째로 발견된 세월호 참사 희생자로 기록됐다. 해경은 A군에게 사망 판정이 내려지기 전 이미 ‘사망’했다고 판단했다. 채증 영상에 따르면 해경은 이날 오후 7시15분 심폐소생술을 중단한다. 이후 A군을 ‘사망자’로 명명했다. 

 

특조위는 조사 결과 A군이 헬기에 탈 기회가 3차례 있었다고 판단했다. A군이 발견된 후 오후 5시40분 해경 B515 헬기가 3009함에 착함했으나 해당 헬기에는 4분 뒤 김수현 당시 해경 서해청장이 탑승했다. 오후 6시35분 응급헬기가 3009함 상공에 도착했으나 착함하지 못하고 회항했다.

 

같은 시각, 해경 B517 헬기가 3009함에 착함했으나 이 헬기에도 A군은 탑승하지 못했다. A군이 다른 함정으로 옮겨진 후, 오후 7시 김석균 당시 해경청장이 B517 헬기에 올랐다. 

 

박병우 특조위 세월호진상규명국장은 “A군의 생존 가능성이 희박하기는 했으나 사망으로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 응급의학과 전문 의료진 다수의 의견”이라며 “당시 헬기에 탑승했다면 A군은 20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될 수 있었다. 구조 즉시 병원으로 이송하고 전문 처치를 받는 것이 가장 긴급하고 적절한 대처였다”고 설명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은 해경의 구조 지체 영상이 상영되자 일부 흐느낌을 감추지 못했다.

 

장훈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심장이 떨리고 피가 거꾸로 솟는 심정”이라며 “특조위의 발표 내용은 한 마디로 우리 아이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살아있었는데 적절한 응급조치가 실시되지 않아 희생됐다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생명이 위독한 아이를 이 배 저 배로 옮겨 태워가며 4시간이 넘도록 시간을 끌다가 병원에 도착했다”며 “헬기는 엉뚱한 지휘부가 차지했다. 응급한 생명을 살리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명백한 살인행위다"며 "정부와 검찰에 강력히 요구한다. 이 사실을 즉각 수사하고 관련자를 모두 살인죄로 처벌해달라"고 촉구했다. 

 

현재까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처벌을 받은 정부 책임자는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이 유일하다. 가족협의회는 내달 2일 광화문 광장에서 책임자 처벌과 전면 재수사를 촉구하는 고소·고발인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장훈 4·16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세월호참사 구조수색 적정성 조사내용 중간발표 기자간담회에서 가족입장 발표를 마치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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