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째 단식농성 '형제복지원 생존자' 최승우 씨 '건강 심각' 병원 이송

피해자들 무릎까지 꿇고 호소했지만 '민주당에 가서 한국당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라고 하라는 것''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11/29 [15:51]

"국가폭력 피해자에 최소한의 책임감도 없는 자한당의 대답은 '필리버스터'"

29일 국회 앞에서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24일째 단식농성을 벌여온 형제복지원 피해자 최승우(50·왼쪽)씨가 건강 악화로 병원으로 이송됐다. 사진은 지난 14일 오후 최씨가 의료진 진료를 받은 뒤 텐트 밖으로 걸어나오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국회 앞 서울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6번 출구 지붕에서 24일째 단식농성을 해온 형제복지원 생존자 최승우 씨(50)가 건강이 심각한 상태로 29일 병원으로 이송됐다.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이날 낮 12시 30분께 신고를 받은 구급대원이 출동해 단식 농성 중이던 최 씨를 인근 서울녹색병원으로 이송했다고 밝혔다. 농성장에서 최 씨를 본 소방 관계자는 “최씨의 의식은 명료했지만 기력이 저하된 것 같다”고 말했다.

 

녹색병원 인권치유센터 이보라 소장은 "최 씨가 가슴이 아프고 숨쉬기가 어렵다고 해 급히 농성장을 찾았다"며 "진료 결과 건강이 전반적으로 심각한 상태라 이송을 권유했고 본인도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50대 남성이 단식하는 경우 최 씨처럼 물과 소금만을 섭취하면 탈수와 전해질 장애 증상이 나타나 목숨이 위험해질 수 있다. 특히 최 씨는 지병도 있고 새벽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등 환경이 열악해 회복하기가 더욱더 쉽지 않다"라고 우려했다.

 

최 씨는 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을 규명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과거사법)’ 통과를 촉구하며 지난 6일 국회의사당역 지붕 위로 올라갔다. 물과 소금으로 버티며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이어왔다.

 

부산 형제복지원은 1975년 부랑인을 선도하겠다는 명목으로 고아와 장애인을 끌고 가 불법 감금하고 강제 노역을 시키고 인권을 유린했다. 형제복지원은 3000여 명의 원생에게 구타, 성폭행, 강제노역 등을 자행하며 국가보조금을 받았다.

 

형제복지원이 운영된 12년 동안 공식 확인된 사망자 수만 551명이다. 1987년 3월 탈출을 시도한 원생 1명이 직원의 구타로 숨지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알려졌다. 박인근 형제복지원 원장은 재판에 넘겨졌지만 1989년 7월 법원은 건축법 위반과 업무상횡령 혐의만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과거사법은 국회가 선출하는 8인, 대통령이 지명하는 4인,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3인 등 모두 15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했다. 그러나 자유한국당은 정부와 여당의 목소리가 과도하게 반영된다는 이유로 법안 통과를 반대했다.

 

형제복지원 생존자 한종선 씨(44) 등은 28일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 앞에서 무릎을 꿇고 29일 국회 본회의에서 과거사법을 처리해달라고 호소했다. 나 원내대표는 “최대한 수정안을 합의해보라고 하겠다. 민주당에 양보하라고 말해주라”며 그냥 떠났다.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이  지난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6번출구 건물 위에서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22일째 고공단식농성 중인 피해자 최승우 씨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진선미 민주당 의원실

 

과거사법 외면한 자한당 정기국회 끝까지 '필리버스터'로 공수처법 등 저지

 

국회 앞에서 단식농성을 해온 형제복지원 생존자가 병원으로 이송된 가운데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본회의장으로 들어서는 나경원 자한당 원내대표를 향해 국회 법사위에 계류 중인 형제복지원 사건을 외면하지 마라고 큰소리로 외쳤다. 

 

"나경원 원내대표의 진실과 정의가 뭡니까. 왜 불법적 공권력을 비호하십니까. 왜 외면하고 가세요!"

홍 의원의 옆에는 민간인 학살 희생자 유족인 곽정례 씨(79)와 형제복지원 피해생존자 한종선(44) 씨도 서 있었다. 그러나 나 원내대표는 외면한 채  대답없이 홍 의원과 피해 생존자와 유족을 지나쳐 본회의장으로 곧장 들어갔다.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나 원내대표는 "과거사법 어떻게 할 거냐" 등의 질문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홍 의원은 의원총회를 마치고 본회의장으로 입장하는 자한당 의원들을 향해 "나경원 원내대표만 마음먹으면 과거사법 통과할 수 있다" "절대로 안 끝난다. 약속 있을 때까지 반복적으로 할 거다"라고 다시 한번 다짐하며 소리쳤다.

이재정 의원도 "어머니가 무릎 꿇고 호소하셨는데 왜 외면하나" "이분들은 국민이 아니냐"라고 따져 물었다.

정의당 역시 "형제복지원의 진상을 규명할 과거사법 개정안의 발목을 잡고 있는 건 자유한국당"이라고 날을 세웠다.

 

강민진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어제 형제복지원 생존자와 민간인 학살 유족들이 나경원 원내대표 앞에 무릎을 꿇었지만 돌아온 대답은 '민주당에 가서 자유한국당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라고 하라'는 것이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강 대변인은 "형제복지원 단식농성장에는 단 한 명의 자유한국당 의원도 방문하지 않았다"라며 "국가폭력에 의한 피해생존자들에 최소한의 책임감도 보이지 않고 있는 자유한국당을 규탄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회는 지금 당장 형제복지원 진상규명을 위한 과거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라고 촉구하면서 "당시 재판을 방해했던 전두환 씨는 정정한 몸으로 현재 골프를 치러 다니는 중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러나 자한당의 현재 관심 사안은 오로지 공수처 저지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저지다. 자한당은 29일 의원총회에서 본회의에 상정된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발언과 토론)을 신청한 상태다. 

올해 정기국회가 끝날 때까지 자한당은 필리버스터를 통해 공수처법 등 검찰개혁 법안과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적용된 선거제 개혁안을 저지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자한당은 안건마다 의원 1명이 4시간씩 돌아가며 필리버스터를 할 방침이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기준은 1인당 4시간씩 하기로 했는데 상황에 따라 그것보다는 오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본회의에 오른 안건이 200여 건이어서 자한당 의원 100명이 4시간씩 한다면 8만 시간 동안 필리버스터를 할 수 있게 된다. 본회의를 오늘 오후로 기준 잡아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다음 달 10일까지 270여 시간밖에 남지 않아 충분히 저지할 수 있다는 게 자한당의 설명이다.

이재정·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장앞에서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과거사법 통과 촉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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