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기현 비리 수사는 안하고 고발인만 털었다..검찰수사관 음성 파일 공개

김기현 형제 면죄부 준 검찰 당사자, 윤석열 검찰의 ‘청와대 하명의혹’ 수사팀에 합류시켜

서울의소리 | 입력 : 2019/12/27 [21:31]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의 핵심 축인 ‘30억 계약’ 사건과 관련,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잇달아 기각하는 등 이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 형제들에 대한 수사를 외면했던 검찰이 거꾸로 ‘30억 계약’ 문제를 고발한 울산 건설업자 김흥태 씨를 ‘표적수사’했던 사실이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다.

뉴스타파에 따르면 경찰이 ‘30억 계약’ 사건을 본격 수사하던 지난해 초, 이 사건을 수사지휘하던 검찰이 다수의 김흥태 씨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금전 피해 여부를 추궁한 것은 물론, 김흥태 씨를 사기 혐의로 고소할 것을 종용했던 것이다. 뉴스타파는 울산지검 소속 검찰수사관과 김흥태 주변 인사들이 나눈 5개의 전화 음성파일, 그리고 김흥태 지인의 증언을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영상참조)

또 ‘30억 계약’ 사건을 고발한 김흥태 씨를 구속 기소하고 김기현 전 시장의 형제들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던 울산지검의 핵심 실무자가 현재 서울중앙지검에 파견돼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사건 수사팀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확인했다. 


 울산지검, 경찰의 ‘30억 계약’ 수사 지휘하며 동시에 고발인 주변 수사 

최근 뉴스타파는 울산지검 특수부 관계자가 ‘30억 계약’ 당사자인 김흥태 씨 지인들과 나눈 전화통화 음성파일 여러 개를 입수했다. 울산지검 소속 김모 수사관이 5명의 김흥태 씨 지인과 대화한 내용이 담긴 파일로 지난 해 5월에서 11월 사이에 녹음됐다.

김모 수사관은 계좌 거래 내역을 토대로 김흥태 씨와 금전 거래가 있었던 주변인들에게 차례로 전화를 돌린 것으로 보인다. 뉴스타파 녹음파일에 따르면, 김모 수사관은 김흥태 씨 주변인들에게 “김흥태 씨에게 금전 피해를 입은 사실이 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물었다.

 

김흥태 지인 “검찰이 김흥태 고소하라고 종용했다”

뉴스타파는 김모 수사관으로부터 연락을 받고 검찰 수사에도 응했던 김흥태 씨의 지인 강석주 씨를 최근 울산에서 만났다. 강 씨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사기 등의 혐의로 김흥태 씨를 고발하도록 종용했다”고 증언했다.

김흥태 씨와 오랜 사업 관계를 맺고 있던 강석주 씨는 지난 해 5월부터 검찰의 수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검찰이 계속해서 김흥태 씨에 대한 고소를 언급하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해 통화 내용을 녹음한 후 김흥태 씨에게 제공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김흥태를 거의 사기꾼으로 (몰았다)... 나 말고도 (김흥태가) 엄청나게 많은 사람한테 돈을 빌렸다고 얘기를 하면서, 나에게 ‘(김흥태가) 빚이 많아 (빌려 준) 돈은 받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의 이야기는) ‘김흥태가 기소됐을 때 같이 고발, 고소하는 게 맞지 않느냐’ 이런 내용이었다. (검찰에서) ‘물 들어올 때 노 저어라.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야 된다’고도 했다. 내가 (김흥태를) 고소해야 된다고.” - 강석주 / 김흥태 지인

▲ 일명 ‘하명수사’ 사건의 시작점이 된 ‘30억 계약’ 당사자인 김흥태 씨의 지인 강석주 씨. 뉴스타파

울산지검이 김모 수사관을 앞세워 김흥태 씨 주변 수사를 진행한 사실과 관련해 눈에 띄는 대목은 검찰이 이런 식의 별건 수사를 진행한 시점이다. 울산지검은 최소 2018년 5월부터 김흥태 씨의 지인들에게 일종의 탐문 수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당시는 경찰이 ‘30억 계약’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김기현 전 시장의 동생 김삼현 씨를 수사 중인 때였다. 특히 울산지검은 당시 경찰 수사를 지휘하면서 김삼현 씨에 대한 혐의를 입증하기 위해 자금 거래 내역 등을 구체적으로 밝힐 것을 주문하고 있었다. 결국 한 쪽에서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형제 비리’를 수사하는 경찰을 지휘하면서, 다른 쪽에서는 ‘30억 불법계약’ 사건을 고발한 고발인의 뒤를 캐고 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진행된 검찰의 별건 수사에 따라 김흥태 씨는 사기 혐의 등으로 지난 해 12월 구속됐다. 반면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형제들은 2019년 4월 무혐의 처분을 받으면서 사실상 ‘면죄부’를 받았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울산경찰청에서 ‘30억 계약’ 사건 수사에 참여했던 경찰관계자도 만났다. 검찰이 김기현 전 시장 형제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린 후 만들어진 경찰의 ‘반박 입장문’을 직접 작성한 장본인이었다. 그는 뉴스타파와 가진 인터뷰에서 “울산지검의 수사 지휘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 김기현 전 울산시장 형제가 관련된 ‘30억 계약’ 사건을 수사했던 경찰 관계자. 뉴스타파

“우리는 검찰 특수부든 공안부든 검찰청에 가서 수사 협의를 해 왔다. 검사님들하고. 그런데 (검찰청에) 못 오게 했다. ‘어? 이상하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검찰이) 수사하라고 한 건 있으니까, 지휘를 하셨으니까 또 해야지 싶었다. 그런데 이미 그때부터 (경찰) 직원들은 다 눈치를 채고 있었다. 검사가 (김기현 전 시장 형제) 사건을 꼰다고.” - 울산경찰청 관계자

경찰 관계자는 김기현 전 울산시장 형제 비리 사건이 ‘하명 수사’로 둔갑한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없다며 답답해 했다. 오히려 검찰이 김 전 시장 형제에 대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김기현 전 시장 형제인) 김종현 씨, 김삼현 씨는 직업이 없었는데 이 사람들에게 일주일에 몇 백만 원씩 어디서 들어오는지 알 수 없는 돈이 들어왔다. 저는 100% (특혜 의혹을 받은) A사 쪽에서 돈을 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조사 과정에서 김종현 김삼현씨에게 물어보면 본인들은 이 돈이 왜 들어왔는지 모른다고 했다. 말도 안되는 답변이었다. 그래서 이들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신청했는데 검찰에서 기각이 됐다.” - 울산경찰청 관계자

김기현 형제 면죄부 검찰관계자, ‘청와대 하명의혹’ 수사팀 합류

검찰의 제동으로 경찰의 김기현 전 시장 형제 사건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을 무렵, 검찰이 김흥태 주변 수사에 나선 이유를 묻기 위해 통화파일 속 주인공인 울산지검 소속 김모 수사관의 소재를 뉴스타파가 파악했다. 그런데 그는 울산지검에 없었다. 취재결과, 그는 현재 이른바 ‘청와대 하명수사’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에 파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결국 김기현 전 시장 형제 관련 수사를 무혐의 처리하고, 거꾸로 고발인인 김흥태 씨를 구속시킨 수사팀의 핵심 실무자가 청와대 ‘하명 의혹’ 사건 수사에 관여하고 있었던 것이다.

뉴스타파는 김모 수사관에게 연락해 “왜 고발인 김흥태 씨에 대해 별건 수사를 진행했는지, 누구의 지시로 진행된 수사였는지” 등을 물었으나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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