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일제강점기 창지개명(創地改名) 바로 잡기 나서

강종호 기자 | 입력 : 2020/01/17 [15:35]

[신문고뉴스] 강종호 기자 = 한반도를 침탈, 35년간 강점했던 일본제국주의자들은 자신들의 한반도 강점이 영구적일 것으로 착각, 우리 고유의 정서와 의식을 말살하고자 창씨개명을 강제했다.

 

그런데 일제는 사람들의 성과 이름만 일본식으로 바꾸게 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가진 행정권을 이용, 우리 고유의 지명도 바꾸는 창지개명(創地改名)까지 강행했다.

 

당시 일본은 자신들의 식민 통치를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1914년 대대적으로 행정구역을 개편하고 우리나라 지명을 변경했다. 이 시기 전국 330여개 군이 220개 군으로 통합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전국 곳곳에는 일제식 지명이 그대로 존재하는 곳이 허다하다.

 

이에 최근 경기도는 일제가 저지른 창지개명을 바로잡겠다면서 실태를 조사했다. 그리고 당시 경기도의 행정구역은 애초 36개에서 20개 군으로 축소된 것을 확인했다.

 

나아가 도내 398개 읍··동을 대상으로 일제강점기 당시 명칭 변경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이 중 40%160곳이 당시 고유의 명칭을 잃었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 경기도청 전경...이미지제공, 경기도


경기도에 따르면 도는 이번 조사에서 한국학중앙연구원 동아시아역사연구소에서 2011년 발간한 경기도 역사 지명사전(京畿道 歷史 地名事典)’에 수록된 읍..동의 지명 변천사를 분석대상으로 정의하고, 관련 정보를 범주형 자료로 처리한 후 계량적 분포를 살폈다. 분석에는 전문여론조사 기관인 케이스탯리서치가 협조했다.

 

이후 분석한 결과를 살피면 과거 지명이 현재까지 유지된 경기도내 읍..동은 137(35%)이고, 해방 전이나 해방 후를 포함해 지명이 변경된 읍..동은 228곳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제강점기 일제가 변경한 읍..동 지명은 160곳으로 전체의 40%, 일제강점기에 일본이 경기도 전체 지명의 절반에 가까운 우리 고유의 읍..동 이름을 변경한 것이다.

 

지명은 통합을 이유로 두 지명에서 한 자씩 선택해 합친 합성지명121곳으로 가장 많았다. 대표적인 합성지명사례를 보면 성남시 서현동. 1914년 행정구역 개편 때 일제는 둔서촌, 양현리, 통로동 등을 병합하면서 한 글자씩 따 서현동으로 변경했다. 수원시 구운동, 성남시 분당동, 용인시 신갈동, 화성시 매송면 등도 두 곳 이상의 지명을 합성해 만든 지명이다.

 

또 일제가 식민 통치의 편리성을 위해 숫자나 방위, 위치 등을 사용해 작명한 지명도 29곳이나 됐다. 광주시 중부면과 연천군 중면이 이에 해당되는데, 광주시 중부면은 1914년 군내면과 세촌면을 통합하면서 방위에 따른 명칭인 중부면으로 개칭됐고, 연천군 중면은 연천읍치의 북쪽이었던 북면을 연천군의 중앙에 위치한다하여 중면으로 개칭됐다.

 

일제가 기존 지명을 삭제한 후 한자화 한 지명은 3곳이었다. 부천시 심곡동이 대표적으로, 일제는 1914년 조선시대 고유지명인 먹적골, 벌말, 진말을 병합하면서, 심곡동(深谷洞)으로 변경했다. 심곡은 원래 토박이말로 깊은 구지라는 뜻이다.

 

그리고 경기도는 일제가 지명을 변경하는 과정에서 우리의 향토 정서가 왜곡된 사례도 있었다고도 전했다. 경기도에 따르면 안성시 일죽면이 대표적인데, 일제는 1914년 죽산군을 폐지하며 남일면, 남이면, 북일면, 북이면, 제촌면을 안성군 죽일면으로 만들었으나, 죽일면의 어감이 욕으로 들린다고 하여 결국 이듬해 일죽면으로 변경했다.

 

이에 대해 경기도 역사 지명사전발간에 참여한 정치영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우리 조상들은 골짜기를 가장 이상적인 마을의 입지로 생각해서 마을 이름에 골짜기를 의미하는 ○○, ○○(), ○○(), ○○실 등을 많이 붙였으나, 이런 고유 지명들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앞으로 지명(地名) 행정에 우리의 역사지명이 연구되고 반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곽윤석 경기도 홍보기획관은 반도체 수출규제 문제로 한일관계가 갈등국면에 놓인 이 시점에서 고유 지명이 사라졌던 역사적 치욕을 바라보며, 진정한 민족의 독립과 문화 창달의 과제가 여전히 남아있음을 느끼게 된다향후 경기도는 시.군과 긴밀히 협력하여, 사라지거나 왜곡된 우리의 고유 지명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그리고 경기도는 일제잔재 청산과 지역의 역사성·정체성 회복을 위해 현재 31개 시·군을 대상으로 행정구역 명칭 변경 의사 여부를 수렴중이며, 향후 대상지가 확정되면 행정구역 명칭 변경을 통해 고유한 행정지명 복원 절차에 들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원본 기사 보기:인터넷언론인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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