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먹튀’ 건강보험 언론 보도는 '가짜뉴스'

'코로나 바이러스'로 엉터리 뉴스 기승.. ‘먹튀’는커녕 오히려 한국인에게 보험료를 보태주는 봉에 가깝다.

정현숙 | 입력 : 2020/02/08 [16:47]
이미지/KBS

 

‘월 7만원 내고 4억7500만원 치료받은 중국인, 건보급여 어쩌나’ 지난달 31일 '머니투데이' 온라인 단독 기사 제목이다.

 

온라인 매체 '뉴데일리'도 같은날 '중국인 '건강보험 먹튀'가 얼만데…외국인 우한폐렴 치료도 건강보험으로'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기사를 실었다.

 

“정부가 국민에게서 건강보험료를 꼬박꼬박 뜯어가면서, 중국인에겐 무료 할인 혜택을 주고 있다”

 

과거부터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던 논란이다. 중국인(조선족 포함)이 공짜로, 혹은 한국인보다 훨씬 싼 건강보험료를 내면서 그 혜택만 누리고 있다는 거다. 

 

우리 정부가 이를 알면서도 방치하거나 적극 장려하고 있다는 주장도 더해잔다. `중국몽', `친중 정부' 등 이런 표현이 그런 주장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이런 인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이후 중국에 대한 혐오 정서와 맞물리면서 더욱 증폭되고 있다. 그런 인식을 반영한 야당 정치인의 주장과 언론 보도도 수시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건강보험료 걷어서 중국인을 공짜·할인해준다는 주장은 맞는 말일까? 중국인이라는 이유로(한국계 중국인 포함) 건강보험료를 할인해주거나 면제해주는 혜택을 주진 않는다. 

 

보험료를 낮춰주는 경우는 특정 국적이라서가 아니라 생활이 극히 어려운 세대나 장애인, 국가유공자로서 상이 등급을 받은 사람, 요양기관까지 거리가 먼 섬·벽지 거주자, 농어촌에 거주하는 지역가입자, 고령 가입자만 있는 세대 등 사회적 도움이 더 절실한 계층에 한해 적용된다.

 

하지만 외국인 감염병 환자의 입원치료 등 경비는 국고로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감염병예방법 제67조 9항)감염병예방법에 명시돼 있는 내용이다.

 

WHO도 일시적으로 방문한 외국인에게 감염병 진료에 따르는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감염병이 국경을 넘어 전 세계로 확산하는 걸 우선적으로 막기 위해서다.

 

2015년 중국에서 메르스 확진을 받았던 한국인 환자의 치료비를 중국 정부가 부담했던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인이라서 특별히 공짜로 치료해주거나 건강보험료를 할인·면제해주는 게 아니다. 정부가 건강보험료 걷어서 중국인을 공짜·할인해준다는 주장은 대부분 맞지 않는 말로 명백한 가짜뉴스다.

 

8일 '미디어오늘'에 따르면 앞서 머니투데이 기사는 중국인이 우리 건강보험 적자의 주범이라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기에 충분하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중국과 동남아시아권에선 의료체제가 잘 갖춰지지 않아 국내로 ‘원정의료’를 오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중국 국적자에 대한 의료비 지출이 과대한 상황에서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인해 치료 목적의 중국인 입국 사례가 많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단순 관광 방문 뿐 아니라 치료 목적 방문이기에 방역·검역 필요성이 더 강조될 수밖에 없다”며 곳곳에 중국인 혐오를 담고 있다.  

 

이 기사는 홍철호 자유한국당 의원발 단독 보도였다. 머니투데이 기사에서 홍철호 의원은 “의료 먹튀예방과 함께 전염확대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실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으로부터 받은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의 외국인 국적별 건강보험 급여 현황 자료를 제공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건강보험공단이 지불한 중국인 진료비는 5184억원이었다. 국내에서 진료를 받은 중국인은 51만 3930명, 진료 건수는 1179만 962건에 달했다.

 

그러나 이 기사는 통계의 기본조차 무시했다. 허위조작 정보라기 보다는 엉터리 기사에 가깝다. 기사는 우리 건강보험에 가입한 중국인에게 들어간 건보 지출액이 5184억원이라고만 주장할 뿐 이들이 우리 건강보험에 낸 납입금은 언급조차 없다.  

 

한국에 들어온 건강보험 외국인 직장가입자는 2013~2017년까지 5년 동안 1인당 평균 537만원의 건강보험료를 내고도 받은 의료급여 혜택은 그 절반도 안 되는 220만원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재외국민 직장가입자도 1인당 건보료로 846만원을 내고 370만원의 의료급여를 받았을 뿐이다. 외국인, 그들은 ‘먹튀’는커녕 오히려 한국인에게 보험료를 보태주는 봉에 가깝다. 

 

외국인 전체 가입자의 재정수지도 2017년 2천490억원 흑자를 보이는 등 2013~2017년까지 5년간 1조100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외국인이 낸 1조원 넘는 돈이 건강보험기금에 적립돼 내국인 진료에 사용된 셈이다.  

 

언론의 이런 기사는 그동안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너무도 광범위하게 퍼져 더 언급할 가치도 없다. 정부와 국회는 이런 언론의 공세에 지난해 7월부터 국내에 3개월만 머물면 건강보험에 지역가입할 수 있던 걸 6개월로 늘렸다.

 

이들이 내는 보험료도 대폭 인상해 월 10만원이 넘는다. 시민사회는 지난해 이런 정부의 외국인 건강보험 적용 기준 개편이 저소득층 외국인의 건강권을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반발했다.  

 

사회보험의 의미

 

KBS는 지난 6일 방송에서 건강보험 중국인 공짜에 대해 팩트 체크했다. KBS는 “내국인을 위한 건강보험을 왜 외국인에게까지 적용해야 하느냐?”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높은데 그 과정에서 건강보험이 `사회보험’이라는 개념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함께 모으고 필요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사회보험이다.

 

단적인 예로, 누군가는 수십 년간 보험료를 내면서도 입원 한 번 안 해볼 수도 있지만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고액 치료를 받을 수도 있다.

 

그렇다고 후자의 경우를 건강보험 무임승차자로 비난할 수 있을까? 그 아기가 외국인이라면 어떨까? 국내 체류 중인 수 많은 외국인의 건강권은 그냥 알아서 하라는 식으로 내버려둬도 되는 걸까? 먹튀 부작용은 당연히 막아야 하지만 그들 중에는 우리 경제에 이바지하고 있는 노동자가 대부분이다.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