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 주택문제, 암덩어리 그대로 놓아둔 채 항생제 처방한다고 무엇이 달라질까?

현행 주택임대사업자등록제 하의 각종 조세상 특혜를 전면 철폐되어야 한다

이준구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 입력 : 2020/06/19 [23:30]

코로나 사태로 일시 잠잠했던 주택시장이 다시 과열기미를 보이자 정부가 다시 칼을 빼들었습니다. 최근 주택가격 급등세를 보이는 경기, 인천, 대전, 청주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지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투기 억제를 위한 각종 추가적 규제조치를 도입한 것입니다.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번만은 분명한 효과를 거두기 바라지만, 그 동안의 경험에 비추어 판단해 보면 또 한 번의 실패로 돌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왜냐하면 주택투기의 원흉이라고 할 수 있는 주택임대사업자들에 대한 파격적 세제상 특혜를 그대로 둔 채 임기응변식의 대응에 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 동안 늘 그랬던 것처럼, 전국 곳곳에서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며 투기꾼들은 규제망을 피해 돈벌이를 할 방법을 쉽게 찾아낼 것이 분명합니다.

 

▲  이준구 / 서울대학교 경제학부 명예교수


며칠 전 신문에 3천만원으로 3억원짜리 집을 사는 갭투자가 성행한다는 뉴스가 떴습니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규제, 주택처분과 전입 의무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것만으로 갭투자를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쓸모없는 규제의 강화는 오히려 서민들의 삶만 더욱 어렵게 만들 가능성이 있습니다. 갭투자에 대한 근본적 대책은 이를 통한 손쉬운 이득의 획득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밖에 없습니다.

지난 번 글에서 이미 지적한 바 있지만,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상태에서 주택 투기를 한 사람은 주택 보유와 관련한 세금 부담을 거의 지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투기에 드는 비용은 거의 없는 상황에서 주택가격 상승의 이득을 고스란히 주머니에 챙겨넣게 됩니다. 이런 누워 떡먹기 식의 쉬운 장사를 마다할 사람이 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그러니 너도 나도 주택 투기에 뛰어들고 그 결과 주택 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오를 수밖에 없는 겁니다.

만약 정부가 주택 가격 안정에 진정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 현행의 주택임대사업자등록제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려는 노력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150만 채의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45만 명의 임대사업자들에게 제공되는 재산세,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소득세 상의 엄청난 특혜를 그대로 놓아두고서는 백약이 무효가 될 것임을 자신있게 예측할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이 제도는 우리 주택시장에 중병을 안겨주는 ‘암덩어리’라고 규정할 수 있습니다.

지난 해 12월 정부는 주택시장 안정화방안을 내놓으면서 임대사업등록자에 대한 세제상 혜택을 줄이는 시늉을 하긴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발표한 대책의 끝머리에서도 이와 관련한 후속조치 얘기를 하기는 했습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정부는 현행 임대사업자등록제가 갖는 폭발성을 전혀 모른채 미봉책으로 일관하고 있습니다.

주택시장에 투기 억제의 명확한 메시지를 보내려면 현행 임대사업자등록제 하의 세제 혜택을 전면 철폐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세제상 혜택을 부분적으로 줄이는 미봉책만으로는 정부의 투기 억제 의지를 제대로 보여줄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저 줄이는 정도에 그쳐서는 안 되고 전면적으로 철폐하는 것이 마땅한 일입니다.

나는 이 문제와 관련한 정치인들의 무관심에 엄청난 좌절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솔직히 말해 이 문제는 관련부서의 공무원들이 풀기에는 너무 어렵고, 정치적 결단이 있어야만 근본적 해결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국회의원 3백 명 중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에 이런 심각한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 자체에 무지한 사람들이 거의 모두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정치인은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이 문제의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지요. 국민의 삶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이런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하고 있으니 문제 해결을 결코 기대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지금 정부가 하는 식으로 주택문제 해결을 시도하다가는 전국이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묶이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주택시장과 관련한 이런저런 규제가 하도 많이 남발되는 바람에 시장기능이 완전히 마비되는 결과가 빚어질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주택문제 해결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입니다. 암덩어리를 그대로 놓아둔 채 항생제 처방을 한다고 해서 달라질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현행 주택임대사업자등록제 하의 각종 조세상 특혜를 전면 철폐되어야 합니다. 이것을 그대로 놓아두고서는 주택 투기를 절대로 뿌리 뽑을 수 없습니다. 만약 문재인 정부가 진정한 서민의 정부가 되기를 원한다면 바로 이 문제부터 손을 대지 않으면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정부에게 주고 싶은 고언은 제발 행정관료의 탁상 위에서 문제 해결을 시도하지 말고 관련 전문가의 의견에 귀 기울이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라고 하면 대학의 부동산 관련 교수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고 일선 시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동산중개인까지 포함하는 말입니다. 솔직히 말해 내가 보기에는 교수들보다 그 분들이 시장의 상황을 더욱 현실감 있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이런 전문가들을 효율적으로 활용해야만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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