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주고 매맞은 최숙현.. 무자격 팀닥터에 매달 100만원 입금

동료 선수들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 팀닥터, 최숙현 자살하게 만들겠다 말해"

서울의소리 | 입력 : 2020/07/06 [16:47]

도종환 말도 안되는 변명에 격앙 "가해자 정보, 체육회장이 모른다고? 장차관은?"

 

고(故)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들이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최숙현 선수 사망사건과 관련해 피해실태를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고(故) 최숙현 선수와 마찬가지로 경북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철인3종경기) 팀에서 활동하며 팀닥터와 감독, 주장선수에게 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전·현직 선수의 추가 진술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 선수들은 선수들이 국제대회에 나갈 때마다 지원금이 나오는데도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은 80만~100만 원가량의 사비를 주장 선수 이름의 통장으로 입금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6일 경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 3일부터 광역수사대 2개 팀을 전담수사팀으로 편성해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팀 전·현직 선수를 대상으로 위법 행위를 수사하고 있다.

 

특히 뉴질랜드 전지훈련 중 가혹행위를 한 팀닥터 안모 씨가 경주시청 실업팀에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에 대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팀닥터는 의사나 물리치료사 면허가 없는 운동처방사인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더하고 있다. 최 선수 가혹행위 중심에 있는 팀닥터는 의사나 물리치료사도 아닌 운동처방사 2급 자격증만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3일 "가해자로 지목된 '팀닥터'는 의사가 아닐 뿐 아니라 의료와 관련된 다른 면허나 자격도 보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라며 "의사가 아닌 사람을 팀닥터로 호칭하는 체육계의 관행이 근본적인 잘못이다. 이를 그대로 인용하는 것도 잘못이다"라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팀닥터는 운동 경기에서 선수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진을 지칭한다. 하지만 경주시청 팀닥터는 의사 면허는 물론 물리치료사 등 다른 자격도 없다.

 

하지만 최 선수의 가혹행위를 주도한 팀닥터는 "자신이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의사"라고 선수단 등에 거짓말을 하면서 선수단 부모들로 부터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보도에 따르면 최 선수의 아버지는 "(팀닥터) 본인도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의사라) 하고 주위 분들도 그렇게 얘기를 하고 (그래서 자신과 동료선수 부모 모두) 그렇게 알고 있었다"라며 "선수 몸 관리 비용으로 한 달에 100만원씩 팀닥터 앞으로 입금했다"라고 말했다.

 

최 선수와 유족 명의 통장에서 팀닥터에게 이체한 금액은 1500여만원인 것으로 전해졌다. 팀닥터는 선수 부모로부터 월급 명목으로 돈을 받으면서도 가혹행위를 한 셈이다.

 

특히 팀닥터는 경주시청 김규봉 감독과 고향 선후배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 경산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진 팀닥터 안 씨는 지난 2일 경주시체육회에 '지병으로 인해 출석이 어렵다'는 연락만 취한 뒤 인사위원회에 참석하지 않는 등 현재까지 연락두절 상태다.

 

최 선수가 2019년 3월 뉴질랜드 전지훈련 당시 녹취록에는 팀닥터의 폭행 및 폭언 등의 가혹행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팀닥터는 최 선수 및 다른 선수들을 폭행하는 과정에서 감독과 함께 술판을 벌이기도 했다. 뺨을 20회 이상 때리고 가슴과 배를 발로 차고 머리를 벽에 부딪치게 밀쳤다. 특히 최 선수는 뉴질랜드 원정 훈련을 다녀올 때마다 정신적으로나 심적으로 더욱 힘들어 했다.

 

특히 팀닥터 안 씨의 경우에는 치료를 이유로 선수들의 가슴과 허벅지를 만지는 등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 심지어 심리치료를 받는 최숙현 선수를 향해 "극한으로 끌고 가서 자살하게 만들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최 선수 아버지는 "숙현이가 뉴질랜드 전지훈련을 다녀 올 때마다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어 했다"라며 "팀닥터가 우리 숙현이 심리치료를 한 적이 있었는데 다른 남자 동료들한테 팀닥터가 '쟤는 내가 심리치료를 해서 극한 상황까지 몰고 가 애가 스스로 죽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을) 들은 동료들이 있었다"라고 전했다.

 

故 최숙현 선수의 마지막 메시지

 

김규봉 경주시청 감독이 근무한 2013년부터 최근까지 활동한 경주시청 트라이애슬론 전·현직 선수는 27명이다. 10명의 수영 선수는 경기에 나갈 때만 김 감독과 함께 임시로 훈련했기 때문에 별다른 접촉이 없어 수사 대상에서 빠졌다.

 

27명 중 피해사실을 증언한 선수는 현재까지 15명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김 감독이나 운동처방사(팀 닥터), 선배 선수로부터 폭행당했다고 진술했다. 다만 일부 선수는 피해가 없었다고 말했고 일부는 면담을 거부했다. 경찰은 면담을 거부한 선수들을 대상으로 설득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국회에서도 최숙현 선수의 동료 선수 2명이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이 겪은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이들은 “경주시청 선수 시절 동안 한 달에 10일 이상 폭행을 당했으며 욕을 듣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하루하루를 폭언 속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고 주장했다.

 

감독, 주장 선수, 팀닥터의 악마와 같은 만행이 지속될 수 있었던 것에는 경찰도 한몫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한 피해 선수는 "경주경찰서 참고인 조사에서 담당 수사관이 '최 선수가 신고한 내용이 아닌 자극적인 진술은 더 보탤 수 없다'며 일부 진술을 삭제하고, 어떻게 처리될 것 같냐는 질문에 '벌금 20만~30만 원에 그칠 것이라고 말하면서 고소하지 않을 거면 말하지 말라'고 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해자들이) 벌금형을 받게 되면 제가 운동을 그만두지 않는 이상 대회장에서 계속 가해자들을 만나고, 보복이 두려워 고소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진술인 조사 이후에는 훈련을 하지 못할 정도로 불안감까지 느꼈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최숙현 선수에게 폭행·폭언한 가해자로 지목된 김규봉 감독과 선수 2명 등은 같은 날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원회에 출석해 관련 혐의를 정면으로 부인했다. 김 감독은 이미 공개된 녹취록과 선수들의 추가 피해 증언에도 “폭행한 적이 없고, 선수가 맞는 소리를 듣고 팀 닥터를 말렸다”라고 주장했다.

 

가해자로 지목된 한 동료선수도 “폭행한 적 없다”라고 부인했고, 또 다른 동료선수도 폭행이나 폭언 의혹을 부인하며 “죽은 것은 안타까운데 사죄할 것은 없다. 폭행한 사실이 없으니 미안하고 안타까운 마음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날 증인들의 회피성 발언에 회의 진행을 맡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크게 분노해 목소리가 높아졌다. “(대한체육회장은) 국회에 나오면서 가해자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말을 할 수가 있나. 장관도 모르나. 주요 가해자 정보를 가진 사람 누군가. 차관인가.”라고 일갈했다.

 

도 위원장은 가혹행위 당사자로 지목된 이른바 ‘팀닥터’ 행방에 대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 등이 모른다는 취지로 답하자 발언을 시작했다.

 

도 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연 다른 선수들은 (가해자들이) 성적 수치심을 느끼는 행동도 했다고 하는데, 이 자리에 나오신 책임 있는 분들이 모르면 회의를 어떻게 진행하나. 누가 답변 좀 해보시라”라고 큰 소리로 물었다.

 

최윤희 문체부 2차관을 향해 질의하자 최 차관은 “팀 닥터에 대한 정보는 없다”라고 고개를 떨궜다. 또 증인으로 출석한 김진환 클린스포츠센터장은 “(팀 닥터로 지목된 인물은) 닥터(의사)는 아니고 자격증도 없고 개인병원에서 잡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김 센터장은 “언론에서 (정보를) 얻었다”라며 “형사권이 없기 때문에 불러서 조사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물리치료 학과를 나왔는데 자격증이 없는 상태에서 감독 친분으로 고용했다”며 “선수들이 비용을 걷어줬다”라는 취지로 발언했다.

 

김 센터장이 기밀 누설을 이유로 해당 내용을 문체위 등에 보고하지 못했다고 하자 도 위원장은 “지금 말한 것이 무슨 기밀인가”라고 더욱 격앙해 목소리를 높였다.

 

2017년 2019년 2년간 경주시청 소속으로 활동한 최숙현 선수는 그간 감독과 팀 닥터, 선배 등으로부터 가혹 행위를 당해온 것으로 드러났고 끝내 지난달 26일 유명을 달리했다.최 선수는 생전 경찰, 검찰, 경주시청, 경주시체육회, 대한체육회, 대한철인3종협회에 가혹행위가 벌어졌다는 것을 알렸지만 당시 관련 기관들은 어떠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고(故) 최숙현 선수 사망 사건과 관련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경주시청 김규봉 트라이애슬론 감독과 동료 선수들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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