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향했나" 공격하는 태영호에 이인영 '내가 탈북자?' 역공

"전향은 태 의원처럼 북에서 남으로 올 때 해당, 내가 북에서 남으로 왔나..민주주의 이해도 떨어져"

정현숙 | 입력 : 2020/07/23 [13:17]

태영호, 이인영에 "주체사상 포기하고 전향했나"

'자주=반미'라는 박진 공격에 이낙연 "박정희 자주도 반미냐" 돌직구

김영호 "통일부 장관 후보에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 전향했느냐?'..국회 모욕 행위"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2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태영호 미통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KBS

 

"후보자는 '빨갱이'라는 말 들어본 적 있습니까?"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충성 맹세를 했습니까?"

"주체사상을 버렸다고, 사상 전향을 한 적이 있습니까?"

 

2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태영호 의원이 던진 세 가지 핵심 질문이다. 이날 국회 인사청문회는 '정책 검증'은 뒷전이고 '사상 검증'에 방점이 찍혔다. 한 나라의 장관 인사 검증이 아니라 국가정보원이 마치 귀순자에 던지는 사상적 전향을 묻는다는 지적이 나왔다.

 

미통당은 과거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1기 의장을 지낸 이 후보자의 경력을 고리로 '김일성 주체사상', '반미 사상'에 대한 공세를 펼쳤다. 태영호 의원은 가장 먼저 이인영 후보자에게 '빨갱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냐고 물었다. 

 

태 의원은 또 "80년대 전후반을 지나가면서 제가 북한에 있었을 때, 제가 주체사상을 신봉하고 믿었다"라며 "그때 북한에서 뭐라고 가르쳤는가 하면, 남한의 주체사상 신봉자가 대단히 많다. 그리고 전대협이라는 조직이 있는데 조직원들은 매일 아침 김일성 초상화 앞에서 남조선을 미제의 식민지로부터 해방하기 위한 충성의 교리를 다진다(고 했다)"라고 주장했다.

 

이인영 후보자는 "사람들 속에서 그런 수군거림도 있었고, 또 전 정권이 공개적으로 저를 용공세력으로 지목했던 시절도 있었다"라며 충성 교리를 다진다는 말에는 "북쪽에서 아마 잘못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매일 아침에 김일성 사진을 놓고 거기에서 충성 맹세를 하고, 주체사상을 신봉했다는 기억이 없다, 제가 알기로는 그런 일은 없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태 의원은 "이번에 (청문회를) 준비하면서 후보자의 삶의 궤적을 많이 들여다 봤는데, 언제 어디서, 또 어떻게 사상 전향을 했는지를 찾지를 못했다"라며 자신이 귀순 후 첫 기자회견 당시 '만세'를 부르는 사진을 들어보였다. 그리고는 "저는 '대한민국 만세'라고 불렀다. 이 후보자도 '나는 언제 주체사상을 버렸다. 더는 신봉자가 아니다'라고 하신 적 있느냐"라고 공세를 폈다.

 

이 후보자는 "이른바 전향이라는 것은 태 의원님처럼 북에서 남으로 오신 분에게 전형적으로 해당하는 얘기"라며 "제가 남에서 북으로 갔거나, 북에서 남으로 온 사람이 아니지 않냐"라고 따지며 "그런 저에게 사상 전향 여부를 묻는 것은 아무리 의원님이 제게 청문위원으로서 물어보신다 해도 온당하지 않은 질의 내용"이라고 되받아쳤다.

 

그러면서 "북에서는 이른바 사상 전향, 이런 것들이 그렇게 명시적으로 강요되는지 모르지만 남쪽은 이른바 사상과 양심의 자유, 이런 것들이 법적으로는 되지 않아도 사회·정치적으로 우리 민주주의 발전 수준에서 강요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라며 "제게 사상 전향 여부를 물어보시는 것은 아직 남쪽의 민주주의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 당시에도 주체사상 신봉자는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라며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런 이야기가 태 의원님께서 제게 사상 전향을 끊임없이 강요하거나 추궁하는 행위로 오인되거나 착각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경고했다.

 

조태용·정진석 의원 등은 이 후보자의 전대협 1기 의장 시절인 1987년 9월 '동지여 전진! 동지여 투쟁!' 문건을 통해 반미 사상을 드러냈다고 지적하면서 "이인영을 떠올리면 '반미'라는 이미지, 또는 '우리민족끼리'라는 이미지가 크다. '반미 자유화'라는 자주 노선을 한 전대협 리더였다"고 몰아 붙였다.

 

박진 의원도 가세해 “운동권과 진보진영에서 ‘자주’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반미’를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이인영 후보자는 “전대협 전체가 이적 단체 판정을 받은 것은 아니다"라며 "당시 공안당국이 특정부분만 이적 단체라고 규정했다. 동일하지 않다”라고 반박했다.

 

인사청문회 내내 정책 검증은 뒷전인 미래통합당의 반미 공세를 두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그는 “박정희 대통령 시절 체결한 7·4남북공동선언에서 맨 앞에 나오는 통일원칙이 ‘자주’다. 박정희 대통령이 반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일침하면서 장내가 멈칫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오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남북관계 신뢰 회복과 관련해 질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당 의원들은 미통당의 '사상 검증' 공세에 반발하며 향후 남북관계와 한미관계 등에 질의를 집중했다. 국회 외통위 여당 간사인 김영호 민주당 의원은 "대한민국 출신의 4선 국회의원, 그리고 통일부 장관 후보에게 어떻게 '주체사상을 포기하라, 전향했느냐'(라고 묻느냐)"며 "굉장히 이건 국회를 모욕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전향이나 주체사상을 언급할 문제가 아니라, 이인영 통일부 장관 후보가 앞으로 대북 관계를 어떻게 진행할 것인지 등을 논의해야 한다"라며 "앞으로 북한을 상대할 수 있는 통일부 장관에게 입지를 축소하고 북한으로부터 오해를 받을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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