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인품 극찬한 비서업무 '인수인계서'에 드러난 모순

고소인 "최초3선 서울시장, 민선7기 시장 비서의 자부심.. 인생에서 다시 없을 특별한경험" 서술

정현숙 | 입력 : 2020/07/27 [15:36]

경찰 박원순 비서 '자부심' 담긴 인수인계서 확보, 진상 밝혀지나

박원순 '위험인물'이라는 변호인과 고소인의 후임 비서 인계서 내용은 또다른 방임·묵인?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피해자가 지난해 7월 다른 업무로 전보될 당시 작성한 비서 업무 인수인계서. 서울신문

 

故 박원순 서울시장 성추행 의혹의 진상이 하나둘 벗겨지는 조짐이 나오는 것일까. 서울시장 비서 업무 '인수인계서'에서 매우 유의미한 단서 하나가 확보된 것으로 26일 알려졌다. 

 

이날 '서울신문' 취재에 따르면 서울지방경찰청 박원순 사건 태스크포스(TF)는 이르면 27일부터 박 전 시장의 전·현직 비서관을 포함한 핵심 인물들을 소환 조사하기로 했다. 이날 경찰은 최근 소환대상자 스스로 “무죄를 입증할 자료”라고 주장하는 서류 등을 제출받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박 전 시장 고소인이 지난해 7월 다른 곳으로 전보될 당시 작성한 [비서업무 인수인계서]에 ‘민선 7기 시장 비서의 자부심’이라는 표현이 언급된 사실이 확인됐다. 고소인이 2015년 7월부터 4년 동안 비서실에 근무하는 동안 비서실장은 총 4명이다.

 

그동안 고소인의 법률대리인 측이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고인으로부터 당한 성추행 혐의라고 공개했던 여러 정황들이 고소인은 정작 '자부심'으로 느끼며 감내해온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비서업무 인수인계서'는 그동안 피해를 당했다는 고소인 측의 일방적인 주장을 의심할 수 있는 중요단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고소인의 인수인계서에는 서울시장 비서로서의 임무를 비롯해 마음가짐 등이 담겨 후임 비서들에게 전달됐다. 특히 "최초 3선 서울시장, 민선7기 시장 비서의 자부심"이라며 "다른 부속실 비서들과 절대 다르니 자부심을 느끼고, 인생에서 다시 없을 특별한 경험, 인품도 능력도 훌륭한 분이라 배울 것 많음"이라고 인계서에 서술했다. 

 

따라서 김재련 변호사 등이 제기한 파편적으로 나열한 성추행 혐의는 실제 고소인의 피해호소와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수인계서에 메모된 '비서' 항목 내용을 보면 더욱 그렇다. 인계서 내용을 일부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엉덩이는 가볍게, 입은 무겁게(눈치는 빠르게)… 너무 사소하고 하찮은 일이라 가끔 자괴감 느낄지라도, 시정운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 낮은 곳에서 작은 일부터 챙기는 역량 기르는 시간이라 생각하기” “상사를 위한 일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분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하면 좋음” “빈 공간에서 그분의 흔적과 대화하며 그분의 생활패턴, 습관, 철학 이해하기” 등등이 적혀있다.

 

더불어 ‘최초 3선 서울시장, 민선 7기 시장 비서의 자부심’ 항목에서는 “다른 부속실 비서들과 절대 다르니 자부심 느끼기…인생에서 다시 없을 특별한 경험(장관급, 차기 대선주자, 인품도 능력도 훌륭한 분이라 배울 것이 많음)”이란 내용이 기록됐다.

 

인수인계서 내용을 정리해 보면 고소인이 비서로 재직 중일 당시에는 성추행에 대한 인식 자체를 전혀 못하고 있다가 어떤 특정한 사안이 계기가 되어 법률대리인이 뒤늦게 개입하면서 이번 일을 키운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올 수도 있는 국면을 맞고 있다.

 

그런데 고소인 측 김 변호사는 “해당 문서가 피해자가 작성한 것이 맞는지 대책위와 함께 논의해보겠다”라며 “피해자가 담당 업무를 후임에게 인수인계하는 처지에서 '박 전 시장이 위험인물이니 조심해라'라는 말을 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김 변호사가 "인수인계하는 처지에서 후임에게 박 시장이 위험인물이니 조심하라는 말을 못했을 것"이라는 해명은 법률대리인으로서 옹색하기 짝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신과 고소인에 대해 한마디라도 하면 2차가해 운운하는 김 변호사가 정작 후임으로 올 비서에 대한 발언을 두고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보인다는 것이다.

 

고소인이 자기 피해 상황을 주변 20여 명에게 알렸는데 그 직원들이 방임 묵인했다고 고발돼서 지금 조사하는 중이다. 따라서 고소인은 그냥 업무 이관에 대해서만 사무적이고 형식적으로만 남겨도 되는데 굳이 '박 시장의 인품이 훌륭하다던가 자부심을 느낀다'는 인수인계서를 남겼다는 게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고소인과 법률대리인으로 나선 김재련 변호사의 말대로 박 시장이 위험인물이라면 이들이야말로 후임으로 올 비서에게 닥쳐올 성피해를 방임, 묵인한 것이 아닌가? 빠른 진상 조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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