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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후기] “천안함 첫 재판, 난 이렇게 진술했다”

“나를 고소해준 건 하늘이 준 소중한 기회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1/08/22 [18:37]

[재판후기] “천안함 첫 재판, 난 이렇게 진술했다”

“나를 고소해준 건 하늘이 준 소중한 기회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1/08/22 [18:37]
작년 5월 합조단의 고발로 검찰 소환조사를 받은 후 8월 기소 그리고 해를 넘겨 네 차례의 준비기일 과정을 거치는 동안 검사와 재판부가 교체되는 우여곡절 끝에 천안함 침몰 사건의 첫 재판이 지난 월요일 오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습니다.
 
이 사건은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에 민간조사위원으로 참여했던 필자가 허위사실을 주장하여 합동조사단에 참여한 군과 조사위원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필자를 검찰에 고발함으로써 조사가 시작되어 <명예훼손> 및 <정보통신법위반> 혐의로 기소된 사건입니다.
 
필자가 평택에서 천안함을 조사한 직후 언론 인터뷰와 칼럼을 통해 합조단 조사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합조단장(대리)의 고발을 필두로 김태영 국방장관, 김성찬 해군참모총장, 윤종성 국방부 조사위원장의 고소(고발)이 이어져 원고의 계급이 <별만 열넷>인 초미의 사건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소송사건의 성격만 보면 단순한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법 위반 여부를 다투는 형식이지만, 사건의 본질은 피고인의 주장이 ‘사실’에 근거한 것인지 아니면 ‘허위’에 근거한 것인지를 따져보아야만 하고 그 과정에서 천안함의 침몰을 둘러싼 진실의 실체적 모습이 드러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볼 때 (필자 역시 국방장관을 고발하였습니다만) 합조단과 군부 최고위층에서 필자를 고소(고발)해 준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거대한 권력에 눌려 꺼져가는 불씨를 이어갈 수 있기에 그러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인물들을 한 사람씩 증인석에 세울 수 있다는 것은 하늘이 준 소중한 기회임에 틀림이 없기 때문입니다.

피고의 모두 진술 프레젠테이션
 
7월에 열렸던 제4차 준비기일에서 저는 재판장께 첫 재판에서의 <피고인 모두진술>을 프레젠테이션으로 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십사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워낙 쟁점이 많아 그래픽으로 잘 정리된 자료로 설명을 드리는 것이 재판부와 검찰, 변호인 그리고 방청객들도 이해하기가 쉬울 것이란 점을 말씀을 드렸고 재판장께서 검사의 동의를 구해 허락을 하셨습니다.
 
재판장께서 허락하신 30분 브리핑을 위해 작성한 90페이지 PT 자료에 담긴 주요 내용을 요약 소개하겠습니다.
○ 참고파일 : http://www.seoprise.com/etc/u2/?tid=328527

1. 천안함 사고 첫 보도 - [침수되면서 5km 표류 후 두 동강] 이것은 침수를 유발하는 첫 사고와 함체가 두 동강 난 두 번째 사고로 나뉘는 것이며 그 사이엔 ‘표류’라는 시간적 간격이 존재한다. 두 번의 사고가 연관성이 있을 수도 있고 별개의 사건일 수도 있으나 본질은 사고가 한 번이 아닌 두 번의 일련된 사고라는 사실이다.

▲ 천안함 최초 보도 관련 PPT.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2. 해군 최초상황일지 및 해경 최초보고서 - 모두 최초상황발생시간을 21:15분으로 기록하고 있다. 해경은 보고서에 <좌초>를 명시하고 있으며 기자들을 불러 첫 상황발생이 21:15분이었다는 기자회견까지 하였다. 그리고 천안함 함장, 포술장 모두 함대사령부 및 해경에 도움을 요청하며 <좌초하였다>는 사실을 보고하였다.

 

3. 천안함 사건 당일 서해 해상에서는 한미합동군사훈련인 키 리졸브 훈련과 함께 독수리 훈련이 실시되고 있었으며, 당시의 훈련내용이 <대잠훈련>이었다는 사실이 사고 후 두 달여 지난 2010년 6월5일 AP 통신의 보도를 통해 밝혀졌다. 대잠훈련이란 아군 잠수함 중 몇 척을 적 잠수함이라 간주하고 추격하는 훈련인데, 그런 중에 북한 잠수함이 끼어들어 초계함을 격침시켰다는 것이 국방부의 주장인 셈이다.

 

4. 필자가 사건을 깊이 들여다보기 시작한 계기는 항해기록, 교신기록, KNTDS정보, 조타기록, 엔진기동상황 등 해양사고 시 당연히 공개되어야 할 필수 기본 사항들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군사기밀이라며 공개를 거부할 뿐만 아니라 일반적인 선박 운항사고 시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좌초 및 충돌을 아무 근거 없이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등 전혀 신뢰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사건에 대한 관심이 더 깊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5. 천안함 침몰 후 불과 9시간 지난 27일 오전 용트림 바위 앞 해상에서 천안함 함수가 발견되었고 해경정이 현장에서 함수의 위치와 실체를 확보하였음에도 군은 이 사실을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묵살하였으며, 당일 오후 해경은 Sonar로 함미를 발견하여 군에 통보하였음에도 국방부는 묵살하는 한편 기자들에게 계속 수색 중이며 3000톤급 수색함이 올라오고 있다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발표로 진실을 호도하였음이 밝혀졌다.

▲ 천안함 함수 발견 관련 PPT.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6. 천안함 프로펠러가 구부러진 것은 좌초 및 이초의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며 갑작스러운 정지로 관성의 힘이 작용하여 휘어졌다는 군의 주장은 터무니없는 거짓이다. 또한 군은 인양된 함미를 바지선에 탑재하는 과정에서 함미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자 프로펠러 하부를 플라즈마 커팅(Cutting)으로 임의로 절단하였음에도 바지에 함미를 탑재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부러졌다고 거짓말을 하였던 사실이 드러났다.

 

7. 천안함의 최초사건 시간과 관련 합참 주도하에 천안함 최초사건 시간 15분에 ‘ㄴ'을 그려 45분으로 조작하였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결과 밝혀지고 공식발표 하였음에도 어느 누구도 그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최초사고시간 역시 여전히 ‘9시22분’을 고수하는 등 국방부는 거짓으로 일관하고 있다.

 

8. 좌초의 증거들 - 선체하부의 스크랫치, 천안함 침몰 첫 통보 시 좌초표현이 있었다는 언론들의 보도, 해군 작전상황도 상의 ‘최초좌초’지점 명기, 증거 동영상 확보, 희생자가족대표의 증언, 휘어진 프로펠러 등이 천안함의 좌초를 입증하고 있다.

 

9. 폭발이 존재했는지 여부 - 화약냄새가 전혀 나지 않았다는 천안함 병기장 오성탁 상사의 증언, 최초 시신인양한 잠수요원의 증언, 물기둥을 본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사실, 절단면 내부 천장에서 발견된 형광등, 물고기 떼죽음현상이 없다는 사실, 선저외판에 파편이 전혀 없다는 사실, 온전한 가스터빈실, 게이블 손상의 형태는 물리적 절단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 등은 폭발의 존재를 부정한다.

 

10. 합조단은 어뢰를 두 개 준비하였다 - 합조단이 최초 어뢰를 발견했다며 언론에 공개한 사진과 이후 5월20일 유리케이스에 넣어 실물 공개한 어뢰가 서로 다르다. 합조단은 최초 낡은 어뢰 사진을 공개하였으나 진위여부 및 출처에 대한 논란이 일자 <1번>을 써 넣은 유사한 어뢰를 준비하여 공개하였다. 실물 공개한 어뢰는 처음 사진으로 공개한 어뢰와 매우 유사하지만 세밀히 비교한 결과 분명히 다른 어뢰였다.

 

11. ‘1번 어뢰’는 조작된 것 - <1번>은 녹 위에 쓰여졌다는 사실, 녹을 제거하기 위해 녹제거제로 문지른 흔적, 재미과학자의 흡착물질 분석결과 국방부 주장은 거짓으로 드러났다. 국내 400여 과학자의 추천을 받아 추적60분팀의 의뢰로 실시한 안동대 정기영 교수의 실험결과 어뢰흡착물질은 상온에서 오랜 시간 침전되어 고착된 알루미늄 수산화 산화물임이 밝혀졌으며 국방과학연구원 역시 그것을 알고 있었음을 시인하였다.

 

12. 후타실 희생자 - 국방부에서 제작한 최종보고서 211page에는 후타실 희생자 마지막 장면이라며 운동복 차림의 대원 5명과 근무자 1명의 CCTV 화면이 나와있다. 그러나 동 보고서 129page에는 후타실에서 발견된 시신이 4명이었다고 기록하고 있다. 후타실 희생자에 대하여 인원수와 계급이 서로 상이한 내용이 같은 보고서에 올려져 있는 것이다.
▲ 천안함 사고 후타실 희생자 관련 PPT. 최종보고서에 나오는 후타실 희생자 기록과 동영상에 등장하는 장병들의 계급과 인원수가 완전히 다르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13. 가리비, 붉은멍게 그리고 새로운 해양생물체 - 어뢰 구멍에서 가리비가 발견되자 국방부는 요원을 보내 증거물을 훼손 인멸하였으며, 붉은멍게 유생 사진을 공개하자 분석결과 무생물이라며 부인하였다. 이에 이번 모두진술에서는 어뢰흡착물질 속에 파묻혀 있는 미상의 ‘해양식물체’ 사진을 최초로 공개하였다. 어떠한 이유든 흡착물질 속에 파묻힌 물체의 존재 자체만으로 순간적인 폭발이라는 논리는 부정될 수밖에 없다.

 

14. 천안함과 잠수함의 상관관계 - 100%다. 국방부가 주장하는 것은 한미합동군사훈련 중에 북한의 잠수함이 NLL을 넘어 천안함을 추적하여 어뢰를 쏘았다는 것이고, 피고인 필자가 주장하는 것은 좌초로 인해 기동력에 문제가 발생한 초계함이 인근해역을 수중 항행하는 잠수함과 충돌을 하였다는 것이다. 당시 해역 내에 천안함과 잠수함이 사고를 유발시켰다는 사실만큼은 국방부와 피고인의 견해가 일치하는 셈이다.

 

15. 잠수함과의 충돌을 주장하는 이유 - 첫째, 전술한 바와 같이 천안함 사건에 ‘폭발’은 존재하지 않는다. 둘째, 평평한 해안단구에 부드럽게 밀고 들어가 좌초한 정도만으로 선체가 반 토막 나지 않는다. 셋째, 인근해역에 배를 두 동강 낼만한 암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남아있는 가능성은 제3의 함선(선박)과의 충돌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16. 충돌 가능성을 높이는 정황 - 서해안 한미합동군사훈련에 한국과 미국 그리고 제3의 국가에서 파견되어 온 잠수함을 포함 최소한 3척 이상의 잠수함이 훈련에 참가 중이었다는 사실은 이미 더 이상 비밀이 아니며 사고 당일의 훈련이 <대잠훈련> 중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사고 인근해역 수심 46미터 깊이에 높이 10m에 달하는 침선이 존재하였다는 것 역시 잠수함의 활동을 제약하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이다.

 

17. 사고지역 반경 200 ~ 250m 범위 내 침선의 발견 - 알파잠수 이종인 대표는 천안함 사고지역에서 오래된 침선을 발견하였으며, 국방부는 그 사실을 알고 있었음을 실토한 바 있다. 사고해역에 길이 75m 높이 10m의 침선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인근을 항행하던 잠수함에게는 <긴급부상>을 야기시킬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는 것이다. 수심 45m인 해역에 높이가 20m인 잠수함이 항행한다면 해저의 높이 10m 침선은 잠수함을 부상시킬만큼 충분히 위험한 요소임에 틀림이 없다.

 

18. 잠수함과의 충돌 증거 - 2010. 4. 2 김태영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답변 중 누군가로부터 VIP 메모를 전달받는다. VIP 메모에는 <장관님, 보이지 않는 두 척과 이번 사태와의 상관관계에 대하여, 기존의 입장인 ○○○과 침몰초계함을 건져 봐야 알 수 있다고 말씀해 주시고>라는 내용이 나온다.

 

그런데 지워진 ○○○을 확대분석하니 <잠수함>이라는 글자가 발견되었다. 이 메모가 문제가 되자 국방부는 보이지 않는 두 척이 북한의 기지를 출발한 잠수함이라고 둘러댔지만, VIP 메모를 읽어보면 국방부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국회에 출석한 김태영 당시 국방장관이 전달받은 VIP 메모. VIP 메모에는 잠수함이라는 내용이 나온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

 

19. TOD 영상 속 자력으로 기동하는 물체 발견 - 천안함 함수·함미 분리직후의 영상 속에서 동력을 갖고 기동하는 물체가 발견되었다. 천안함은 함수 함미가 분리된 후 기동력을 상실하고 조류가 흐르는 방향으로 서서히 떠내려가지만 함수와 함미 중간에서 발견된 미상의 물체는 조류방향을 거슬러 이동을 하다가 함수와 부딪친다. 동력을 상실한 천안함 그 반 토막 난 중간에 기동력을 가진 물체는 천안함과 충돌한 사고의 당사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20. 미국의 딜레마 - 천안함 사고 이후 서해안에는 미 7함대 구조병력과 장비가 총 집결한다. 주한 미 대사와 한미연합사령관이 백령도로 급히 날아오고, 첨단 장비를 동원 심해잠수사들은 무수히 많은 양의 인양물체를 건져 올려 헬기로 어디론가 실어 나른다. 그러나 정작 미국의 함선들이 천안함의 구조 작업에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들은 그들의 사고를 수습하는 일에 바빴을 뿐이다.



▲ 신상철 대표는 “진상을 밝히는 것만이 안타깝게 죽어간 46명 장병과 한준호 준위의 죽음을 헛되이 않는 일이고 제2의 천안함 사태를 막는 길”이라고 밝혔다. ⓒ민중의소리

소송사건에서 피고인이 발언할 수 있는 기회는 최초 모두진술 그리고 판결 후 최후진술 단 두 번뿐이라고 합니다. 필자는 첫 재판의 모두 진술을 통해 그동안 분석하고 준비하였던 대부분의 내용을 요약하여 브리핑하였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재판에서 매회 3~4명의 증인을 소환하여 증인심문을 하게 된다고 보았을 때 이 사건의 결론에 도달하기까지 앞으로 2년이 걸릴지 3년이 걸릴지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제가 소망하는 바,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과반수 의석 확보에 성공한다면 천안함 침몰 사건은 법정이 아닌 국회에서 국정조사로 다루어 질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며 그것이 진실을 밝히는 최선의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역할은 진실을 밝히는 노력과 함께 이 사건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지고 스러지지 않도록 붙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번 첫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온 두 분, 해군본부 군수과장과 해경 501호 부함장에 대한 증인심문에 대해 사전에 크게 기대하지는 않았습니다만 깜짝 놀랄 만큼 비중 있는 증언이 나와서 놀랐습니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 편에 소개하겠습니다.
 
                              신상철 서프라이즈 대표(전 천안함 민군합동조사단 민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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