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 "'일도이부삼빽' 알려준 검찰..강기정 언론 보도에 칭찬"

"룸싸롱 변호사(이주형)가 윤석열 총장과 각별한 관계였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영향력 과시"

정현숙 | 입력 : 2020/10/22 [10:12]

김봉현 "검찰 짜맞추기 수사…검찰에 충성, 난 거의 수사팀 일원이었다" 

 

민주당 "공수처 필요 이유 드러나..국힘, 자당인사 보호 시간끌기용 특검 주장 중단하라"

 

JTBC


라임자산운용 사태 핵심 인물로서 검찰 수사가 부적절하게 이뤄진 의혹을 폭로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1일 직접 손으로 쓴 14장짜리 두 번째 자필 문서를 JTBC에 보내 추가 폭로했다. 자신은 구치소에 수감돼 있지만 접견한 변호인을 통해서다. 그는 검찰이 도망치는 방법까지 알려줬다는 쇼킹한 고백도 했다. 

 

전 중앙일보 기자 출신 고일석 '더브리핑' 대표는 김봉현 전 회장의 2차 자필서신 내용을 집약하면 다음과 같이 크게 세 가지 의미라는 취지로 요약했다.

 

"검찰은 자신이 구속된 지난 6개월 동안 금융관련 조사는 한 달 만에 다 끝내놓고도, 아무 관련도 없는 여당 정치인과의 관계만 마른 수건 쥐어짜듯 집요하게 털어댔다. 이미 두 차례 구속 경험으로 구속된 상태에서는 방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기에,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고자 비겁함을 무릅쓰고 마치 수사팀의 일원인 것처럼 있는 대로 협조했지만, 이제 더는 그 짓 못하겠다. 국민 여러분. 방어권을 위해 당연히 보장되어야 하는 불구속 수사 및 재판을 빌미로 정치적 거래를 강요하는 검찰의 만행을 폭로하오니, 제가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JTBC에 보낸 김봉현 전 회장의 옥중 자필서신의 전체 맥락은 검찰 수사의 짜맞추기 프레임으로 자신이 '라임 사태의 몸통'이 됐고 정작 관련 야당 정치인의 수사는 제끼고 엄한 여당 정치인으로 몰아갔다는 주장이다.

 

자신의 수사를 담당한 남부지검 기존수사팀에 대한 불신과 '언론'에 대한 강한 불만도 표출했다. '추측성 카더라 보도'를 멈춰 달라는 내용이다. 매체는 김봉현 전 회장이 보낸 자필문서 전체를 홈페이지에 올린다고 밝혔다.

 

이날 저녁 JTBC '뉴스룸'에 따르면 가장 눈에 띄는 건 수사를 피해 도망을 다니던 지난해에 검찰 관계자들이 '도피 방법'을 알려줬다는 내용이다. "도주를 권유했다"거나 "수사팀의 추적 방법과 휴대전화 사용 방법 등에서 조력을 받았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이 자필 문서 속 주장들을 법무부의 감찰 조사에서도 말했다고 한다.

 

라임 펀드를 기획한 핵심 인물, 이종필 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잠적했다. 디스플레이 업체 '리드' 경영진이 800억 원대의 횡령을 하는 데에 가담한 혐의로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한 거다.

 

당시 이종필 전 부사장이 사라지자, 라임 수사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도주 다섯 달 만인 지난 4월, 이 전 부사장은 서울의 한 빌라에서 붙잡혔다. 잠적했던 김봉현 전 회장과 함께 체포됐다. 이들은 수십 대의 대포폰을 사용하고 택시를 여러 번 갈아타며 이동하는 방법 등으로 수사망을 피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 김 전 회장이 JTBC에 보낸 두 번째 자필 문서에는 이런 도피 과정을 검찰 인사들이 도왔다는 주장이 적혀 있다. 김 전 회장은 "검찰 관계자들"이라고 표현했고, 이들이 도피를 권유한 것을 넘어, 도왔다는 것이다. 검찰이 어떻게 피의자들을 추적하는지, 휴대전화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등을 알려줬다는 취지다.

 

김 전 회장의 서신에는 "일도이부삼빽"이라는 용어도 썼다고 했다. 그는 검찰 관계자들이 “일도이부삼빽이라는 단어들을 쓰며, 일도:일단 도망가고, 이부:이번 부인하고, 삼빽:삼번 부인하고라는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검찰 관계자들 용어를 써가면서 도주를 권유했다”라고 적혀있다. 하지만 검경이 말한 이 은어의 원래 뜻은 一逃(일도) 일단 도망가고, 二否(이부) 잡히면 최대한 부인하고, 三Back(삼빽) 안되면 빽(인맥이나 권력)을 써야한다는 의미라고 한다.

 

그는 또, 이 관계자들에게 수사 진행 상황도 들을 수 있었다고 했다. "수사 상황이 자신 앞에서 생중계됐다", "생생하게 들었다"라고 했다. 그는 이런 내용들을 법무부의 감찰 조사에서도 이야기했다.

 

김봉현 전 회장은 '검찰의 특수수사 방식'도 언급했다. "6개월간 거의 매일 불려 다녔다"라며 "검찰에 충성했고 자신이 거의 수사팀의 일원이었다"라고 했다. 특히 서울남부지검의 수사 과정에서 부당한 일을 많이 겪었다고 털어 놨다.

 

그는 "조사를 받을 때의 실제 저의 사례"라며, 자신의 수첩에 적힌 여당 의원과 관련된 내용을 예로 들었다. 실제 만난 장소를 적어둔 표기란의 의원 이니셜과 다른 표기란에 적어둔 부분이 차이가 나자, "검사가 5년이 지난 사건인데도 두 표기란이 차이가 있으면 수사 진행이 안 된다면서 두 부분의 차이점을 맞추도록 유도했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은 "오래전 휴대전화 위치와 카드 사용내역, 차량 출입 기록들로 날짜를 알려주고는, '이날이 맞죠' 하며 퍼즐 조각을 짜 맞추듯 거의 모든 수사가 이뤄졌다"라고 했다. 또 수사가 여당 정치인에 집중됐다는 주장도 재차 했다.

 

김 전 회장이 "여당 정치인들은 라임 펀드와 아무 관련이 없다고 수차례 얘기했고 5년 넘은 사건인데도 6개월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는 거였다. 온 가족이 동원돼 수첩 하나를 찾으려 수차례 검찰청을 오갔다고도 했다.

 

강기정 전 정무수석에 대한 의혹이 언론에 보도되자, "자신을 면담한 검사가 환하게 웃으며 증언을 아주 잘했다고 칭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야당 정치인 관련 청탁 의혹에 대해서는 면담 과정에서 로비 정황을 자신이 직접 듣고 움직임을 봤다고 밝혔는데도, 자신에게 어떤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했다.

 

재판 증인으로 나가는 데도 수사팀이 개입했다는 취지로도 언급했다. '라임펀드 본부장 관련 재판에는 증인으로 나가는 걸 막지 않더니, 자신의 친구인 전 청와대 행정관 김모 씨의 재판에는 나가지 못하게 종용했다'는 거다.

 

또 '자신이 선임한 전관 변호사들이 얼굴을 잠깐 비추고 수사 방향을 정했다'며 "검사가 조사를 하다가도 전관들이 오면 가서 문까지 열어드릴 정도로 깍듯했다"고도 했다. 반면,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JTBC에 "원칙대로 수사했고, 짜 맞추기 수사를 한 적이 전혀 없다"라고 반박했다.

 

"1천만원 술접대 검사 3명…옛 대우조선 수사팀" 주장

 

문건에는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이라는 단어들도 들어가 있다. 지난주 김 전 회장은 검사 3명에게 천만 원어치의 술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는데, 이 검사들이 이 팀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라는 더 구체적인 주장을 새롭게 내놓았다. 두 번째 자필 문서엔 검사 3명에게 1천만 원어치의 술접대를 했다는 주장이 더 자세하게 담겼다.

 

김 전 회장은 이들이 "예전 대우조선해양 수사팀에서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이라고 밝혔다. 경영 부실과 상납 비리로 논란이 됐던 대우조선해양을 수사한 건 2016년 출범한 검찰의 '부패범죄특별수사단'으로 총 11명의 검사들로 구성됐는데, 당시 검찰 최정예 멤버들이 모였다며 '미니 중수부'로도 불렸다.

 

김 전 회장이 첫 번째 문건에서 언급한 검찰 출신 A변호사(이주형 변호사)는 2016년 당시 이 수사팀의 주요 직책을 맡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은 문서에서 A변호사와의 인연도 자세히 적었다. 검사 재직 시절 알게 됐고, 2019년 3월경 수원여객 사건 변호인을 찾다 선임을 하게 됐다고 했다.

 

이후 거의 매일같이 어울렸고, 호텔 회원권과 골프장 회원권 등을 선물하면서 지극하게 모셨다고도 했다. A변호사는 "김 전 회장과 술자리를 한 건 맞지만 검사가 아닌 검찰 출신 변호사들과 술자리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윤석열' 직접 언급…새로운 주장들

 

김 전 회장은 법무부 감찰 조사에서 이런 내용을 진술했다. 앞서 첫 번째 자필 문서에선 검사들에게 술접대를 했다는 주장을 했고, 수사관들에겐 '추석 떡값' 등을 줬다며 액수까지 기록했다. 또 자신이 선임했던 A변호사(이주형)가 윤석열 총장과 각별한 관계였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영향력을 과시했다고 했다.

 

윤 총장의 측근인 수원지검장 출신의 모 검사장(엄희준?)도 언급했다. 자신이 '수원여객 사건'으로 당시 수원지검장 측에게 로비를 했고, "실제로 영장이 한동안 발부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김 전 회장은 "검찰 출신 전관 변호사가 오면, 검사들이 문까지 열어드릴 정도로 깍듯하다"라고 밝혔다.

 

반면, 당시 수원지검장은 "영장 청구에 발부까지 이뤄져서 문제가 없다"며 반박했고 "김봉현 측 변호인도 알지 못하고 누구로부터 김봉현 얘기를 들은 바도 없다"라고 부인했다.

 

강기정 전 정무수석과 야당 정치인에게 '직접 로비한 건 없다'는 부분이다. 김 전 회장은 "강 전 정무수석과 전달자로 지목된 이강세 씨가 직접 만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둘 사이에 금품이 오간 것은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야당 유력 정치인'으로 지목한 인물에 대해선 "라임 펀드 관계사인 모 시행사 김모 회장이 2억을 지급했다"라고 분명히 주장했다. 특히 실제 로비가 이뤄진 걸 직접 들었고 움직임을 봤다고 적었다. 그런데도 야당 정치인에 대해서는 검사가 수사하지 않았다고 했다.

 

민주당 "김봉현 2차 서신 공수처 필요 이유 드러나"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수석대변인은 22일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2차 자필 옥중서신을 공개한 데 대해 "한마디로 공수처가 필요한 이유가 다 들어 있는 폭로"라고 강조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국민의 힘은 이래도 공수처를 반대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말하며 "법무부 감찰로 일부 확인된 김봉현의 폭로가 점점 구체화되어 가고 있다. 금융사기꾼과 일부 검찰간의 있을 수 없는 비리와 거래내용들이 폭로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김봉현에 대한 6개월간 66여 차레 소환조사의 실체가 편파수사, 공작수사인 것"이라며 "야당 정치인에 대한 로비진술에도 불구하고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것은 검찰의 정치화가 얼마나 심각한지 여실히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공수처를 반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것이다. '검찰비리를 수사할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고 있으니, 야당인사들에 대한 김봉현의 로비수사를 하지말라'는 신호를 보내온 것"이라며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일부 정치검찰의 입맛에 맞는 주장을 계속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최 대변인은 국힘을 향해 "자당인사를 보호하려는 정략적인 시간끌기용 특검주장을 중단하고, 상시특검이나 다름없는 공수처 설치에 협조하라"라며 "그렇지 않으면, 국민의 힘에 의해 지탱받는 당이 아니라 일부 정치검찰에 의존하는 당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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