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기완 선생 조문한 문 대통령 "술 한잔 올리고 싶어"

문 대통령 "생전 여러번 만나뵙고, 집회 현장서 같이 있기도"

유가족 "문재인 정부, 한반도 평화운동 위에 있어"..흰손수건과 저서 전달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백기완 선생 빈소를 조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통일운동가 백기완 선생 빈소를 조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백기완 선생 영정 앞에 헌화하고 묵념한 뒤 “술 한잔 올리고 싶다”라며 술잔을 올리고 절을 했다. 추모를 마친 문 대통령은 고인의 부인 김정숙 여사와 장녀 백원담 성공회대 중어중국학과 교수 등 유가족을 위로했다. 

백기완 선생의 장남 백일 씨는 "살아생전에 하신 말씀이 회담, 해방·통일, 그리고 세월호 가족들을 대상으로… 살아생전에 (대통령을) 뵈었으면 더 좋은 말씀 해 주셨을 텐데…"라며 말끝을 잇지 못했다.

문 대통령은 “평소 백기완 선생님을 여러 차례 만나 뵙고 말씀을 들었다. 술도 나눈 적도 있고, 집회 시위 현장에서도 늘 뵈었다. 그래서 많이 안타깝다”라며 "이제는 진짜 후배들한테 맡기고 훨훨 그렇게 자유롭게 날아가셨으면 좋겠다"라고 깊은 위로의 뜻을 전했다.

이날 유가족은 백기완 선생이 생전 입원했을 때 문 대통령에게 전하고자 한 통일 관련 당부 영상메시지를 함께 시청했다.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병상에서 촬영된 영상이다.

백 선생은 "다가서는 태도, 방법 이런 것 다 환영하고 싶다. 생각대로 잘 되시길 바란다"라며 "한반도 문제의 평화를 가기 위한 노력이 이 땅에 사는 사람들의 삶의 역사에 주체적 줄기였다. 문재인 정부는 바로 이 땅의 민중들이 주도했던 한반도 평화 운동의 그 맥락 위에 섰다는 깨우침을 가지시길 바란다”라고 전했다.

영상을 끝까지 본 문 대통령은 비서실을 통해 동영상을 잘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문 대통령이 직접 빈소를 찾은 것은 2019년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 할머니를 조문한 이후 2년 만이다.

문 대통령이 백기완 선생의 장녀인 백원담 교수로 부터 유품인  흰손수건과 책을 전달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날 백원담 교수는 문 대통령에게 백기완 선생의 유품인 하얀 손수건과  마지막 저서인 <버선발이야기> 책 1권을 전달했다. 백 교수는 “아버님이 문재인 정부의 평화·통일 노력에 굉장히 찬사를 보내면서 통일열차가 만들어지면 이 하얀 손수건을 쥐고 고향 황해도에 꼭 가고 싶다고 이걸 전달해 드리라고 하셨다”라면서 "이건 마지막에 쓰신 책으로, 아버님의 모든 사상이 여기에 담겨 있다”라고 책을 전했다.

또한 “세월호 가족들을 아버님이 가장 가슴 아파하셨다”라며 “구조 실패에 대한 해경 지도부에 대한 책임이 1심에서 무죄가 되어서 많이 안타까워 하셨다”라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유족들이 원하는 방향대로 진상규명이 좀 더 속시원하게 아직 잘 안 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백기완 선생은 작년 1월부터 폐렴 증상으로 서울대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아오다 지난 15일 오전 향년 89세로 영면했다. 19일 영결식을 거쳐 장지인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안장될 예정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이날 조문에는 유영민 비서실장, 탁현민 의전비서관, 신지연 1부속비서관이 함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