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위복된 '日수출규제'의 반전..日업체들 줄줄이 한국행 왜?

문 대통령 "다시는 지지 않고 일본을 뛰어넘겠다" 강공책..'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경제'로 가는 길 열어

정현숙 | 입력 : 2021/06/29 [15:35]

한일 무역전쟁 2년, 우리가 이겼다..日이 수출 끊자 韓 특허 쏟아져

수출규제 3대 품목 일본 의존도↓..소재·부품 비중도 역대 최저

 

문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7일 오후 경남 창원시 창원 스마트그린 산업단지 내 그린뉴딜 추진기업인 두산중공업을 방문, 가스터빈고온부품공장을 시찰하고 있다. 연합

 

지난 2019년 7월 4일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지 약 2년이 됐다. 당시 보수언론이 부추기면서 나라가 망한다고 온통 떠들썩했다. 하지만 일본의 일방적 조치가 한국경제에 직격탄이 될 것이라는 부정적 전망은 보기좋게 빗나갔다.

 

특히 우려가 높았던 소재 부품 장비 산업은 수입처를 다변화하면서 국산화를 앞당기는 전화위복이 됐다. 이 배경에는 기업들의 과감한 기술 자립화 노력과 정부의 지원, 그리고 국민들의 '노재팬'으로 이어진 일본산 불매운동의 응원이 있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다시는 지지 않겠다. 일본을 뛰어넘겠다"라며 강공으로 맞서면서 '아무도 흔들 수 없는 강한 경제'로 가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의 수출규제 후 핵심품목의 수급 여건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면서 산업 현장은 큰 문제 없이 돌아가 한국에 타격을 가하겠다던 일본의 전략은 실패했다. 오히려 소재·부품 분야의 수입처가 다변화되면서 자생력이 커지고 일부 소재·장비는 국산화에 성공하는 큰 성과가 나오고 있다. 한국 시장을 휘젓던 일본 소비재 업체들이 재기 불가능한 타격을 받고 스러지면서 무역전쟁의 승자는 한국이 됐다.

 

2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4월 대일본 부품·소재 수입액은 96억9600만달러(약 11조원)로 전체 부품·소재 수입 가운데 15.0%의 비중을 차지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포인트 떨어진 역대 최저 수준이다.

 

'머니투데이' 등 보도에 따르면 일본의 3대 수출제한 품목 중 불화수소 일본 의존도가 빠르게 낮아진 것은 국내 기업의 빠른 국산화와 수입처 다변화 때문이다. SK머티리얼즈와 솔브레인 등 국내 기업은 불화수소 국산화에 성공했고, 포토레지스트는 유럽 공급선을 늘리면서 미국 듀폰으로부터 국내 투자를 유치했다. 불화폴리이미드 역시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양산 중이고 SKC 역시 자체기술을 확보했다.

 

일본 정부가 한국 반도체 산업에 타격을 주기 위해 수출규제를 가한 3대 품목 가운데 불화수소가 빠르게 국산화되면서 대일본 수입액이 2년 사이 86%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와 불화폴리이미드도 국산화 작업이 진행 중이다.

 


한국에 위기를 안겨주려던 일본의 수출규제는 우리 산업에 치명타를 주지 못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반도체 생산라인이 멈출 것이란 우려는 기우에 그쳤다. 오히려 기회였다. 수출규제 이후 한국의 핵심산업인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는 수입선 다변화, 기술자립, 대중소 상생협력 등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정부는 수출규제 직후 곧바로 소재·부품·장비의 핵심기술 자립화를 위해 3년간 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올해 일몰될 예정이던 소재부품특별법은 소재·부품·장비산업 경쟁력강화를 위한 특별조치법으로 업그레이드돼 기술독립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정부는 이밖에도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하기 위한 100대 소부장 품목과 세계시장에 대비한 '338개+α'의 품목을 선정해 투자·모니터링하고 있다. 공장신증설 인허가 과정에 패스트트랙을 적용하고 전략 M&A(인수합병)도 지원했다. 

 

소부장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R&D 투자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직후인 2019년 8월 '소부장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하고 추경을 통해 2485억원 규모의 R&D 예산을 투입했다.

 

소부장 개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두산공작기계는 최근 70% 이상을 수입에 의존했던 항공용 터닝센터 장비를 국산화했다. 비행기 부품 생산에 필요한 핵심 공정을 개발한 사례다. 또 켐트로스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불소고무 단량체를 개발해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정부는 소부장 관련 차세대 전략기술에 2022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글로벌기업 100개를 육성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경기 용인(반도체)과 충북 청주(이차전지), 충남 천안·아산(디스플레이), 전북 전주(탄소소재), 경남 창원(정밀기계)에 소부장 특화단지를 선정해 지원한다.

 

정부과 기업 민간의 부단한 노력과 대응에 회복 불가능한 타격을 받은 쪽은 일본이었다. 한국으로 핵심 소재·부품을 수출하던 업체들은 경영난에 빠졌다. 지난해 일본이 한국에 수출한 불화수소 규모는 수출규제 이전에 비해 90% 가량 줄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불화수소 생산기업인 스텔라케미파와 모리타케미칼은 연간 60억엔(약 612억원) 수준의 매출 타격을 입었다.

 

한국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시작한 '노노재팬' 운동은 국내 시장을 호령하던 일본 소비재 업체들도 수렁에 빠뜨렸다. 편의점 매대마다 일본 맥주가 퇴출되면서 2018년 7830만달러였던 일본 맥주 수입액은 2019년 3976만달러로 반토막이 났고, 지난해엔 567만달러로 급감했다. 

 

10인승 이하 일본 승용차 수입액 역시 2018년 11억9130만달러에서 지난해 8억4541만달러로 줄었다. 올해 1~5월엔 3억4405만달러에 불과했다. 2019년 187곳에 달하던 일본 패션브랜드 유니클로 매장은 올해 6월 기준 139곳으로 축소됐다.

 

일본이 수출을 끊자 한국에서 특허가 쏟아졌다

 

산업부에 따르면 R&D 사업을 추진한지 1년반만에 271건의 특허가 출원됐다. 소부장 관련 투자는 3826억원, 관련 매출은 2151억원이 발생했다. 이를 통해 385명의 일자리가 새롭게 창출됐다. 일본의 수출규제가 오히려 우리나라 소부장 분야 R&D 노력에 기름을 부은 셈이다.

 

 

일 소재기업 짐싸서 줄줄이 한국행 왜?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의 성과는 일본 소재업체들의 최근 행보에서도 확인된다. 일본 정부가 수출규제를 3년째 이어가면서 오히려 애가 탄 일본 소재업체들의 한국행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포토레지스트 생산업체인 도쿄오카공업(전세계 시장점유율 25%)은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인천 송도의 기존 공장에 수십억엔을 추가 투자해 생산능력을 2018년의 2배로 늘렸다. 증설한 설비는 최첨단 반도체 기술인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도 생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내 반도체 제조용 가스 시장의 28%를 점유한 다이킨공업은 충남 당진에 3만4000㎡ 규모의 반도체 제조용 가스 공장을 신설할 계획이다. 공장 건설에는 앞으로 5년간 40억엔이 투입된다. 쇼와덴코머티리얼즈(옛 히타치카세이)도 2023년까지 200억엔을 들여 한국과 대만에서 실리콘웨이퍼 연마제와 배선기판 재료 생산설비를 증설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생산한 제품을 한국에 수출하는 기존 방식을 고수해서는 사업을 원활하게 유지하기 어려워진 일본 업체들이 현지 생산으로 전략을 바꿔 한국기업 붙잡기에 나선 것이다.

 

2019년 7월 일본이 수출규제 방침을 발표하기 전까지 국내 업체들은 해당 소재를 개발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일본 모리타화학공업, 스텔라케미파 등 업력이 100년에 달하는 불화수소 전문기업들의 노하우를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는 자기불신이 팽배했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보여준 잠재력은 업계 스스로도 놀랄 정도였다. SK머티리얼즈, 솔브레인 등 소재업체들은 1년이 안 돼 일본산을 대체할 제품을 개발해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오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새로운 소재를 공정에 적용하면서 빠르게 수율(전체 생산에서 제품 출하가 가능한 고품질 제품이 차지하는 비율)을 안정시켰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머니투데이에 "돌아보면 일본의 수출규제가 약이 된 셈"이라며 "좀 더 일찍 국산화와 공급 다변화에 나서지 못한 게 안타까울 정도"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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