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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웹자서전' 3편 "뺨 스물일곱 대"와 "삼식이 조폭연루설"

"가난 때문에 더 빨리 자랐고 더 빨리 세상을 알게 됐다".."외식하고 장 보던 장면이 조폭연루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21/10/30 [16:40]

'이재명의 웹자서전' 3편 "뺨 스물일곱 대"와 "삼식이 조폭연루설"

"가난 때문에 더 빨리 자랐고 더 빨리 세상을 알게 됐다".."외식하고 장 보던 장면이 조폭연루설" 

서울의소리 | 입력 : 2021/10/30 [16:40]

 

<뺨 스물일곱 대>

 

아버지가 성남으로 떠난 뒤, 어머니 혼자 우리 남매들을 키웠다. 

어머니는 화전을 일구거나 남의 밭일을 해주고 좁쌀, 보리쌀을 받아왔다. 그 보리쌀도 자주 부족해 겨를 얻어다 겨떡을 쪄먹었다. 겨는 보리의 껍질이다.

 

보리개떡이라 불렀던 겨떡은 아무리 잘 씹어도 삼킬 때 날카로운 보리껍질이 목을 찌른다. 개떡 같다는 말의 ‘개’를 멍멍이가 아니라 '겨'라고 내가 생각하게 된 이유다.

 

먹기 힘든 음식이었지만 나는 맛있는 표정으로 열심히 씹어 삼켰다. 엄마 표정을 슬쩍슬쩍 살피면서... 목구멍 따갑다고 투정부리는 남동생 여동생에게는 흘겨보는 것으로 눈치를 줬다.

 

크레파스나 도화지 같은 준비물을 학교에 챙겨간 적이 없다. 무슨 강조기간도 많아 그때마다 리본을 사서 달아야 했는데 그것도 못 챙겼다. 또 봄가을이면 논밭에서 벼나 보리 이삭을 한 되씩 주워오라 했다. 아무리 열심히 주워도 쭉정이 한 홉 채우기조차 버거웠다. 아이들은 집에서 한 됫박씩 퍼오곤 했는데, 나는 몸으로 때웠다. 

 

학교의 요구나 지시를 상습적으로 어긴 나는 매를 맞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화장실 청소로 대속했다. 엄마에게 그런 얘기를 한 적은 없다. 

 

아이들이 산과 들로 특활을 나가면 크레파스도, 도화지도 없는 나는 홀로 교실에 남아 있곤 했다. 적막한 교실엔 햇살만 푸졌고, 그 사이로 쓸쓸함, 외로움, 약간의 슬픔 같은 감정이 먼지처럼 부유했다. 

 

인싸에 낄 수 없는 아싸, 주류가 아닌 비주류. 내 비주류의 역사는 생각보다 뿌리가 깊다.  

 

‘새벽종이 울렸네 새 아침이...’ 

한 번은 새마을운동으로 마을 길가에 코스모스를 심는 환경미화작업을 했다. 나는 엄마를 도와 땔감을 해오고 밭일을 하느라 작업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런데 그게 딱 걸렸다. 선생님에게 내 사정은 통하지 않았다. 

 

손바닥이 내 머리통을 향해 날아왔다. 선생님의 손이 퍽퍽 얼굴에 감기는데 정신이 아득했다. 미화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것만이 이유는 아니었을 것이다. 맞아야 하는 이유를 이해하지 못했던 나는 맞으면서도 선생님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래서 더 많이 맞았을 것이다.

 

그날 내가 맞은 따귀는 스물일곱 대였다. 친구가 세어줘서 알았다. 먼 친척인 친구는 그 장면을 오래 기억했다. 나보다 더...

 

내 초등학교 성적표 행동란에 이런 게 적혀 있다. 칭찬하는 말 뒤에 달라붙은 한 마디.

 

‘동무들과 사귐이 좋고 매사 의욕이 있으나 덤비는 성질이 있음’

덤비는 성질이 있음. 그게 무슨 뜻이었을까? 무엇에 덤빈다는 뜻이었을까? 무턱대고 도전한다는 의미로 해석하고 싶다.

 

가난 때문에 더 빨리 자랐고 더 빨리 세상을 알게 됐다. 

가난이 죄가 아닐진대 가난하다고 겪어야 했던 부당함이 있었다. 어린 마음에도 부당한 일을 당하면 예민하게 반응했던 듯하다. 부당함에 대한 민감도가 남달랐다고나 할까. 그렇지 않고서 살아남을 수 없었을지도... 

 

덤벼야 지킬 수 있는 것들이 있었다. 

 

<전국의 삼식이 여러분..삼식이 탈출이 이렇게 힘듭니다>

 

경기도지사 시절인 지난 2017년 SBS 예능프로 '동상이몽- 너는 내 운명'에 출연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 이 후보 페이스북

 

벌써 4년 전이군요.

동상이몽에 출연하면서 삼시세끼 집에서 챙겨먹는 ‘삼식이’ 별명이 생겼습니다. 어딜 가든 “아내 생각 좀 하고, 외식이라도 자주하라”는 충고를 들었지요.

 

식사 준비를 비롯한 ‘집안 일’에 대해 새롭게 눈 뜬 고마운 시간이었습니다만, 그때 당시는 삼식이 오명을 벗어야겠다는 눈앞의 절박함(?)도 있었던 때입니다^^;

 

무더운 7월 어느 날 아내와 퇴근 후 만나기로 약속하고 자주 다니던 집 앞 금호시장으로 갔습니다. 슬쩍 외식 인증샷 하나 찍어 아내 모르게 삼식이 비난 좀 탈출해보자는 심산으로 말이지요.

 

저는 출근 복장 그대로 ‘칼퇴’했고 아내는 편한 슬리퍼 차림으로 집 앞 마실을 나왔습니다. 금호시장 2층에 있는 밥집에서 복수제비를 먹고 인증샷도 찍었습니다. 제 계획대로 페북에 그 사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우리 부부는 식사를 마치고 과일도 살 겸 지하층 전통시장을 둘러봤습니다. 당시 수퍼가 있던 자리에 지역커뮤니티 모임공간과 차이소라는 가게가 막 문을 열었었는데, 소위 조폭운영 매장을 방문했다는 사진은 이때 그곳을 구경하다 찍힌 장면입니다. 커뮤니티 공간 한켠에 해당 매장이 있었지요.

 

삼식이라는 말 안 들어보겠다고 외식하고 장 보던 장면이 조폭연루설 근거라니.. 요즘 참모들이 그토록 말리는 헛웃음을 참기 어렵군요.

한편으로는 이런 ‘국힘 정치공작’이 안타깝기도 합니다. 

 

조폭연루설을 억지로 만들려고 국민의힘과 일부 보수언론이 신빙성도 없는 말을 침소봉대하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제게 20억 뇌물 준 차명계좌가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럼 계좌번호라도 대야지 시장 방문 사진이 무엇이며 관례적 축전 사진은 또 무엇입니까.

 

심지어 국민의힘은 마약사기범이 찍은 돌반지 수표 사진가지고 그걸 제게 준 뇌물이라며 조폭연루 허위주장을 하고, 보수언론은 이에 부화뇌동해 가짜뉴스를 양산합니다.

 

차근차근 뜯어 고치겠습니다. 현명한 국민 여러분만 믿고 뚜벅뚜벅 가겠습니다. 

 

대신 오늘은 큰 교훈 하나 얻어 갑니다. 삼식이 탈출은 어려운 일이고, 한 번의 이벤트가 아닌 무던히 노력해야 가능하다는 것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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