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PD수첩 대체작가 모집?

방송작가들이 무릎 꿇기를 바라느냐

서울의소리 | 입력 : 2012/10/01 [05:10]
* 명절 날에 읽기가 고통스러운 글이다. 죄송하다. 그러나 꼭 읽어주시기 바란다.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라고 한다. 살다보면 이런저런 소리 듣기 마련이지만 설사 감정이 좀 상한다 해도 자신을 비난하는 소리에 근거가 있는가 부터 살피는 게 지성인의 행동이다. 그러나 지성은 커녕 사람대접도 아까운 경우가 많다.

지성(지각)이 모자라는 지식인은 차라리 무식한 사람보다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도 처음에는 자신의 과오에 대해서 반성하는 빛을 보이나 몇 번 반복이 되다보면 면역이 되어 아예 느끼지를 못한다. 뿐만 아니라 기왕에 욕 은 먹은 것이니 더 먹어봤자라는 자포자기가 생겨 수치 같은 것은 아예 느끼지도 못한다. 인간의 가장 부끄러운 경지다. 동물세계로의 입문이다.

최근 이 나라에서 가장 욕을 많이 먹은 지식인(지성인이 아님)을 꼽으라면 서슴없이 김재철 MBC사장을 꼽는 사람들이 많다. 이유는 다들 알겠지만 좀 더 설명을 하자면 인간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모욕을 잘도 견디기 때문이다.

고통을 잘 견딘다고 칭찬을 해 줄만도 하지만 이건 견디지 말아야 할 고통이니 더럽다. 지식인의 타락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 그런 의미에서는 교훈적이다. 김재철이 보여 준 파렴치의 극치, 그 뒤에서 한국의 언론과 방송이 눈물지고 있다. 방송이 신음하고 있다. 비틀거리고 있다.

입에 담기조차 부끄러운 추문, 회사 돈을 쌈지 돈으로 착각하는 무분별, 어떻게 저럴 수 있는가 감탄이 나온다.



민주언론으로 우뚝 섰던 MBC

MBC의 민주방송 쟁취투쟁은 치열했다. 손석희 최문순을 비롯한 올곧은 언론인이 구속되기도 했다. 숫한 MBC 구성원이 잘리면서도 한 마음으로 뭉쳐 파업을 승리로 이끌었고 민주언론의 보루로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아 왔다. 낙하산 사장은 의자에 앉은 채 들려 나왔다.

특히 PD수첩의 역할은 방송발전을 뛰어 넘어 이 나라 민주주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 따라서 독재정권과 정치권력의 미움은 도맡아 샀다.

이명박 정권이 출범한 후 미국의 광우병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PD수첩 방송은 국민을 각성시키고 이명박 정권으로 하여금 PD수첩을 원수처럼 알게 만들었다. 촛불시위가 PD수첩 때문이라고 했다.

김재철이 낙하산 사장이 되었고 그는 목숨을 걸고 PD수첩을 박살냈다. 정권의 개였다. 대한민국 방송의 최고 PD들은 목이 잘리고 징계를 당하고 현직에서 쫓겨났다. 방송을 빛내던 PD들에게 샌드위치 만드는 기술을 배우라니 온전한 정신인가. 한국방송사상 가장 잔인한 살육이고 그 중심이 김재철이다.

MBC는 뉴스를 비롯한 거의 모든 프로그램이 경쟁력을 상실했다. 노조위원장과 기자회장이 해직됐다. 유능한 PD와 기자, 아나운서들이 방송 현업 밖으로 내쫓기고 있다.

PD 수첩은 불방을 계속하고 있다. 마음에 안 드는 PD 수첩 작가들은 해고되었다. 급기야 김재철은 해고된 PD수첩 작가들을 대체할 새로운 작가를 모집한다고 공고했다. 작가들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922명의 구성작가들이 집필을 거부했다. 대체작가 모집은 너희들 말고도 작가는 얼마든지 있다는 오만이다. 작가들의 자존심을 만신창이로 만든 선전포고다.


MBC와 한국방송작가

방송작가협회의 회원은 지금 2.500명에 이른다. 협회 회원이 아닌 작가도 있지만 거의가 협회회원이다. 분야별 회원들이 있어서 시시교양 프로그램은 구성작가들이 집필하고 있고 이번 PD수첩에서 해고된 작가들도 구성작가 협회원들이다.

2.500여명 방송작가들은 대부분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다. 누구보다도 비판의식이 강한 작가들이 박정희 독재 전두환 독재, 이명박 정권아래서 마음에도 없는 글을 많이 썼다. 그래도 김재철 같은 폭거는 당한 적이 없었다. 김재철은 작가들의 마지막 자존심을 난도질 했다. 너희들 없으면 쓸 사람 없을 줄 아느냐다. 정말 더러운 인간이다.

그러나 김재철! 잘못 알았다. 작가들이 쓰라면 쓸 줄 아는가. 작가들은 글 쓰는 기계인줄 아는가. 지금 방송작가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은 김재철이 방송 작가들 모두의 가슴을 황폐화 시켰다는 것이다. 국민이 어떤 시선으로 보고 있는가.

기자들은 정권의 개라는 소리가 몸서리 처진다. 작가들도 창피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렇게 방송계 종사자들이 참담해 지기는 방송사상 처음이고 이는 김재철이 져야 한다.

해고된 PD수첩에 참가하는 방송작가는 협회에서 단호하게 제명한다는 방침을 천명했고 미가입 작가들은 작가협회 가입을 불허한다고 했다. 이것은 불의한 세력은 절대로 도울 수 없다는 작가들의 결의다.

김재철이 다시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는 길이 있다. 자신의 손으로 망가트린 MBC를 원상회복 시켜야 한다. 그 길만이 사람대접을 받는 유일한 길이다.

사람은 사람의 짓을 해야 한다. 사람의 짓을 못하면 짐승이다. 짐승을 인간대접 해 줄 수는 없다.


이기명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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