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비애에 빠진 검찰…유신 복귀다. 촛불시위라도 벌이고 싶다.서초동 인근에서 간부들 삼삼오오 통음하며 울분 토해지난 13일 오후 1시17분. 법조 출입기자단에 예고도 없는 법무부 대변인발 문자가 날아들었다. ‘채동욱 검찰총장에 대한 감찰에 착수한다’는 내용이었다.
각 언론사는 ‘긴급 뉴스’로 인터넷·모바일 등에 타전했다. 소식을 접한 대검찰청 참모진은 점심식사를 하다말고 급히 서울 서초동 대검청사로 하나둘씩 복귀했다. 서초동 대검청사 8층에 위치한 총장실에서 오후 1시40분쯤 긴급회의가 열렸다. 10분쯤 뒤 서울고검기자실에서는 조상철 법무부 대변인이 감찰 착수 사실을 설명했다. 그는 법무장관의 감찰 지시가 법무부 감찰 규정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대변인은 “감찰이 아닌 진상규명 차원”이라고 말했다. 법무부의 설명이 끝난 뒤, 출입기자단에 ‘총장이 입장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는 문자메시지가 속속 도착했다. 그리고 오후 2시30분쯤 구본선 대검 대변인은 채 총장의 사의 표명 사실을 알렸다. 총장의 사퇴 소식에 검찰은 큰 충격에 빠졌다. 격앙된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왔고, 일부는 ‘욕설’까지 해가며 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만둬야겠다”는 검사들도 있었다. 대검의 한 연구관은 “이럴 바엔 검찰을 준사법기관이 아니라 청와대 감찰기구로 바꿔버리라고 하라”며 “검찰은 이제 끝났다. 누가 총장으로 와도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유신시대로의 복귀다. 촛불시위라도 벌이고 싶다”고 말했다. 한 검사는 검찰 내부 통신망인 ‘이프로스’에 올린 글에서 “수고하셨습니다. 잘 가세요. 장관님”이라는 글을 올렸다. 물러날 사람은 채 총장이 아니라 황 장관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 검찰 고위 관계자는 “우리 부 ○○○는 그만둘까 고민하더라”며 “나도 이참에 이민이나 갈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대검 소속 연구관과 간부들은 이날 저녁 서초동 인근에서 삼삼오오 통음을 하며 울분을 토했다. 검찰 주변에서는 채 총장에 대한 의혹 제기가 임기 초부터 정권에 불편한 수사를 거침없이 한 채 총장에 대한 견제 차원일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한 고위 간부는 “특정 세력에 밉보인 사람들은 언제든 ‘처리’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우리 사회를 엄습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확인되지도 않은 소문만으로 검찰총장이 잘려나가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모든 공무원들이 권력과 조선일보의 눈치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조직 전체가 입게 될 ‘신뢰 저하’를 우려하는 검사들도 많았다. 검찰 관계자는 “조직이 평시를 찾을 때까지 얼마나 걸릴지, 과연 위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지금으로서는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 검찰 간부는 “모두 망연자실한 상태다. 검찰이 뭘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총장의 사퇴를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대검 한 고위간부는 “난 이런 총장 본 적이 없는데…. 이렇게 멋있는 총장은 본 적이 없는데…”라며 한숨지었다. <저작권자 ⓒ 서울의 소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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