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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장사 50대… 치매 아버지 모시던 40대… 빚더미 눌린 가장들 안타까운 자살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04/01 [13:06]

과일장사 50대… 치매 아버지 모시던 40대… 빚더미 눌린 가장들 안타까운 자살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4/01 [13:06]
중년 가장들이 생활고를 비관해 잇달아 목숨을 끊었다. 서울에서는 10여년 과일장사를 해온 50대 남성이 빚에 시달리다 과일트럭에서 자살했고, 경기도 고양시에선 치매를 앓는 아버지를 7년간 돌봐온 40대 남성이 아버지와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국민일보에 따르면 지난 27일 낮 12시40분쯤 서울 구로구 도림천로 구로디지털단지역 5번 출구 인근 주차장에서 고모(50)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본인 소유 화물트럭 안이었다. 사흘째 차만 주차돼 있고 사람이 보이지 않는 걸 수상히 여긴 노점상 이모(55)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고씨는 의식을 잃은 채 잠든 듯 누워 있었다. 119 대원이 잠긴 트럭 문을 열었을 때 고씨는 이미 숨진 뒤였다. 차량 안에서는 빈 소주병 2개와 다 탄 번개탄만 덩그러니 남아 있었다. 유서는 없었다. 경찰은 고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부검 의뢰는 하지 않았다.
 
서울 대림동 자택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고씨는 가난했지만 성실한 가장이었다. 트럭에 과일과 채소를 싣고 매일 이곳에서 장사를 했다. 그는 결혼 후 식당에 식자재를 납품하다 벌이가 시원치 않자 10여년 전 트럭을 구입해 청과물 장사를 시작했다. 새벽에 청과물도매시장에서 과일과 채소를 떼어와 이튿날 새벽까지 팔았다. 열심히 일했지만 장사는 생각만큼 잘되지 않았다. 불경기 여파로 지난해 여름부터는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
 
고씨는 궁여지책으로 지하철역 인근을 벗어나 아파트 단지 장터에도 나갔다. 기름 값만 더 들었을 뿐 매상은 큰 차이가 없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자릿세’를 내기도 벅찼다. 외상으로 받아온 청과물이 썩어 팔지 못하고 버리는 날이 늘어갔다. 끝이 보이지 않는 생활고에 결국 고씨는 10년간 삶을 지탱해 왔던 낡은 과일 트럭 안에서 쓸쓸히 생을 마감했다.
 
고씨는 불어난 카드 빚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 상인에게도 “장사가 너무 힘들다. 빚만 쌓여간다”고 토로했다. 그는 월세로 얻은 단칸방에서 부인, 자녀와 함께 살았다. 최근 월세가 밀리자 집주인이 찾아와 “방세를 내라”고 독촉하기도 했다.
 
그의 형은 “동생이 일용직으로 일하는 내 처지를 알면서도 최근 연락해 도움을 청했다. 오죽 힘들었으면 그랬겠느냐”고 했다. 고씨는 차상위계층이지만 하루하루 생계를 잇느라 바빴던 데다 부인까지 몸이 아파 정부 지원을 신청할 여유조차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를 곁에서 지켜봤던 인근의 한 노점상은 “참 착하고 성실한 사람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29일 낮 12시50분쯤에는 경기도 고양시 일산서구의 모텔에서 70대 노인과 40대 남성이 숨져 있는 것을 모텔 주인이 발견해 신고했다. 사망자는 고양시에 거주하는 A씨(48)와 그의 아버지(75)였다. 객실에선 재만 남은 번개탄과 유서가 발견됐다. 유서에는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올라 경제적으로 어렵다. 치매 아버지를 두고 가면 가족들이 힘들 테니 함께 가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경찰에 따르면 사업을 해온 A씨는 아내와 두 아들이 있으며 아버지를 모시고 살아온 효성 지극한 장남이었다. 7년 전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한 아버지를 병원에 입원시켜 치료와 요양을 감당해 왔다. 그러나 사업 실패 후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2년 전부터는 집에서 직접 간호하며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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