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 칼럼] 언론인이 아닌 ‘기레기’와 세월호 대참사

고등학생 위문품 상자에 ’기자들은 쓰지 마‘, ’기자들은 먹지 마‘ 문구가 수도 없이 적혔을까.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5/08 [15:38]
꽃다운 나이의 학생들 3백여명의 목숨을 빼앗은 세월호 대참사로 인해 박근혜 대통령의 무심하고 무능하고 무책임한 자세가 희생자 가족은 물론 모든 국민 그리고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대한민국은 세계 경제 10위권과는 상관없이 국민의 안위에 관련된 구조 능력을 비롯, 정신적으로나 문화적으로 30 여 년 전이나 같은 3류 후진국임을 들어내고 말았다.
 
이번 참사를 통해 희생자 가족 편에 서야 할 주류언론은 속이 타들어가는 가족들의 불만을 철저히 외면했을 뿐 아니라 늑장 대응하는 정부의 책임을 묻기는커녕 현장에 조문 온 대통령 띄우기에만 전력을 다했다. 거기에다 정부 발표만 믿고 사실 확인 없이 ‘전원 구조‘ 등 오보를 속출했다. 그 결과 해경과 언딘 등을 향한 불만을 해소하지 못한 가족들은 크게 분노했고 더구나 자신의 책임을 통감할 줄 모르는 대통령의 언행에 좌절할 수밖에 없었다.
 
희생자 가족들은 취재 보이콧에 이어 주류언론사 기자들에게는 ’기레기‘(기자+쓰레기)라는 새 대명사를 선사했다. 오죽했으면 고등학생들이 보내 온 위문품 상자에 ’기자들은 쓰지 마‘, ’기자들은 먹지 마‘ 등의 문구가 수도 없이 적혔을까. 정부의 ’시녀‘, 대통령의 ’애완견‘ 소리까지도 들어 온 언론이지만 이 정도로 기자들을 적대시 하는 국민의 모습은 한국 언론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美 플로리다 거주, 전 언론인
김현철  칼럼 니스트 
항상 약자 편에 서서 사실 보도를 해야 할 언론이라면 참사 발생 당시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는데 어찌된 영문인지 잠수부가 한명도 안 들어가고 있다’는 가장 중요한 사실을 톱뉴스로 크게 연거푸 알렸어야 했다. 해경의 다섯 차례나 계속된 거짓 보고만 듣던 청와대가 그 소식을 듣고 재빨리 손을 씀으로써 단 한명도 못 살린 오늘의 처참한 모습은 모면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그토록 언론의 사실보도는 중요한 것이다.
 
1차 세계대전 당시 모든 영국 언론이 정부와 국방부의 요청에 따라 백전백패하고 있던 영국군을 ‘백전백승’하고 있다며 국민들을 속이고 있을 때 유일하게 데일리메일 신문만은 최전선에서 보내 온 특파원의 기사를 그대로 믿고 ‘반역자 신문’이라는 영국국민들의 오해에서 오는 격렬한 항의에도 불구하고 언론 본연의 사명인 사실보도에 충실했다. 얼마 후 전방에서 온 부상병들의 증언으로 데일리메일 보도가 정확하다는 사실을 국민들이 알게 되었고 정부의 신속한 대책에 힘입어 패망 직전의 영국을 승리로 이끌었다. 데일리메일이야 말로 참다운 언론의 표본이었던 것이다.
 
그나마 손석희 앵커가 이끄는 JTBC 9시뉴스, CBS 김현정의 뉴스쇼, 뉴스타파, 고발뉴스, 국민방송, 팩트TV, 615TV, 팟빵 등 방송과 한겨레, 경향, 한국 등 오프라인 언론, 오마이뉴스, 미디어오늘, 시사인, 프레시안, 민중의소리, 서울의소리, 딴지일보, 서프라이즈, 진실의길, 노컷뉴스 등의 온라인 뉴스는 꾸준히 정부의 싫은 소리와 박해 가운데서도 오직 맡은바 ‘언론의 정도‘를 가고 있는 용기에 힘찬 박수와 경의를 표한다
.

SNS(사회관계망)가 없던 옛날에는 정부의 거짓 발표를 그대로 받아쓰는 언론에 독자, 시청자가 이를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지금은 정부의 거짓이나 언론의 거짓 보도가 대부분 들어나게 마련임을 언론 스스로가 알고 이에 알맞게 대처해야 할텐데 그렇지를 못하니 그러한 언론은 차츰 의식이 깨어가는 국민들로부터 외면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SNS를 활용하지 못하는 노인층 대부분이 거짓 언론의 영향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은 안타까운 현실이 아닐 수 없다.
 
이번 대참사의 원인을 보자. ‘해양공원 전시용으로 쓴다’는 세월호 소속사 ‘청해진’의 속임수에 일본 선박회사는 더는 항해가 불가능한 18년 된 배를 팔았다. 이어 이명박 정권은 여객선 수명 20년인 법 규제를 풀어 30년으로 늘리고 선박 구조를 개조하는 등 세월호 항해 합법화 및 돈벌이를 크게 도운 결과가 오늘의 비극을 낳은 것이다. 이번 항해에서도 천톤이 한계인 화물을 그 3배 이상 실어 돈벌이에 충실했다. 이 때 해경 등 정부의 감독 당국은 뭘 했다는 말인가?

바로 이명박 정부를 비롯해 현 정부의 해경, 해수부 등 해당 감독기관이 책임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아예 안전성 같은 것에는 신경이 안 가는 무능하고도 부패한 정부와 돈만 아는 선박회사와의 합작품이 아닌가. 거기에 선장이 비정규직 월급 270만원 짜리로 극심한 저임금을 위한 선원 고용 때문에 처음부터 사고에 대처 능력이 있는 유능한 선원 고용은 불가능했다.
 
희생자 구조에서조차 해군 UDT출신 등 유능한 민간잠수부들은 세월호 사고 첫날 해경이 고의로 3시간 넘게 경비정 안에 잡아 놓았고 또 구조를 맡았다는 ‘언딘‘ 측의 방해로 손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이게 인명구조 작업의 모습이라니 믿을 수가 없지 않은가. 그 보다 더 큰 문제는 승객들이 멀쩡히 살아 있을 때 소방방재청과 해군, 미군헬기 등의 구조를 막아버린 해경이었다. 이러한 해경의 자세를 놓고 볼 때 해경이 피해자를 한 사람이라도 구조하려고 노력했다는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어지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늑장 대응으로 결국 자식을 잃어버린 아버지는 어처구니없는 구조 현장을 보고 ‘정부의 무능,무책임을 말한다 해서 나를 종북이라 한다면 나는 종북도 좋다‘는 말을 했다. 이게 어디 이 분만의 심경이겠는가. 그 자리를 지켜보던 대부분 희생자 가족들의 심경을 이 분이 대변했다고 보아 틀림없을 것이다. 또 희생된 자식의 시신 앞에서 부모는 ’다시는 이 나라에 태어나지 말라‘며 울먹였다. 다행히 살아남은 자식에게는 “다른 나라로 이민 가서 살라”고 타일렀다. 또 이토록 믿지 못할 나라에 사느니 타국으로의 이주를 심각하게 생각하는 국민이 늘고 있다고 한다. 모두가 이번 참사의 크기가 어느 정도였는지를 웅변하는 말이오, 또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에 이미 이 나라에 기대를 버렸다는 뜻이 아닌가.
 
지난 2009년 크리스마스 무렵 알카에다와 연관이 있는 듯한 피의자들의 미 여객기 폭파 테러기도 사건이 발생했다.

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국민들의 원성이 들리자 ‘책임 소재를 하급기관으로 넘겨야 옳다’는 측근들의 충고를 끝내 거부하면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사건의 책임은 전적으로 제게 있습니다"며 국민들에게 직접 겸허하게 사과함으로써 민주국가 원수다운 믿음직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이는 너무도 당연한 말이어서 미국 국민 모두가 이 말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음은 물론 이 사과로 오바마의 이미지는 국민들에게 오히려 더 좋아졌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수반답게 사고 첫날 일찍, 배 안에서 수백 명이 구조를 기다리며 아우성을 치고 있다는 사실을 보고받자마자 작업복으로 갈아입고 즉시 현장에 날아와 헬기상에서라도 다른 앞서가는 나라의 대통령(9.11 때 부시 등)들처럼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전원 살려내라’는 엄명을 내리는 등 현장 총지휘를 했어야 했다. 그랬더라면 해경이 지금까지 해 온 어처구니없는 짓 대신 정반대의 자세로 발 벗고 나서서 스스로 유리창을 깨고 학생들 대부분을 살려 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수많은 국민의 생명이 걸린 위기에 대한민국 대통령의 대처 능력은 부끄럽게도 제로였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조문현장에서 희생자 가족들의 가슴에 전혀 와 닿지 않는 사과로 일관함으로써 가족들을 실망시켰음을 지금이라도 깨닫고 오바마 미 대통령의 ‘내 위에는 국민이 있다’는 민주국가 대통령으로서의 겸허한 모습을 본받아 하루 속히 이번 대참사에서 벌어진 정부의 씻을 수 없는 실책을 국민들에게 이번에는 직접 진지하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2014,05,07. 김현철 칼럼 니스트  kajhck@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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