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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수의 난과 투표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06/02 [20:33]

이재수의 난과 투표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6/02 [20:33]
 
▲ 아부오름

1901년 제주에서 이재수의 난이 발발했다. 한성에서 봉세관으로 내려온 강봉헌은 제주도민을 지독하게 짜냈다. 세금 부여 대상이 아닌 땅이나 물품은 물론이고 경작권, 마름권에도 세금을 매겼다.

심지어는 어민들이 잡아 반찬으로 올리는 물고기나 전복에도 어세를 물렸다. 집안에 큰 나무가 있으면 ‘수세' 명목으로 뜯어 갔다. 당시 강봉헌이 제주도 논 1마지기에 매긴 세금은 10냥, 다른 지역은 3냥 정도였으니 이들의 수탈 정도가 얼마나 가혹한 것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강봉헌은 중앙에서 임명받은 봉세관이고, 징세 실무를 맡은 자들은 최형순을 비롯한 천주교도였다. 국왕이 천주교 성직자들에게 패를 내려줬다. 이른바 ‘여아대'다. 이 패를 보면 국왕인 자신을 보는 것 처럼 모시라는 것이었으니 천주교 성직자들과 교인들의 위세는 가히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덧붙여 이들은 세금을 강제적으로 뜯어가는 위치에 있었다.

이재수의 난은, 진압됐다. 이재수, 오대현, 강우백은 목이 잘렸다. 불과 100여 년 전, 살인적인 세금 뜯어가기에 대한 대응은 목숨을 내놓은 저항뿐이었다. 목숨을 내놓아야 했다.

6월 4일은 지방선거 투표일이다. 이재수의 난 시대를 거쳐 100여 년이 지난 지금, 국민은 투표라는 강력한 무기를 보유했다. 목숨을 걸어야만 하던 그 옛날에 비할 바가 아니다.

인기 드라마 <정도전>에는 이런 내용이 나온다. 정몽주는, 정치에 환멸을 느낀다는 이성계에게 말한다. “결국 백성들이 의지할 곳은 미우나 고우나 정치밖에 없습니다" 역시 세월이 흘렀다. 정몽주가 백성들에게 시혜를 내리듯, 어여삐 여기던 시대는 아니다. 국민들이 오히려 정치인을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서 선출하는 세상이다.

‘기댈 곳은 미우나 고우나 정치’ 밖에 없지만 그 기댈 정치인, 정치세력을 잘 고르고 뽑는 것은 유권자인 국민의 몫이다. 나쁜 정치는 호랑이보다 무섭다고 했다. 투표 잘 못하면 자신이 고른 정치인이 호랑이가 된다. 부정하고 부패한 호랑이, 사리사욕에만 눈이 어두운 호랑이,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호랑이… 괴물을 뽑게 된다.

모레가 투표일이다. 대부분의 정치인은 수 년간에 걸쳐 뻣뻣해진 목을, 선거운동이라는 것을 하면서 유연하게 만들었다. 모레 이후에는 십중팔구 다시 뻣뻣해질 것이다. 대부분 정치인의 ‘폴더형 90도 인사'는 4년 후에 다시 보게 될 것이다.

마키아벨리는 “민중은 추상적인 것에 대해서는 잘못 판단할 수도 있지만, 구체적인 형태로 제시되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드림타워가 싫으면 반대하는 후보 찍으면 된다. 카지노가 좋으면 찬성하는 후보 선택하면 된다. 개발정책이 더 필요하다면 그 후보를, 보존이 시급하다면 보존을 주장하는 후보를 선택하면 된다. 세월호 참사에 책임이 있는 정치세력은 불가하다면, 그 세력과 인물은 안 찍으면 된다.

불과 100여년 전에는 목숨을 걸어야 했던 일이 지금은 오히려 권장되고 있다. 정치인은 국민을 무서워한다. 그러나 모든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투표하는 국민만 무서워한다. 그 중에서도 기억하고, 공약을 살펴보며 자신과 고장, 나라의 장래를 가늠하며 투표하는 사람을 무서워한다.

지난 달인 5월 28일은 이재수의 난이 발발한 날이다. 그 시절 선거라는 제도가 있었더라면 3명 젊은이는 목이 잘리지 않았을 것이다.

제주레저신문  강민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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