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후보’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 의자냐

국격 떨어지는 벼락 치는 소리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6/27 [03:07]
자식 잘 두면 애비가 목에 힘주고 산다. 애비 잘 둬도 자식이 폼 잡는다. 왜냐고 물으면 바보다. 애비나 자식이나 제대로 품격을 지니고 있으면 주위에서 대접 받는다.
 
      독재자의 딸 박근혜

박정희 독재시절 외국에 자주 출장을 가던 친구가 한 말이 있다. 외국 갔다가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는 질문을 받으면 한국이란 말은 안 했단다. 왜 한국이라고 말을 못했을까. 독재국가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품격이 목에 걸렸기 때문이다.
 
지금 외국에 나간 친구가 어느 나라 국민이냐고 질문을 받는다면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코리아’라고 당당하게 대답할 것인가. OECD 가입국 중에 수출 7위, 수입 8위다. 한 가지가 더 있다. 노인 자살률은 8년 째 세계 1위다. 부정부패는 어떨까. 덮자. 이것은 자랑스러운 국격과는 상관이 없다.
 
한국의 사고율은 어떨까. 너무 서글퍼서 말을 꺼내기 무섭다. 세월호에서 외롭던 영혼이 땅으로 나왔다. 아직도 11명의 영혼이 차디찬 바다 속에 있다. 망각의 능력인가. 세월호의 참극이 잊혀가는 느낌이 가슴을 친다. 유족들이 국회의사당에서 이부자리를 펴야 정신을 차리는가.
 
고사를 지내야 하는가. 최전방에서 총성이 울렸다. 5명의 장병이 숨졌다. 적을 향해 쏜 것이 아니라 전우를 향한 총격이었다. 관심병사의 사고라고 한다. 늙은 친구의 말이 생각난다. 자신은 군대생활 34개월 20일을 자기 인생에서 빼버린다고 했다. 내 얘기라고 생각해도 좋다.
 
긴 얘기는 접자. 왜 이러는가. 사고율 1위의 영광은 싫다. 도무지 불안해서 못 살겠다는 국민의 소리가 예사로 들리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어디서 또 무슨 사고가 났는가 걱정이 된다. 총리후보가 또 말에서 떨어졌다. 이것도 사고인가.
 
사람이 살다 보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고 치고 서로 조심을 해야 한다. 조심하는 것 이상으로 사고를 예방하는 방법이 어디 있는가. 그래도 발생하는 게 사고다. 그러나 국민들의 야속함은 또 다른 곳에 있다. 국민을 왜 이렇게 불안하게 하는가. 바로 정치가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원망하게 하는 것이다.
 
정치야 해 먹는 인간들이 따로 있으니 신경 끄고 살면 되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나 잘난 정치인들 덕분에 일찌감치 정치에 눈이 떠서 국민들은 빠꿈이다. 신물이 난다. 제발 편하게 좀 살게 해 줄 수 없는가. 잘못된 정치가 온갖 사고의 원인이라고 하면 잘못된 판단일까. 역시 정치가 주범이다.
 
코미디는 개그맨의 전유물이 아니다
 
 정홍원과 박근혜

국민 모두가 귀를 세우고 지켜봤기 때문에 긴 설명은 필요 없을 것이다. 24일 아침 10시, 문창극 총리후보는 기자들 앞에서 고개를 깊이 숙였다. 작심한 말을 좔 좔 털어놨다. 14분을 다 썼다. 그리고 마지막 한 마디. “사퇴합니다. 고맙습니다.” 이것이 마무리 말이다. 몇 초나 걸렸을까. 질문은 받기가 싫은지 할 말을 다 해서 그런지 뒤도 안 보고 사라졌다.
 
연극도 보고 드라마도 쓰고 코미디도 봤다. 14분 대사에 마무리 말. 14분 동안에는 비장한 표정과 긴 침묵이 있었다. 연기자라면 분명히 계산된 연기라고 할 것이다. TV생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얼마나 깊은 감동에 젖었는지는 몰라도 함께 본 사람들의 표정은 ‘피식’이었다. 진짜 ‘웃기고 있네’다
 
코미디로 느꼈는가. 잔인할지 몰라도 그렇다고 했다. 왜 그렇게 느끼느냐고 물었다. 진정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본인으로서는 미칠 노릇이지만 화를 낼 수도 없다. 느끼는 자유야 도리가 없지 않은가. 사실 좀 어설픈 부분이 있다. 독립운동을 하신 조부의 경우도 친일문제가 불거졌을 때 즉시 대령을 할 수 없었을까. 동일인으로 추정된다고 하는 보훈처의 말이 또 한 번 웃긴다.
 
또 하나가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문창극 후보가 청문회도 가지 못하고 낙마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청문회 해 달라고 대통령이 국회로 보내면 열리게 법이 되어 있다. 낙마를 하든지 말든지 그건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자기가 문창극을 청문회에 보내면 되는데 안 보냈다. 뭘 가지고 청문회를 하란 말인가. 때릴 것도 없는데 맨주먹 휘두르란 말인가.
 
이제 와서 안타깝다 하면 이 역시 코미디다. 문창극이 대통령 원망하지 않고 국회와 언론 원망하는 거 들으면서 문창극이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할까. 이건 코미디 아닌가.
 
좋다. 코미디는 여기서 끝을 낸다고 하자. 그러나 총리후보가 두 명 씩이나 말에서 떨어진 진짜 비극은 어떻게 봉합을 한단 말인가. 진흙탕에 떨어진 국민의 신뢰와 대한민국호라는 거대한 여객선의 선장인 박근혜와 승객인 국민들. 문제는 선장에 대한 승객들의 신뢰다. 선장을 믿지 못한다면 어떻게 그 여객선에 몸을 싣고 항해를 한단 말인가. 이래저래 걱정이 태산이다.
 
그냥 굴러가는 국정이 아니다
 
여론조사 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 17~19일 전국 성인 남녀 1천2명을 대상으로 전화 여론조사(신뢰수준 95%±3.1%P)를 실시해 20일 공개한 결과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부정 평가(48%)가 긍정 평가(43%)보다 5% 포인트 처음으로 상회했다.
 
여론조사라면 목을 매는 국민들이 있다. 누가 뭐라고 해도 여론조사를 들이댄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를 입에 올리면 무슨 소리냐면서 여론조사 지지율을 들먹인다. 여론조사는 과학이라는 것이다. 속으로는 웃긴다면서도 숫자를 대는 대야 할 말이 없다.
 
이제 어쩔 것인가. 여론조사는 박정권이 분명히 잘못한다고 나왔다. 부정평가가 많다는 것은 잘못하고 있다는 국민이 많다는 것이다. 이제 뭐라고 할는지 궁금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게 아니고 현실이다. 총리도 없이 그냥 굴러가기를 바라는 대한민국인가. 어떻게 골랐기에 연달아 실축인가. 저렇게 똥 볼만 차다가 정치 말아 먹으면 감독은 당연히 해고다. 문제는 누가 감독이고 감독을 누가 자르느냐다.
 
대통령 선거 때 서로 지지하는 후보는 제 각기 다르지만 그래도 대통령이 당선되면 잘 해주기를 바라는 것이 국민의 마음이다. 수첩인사니 불통이니 만기친람이니 별의 별 애기가 다 나돌아도 국민은 대통령이 잘 해주기를 바랬다. 그것이 바로 국민의 행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30~40%라는 고정지지자들만이 대한민국 국민이 아니다. 지지하지 않는 국민들도 세금 내는 국민이다. 점점 민심은 멀어지고 이번 문창극의 낙마라는 결정타를 맞았다. 세상에 소문대로 총리는 김기춘 비서실장이 선택하는가.

대통령은 뭘 하고 있었나. 청문회 열어달라고 요구하지 못한 것은 누구 탓인가. 앞으로는 누가 총리후보를 고를 것인가. 국민들은 답답하기만 하다.
  정윤회와 박근혜

총리후보 2명이 릴레이로 낙마했다. 이들을 추천해 후보로 낙점했으니 추천자인 인사위원회 위원장 김기춘의 양심은 당연히 책임을 질 것이다. 왜 책임을 지느냐고 항의를 하면 말이 안 된다. 대통령을 바보로 만들 작정인가.
 
정말 대한민국에 사람이 없는가.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없는가. 사람이 없다면 대한민국의 앞날이 너무나 암담하고 사람을 찾는 눈이 없다고 해도 역시 처량하기는 마찬가지다. 장관들 청문회에서 들통 날 그들의 과거가 무섭다.
 
밖에 나가면 선진국이라고 큰 소리 치는 대한민국, 그러나 속으로는 곪아터지고 있다. 세월호가 삼킨 도덕 불감증은 도덕적 국격을 깊은 바다속으로 처박았고, 관심사병의 총격은 가치기준을 파괴했다. 총리인준도 못 받는 한국의 정치를 몰고가는 방향타는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
 
총리자리가 애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 의자인가. 아무나 앉았다가 일어나면 그만인가. 대한민국 국민은 오늘도 슬프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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