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mber 0416'...'눈물바다'된 단원교 등굣길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들이 '국민께 드리는 글'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6/27 [04:20]
세월호 침몰 사고에서 구조된 단원고등학교 2학년생 75명이 25일 'remember 0416'(4월 16일을 기억하라)이라고 새겨진 노란 팔찌를 손목에 차고 71일 만에 학교로 돌아왔다.

생존 학생들이 학교 정문에 도착해 교실로 들어가기까지 걸린 시간은 40분 남짓이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에 학생들은 많은 얘기를 했다. 특히 책임을 다하지 못한 국가와 어른들을 향한 학생들의 원망은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다.

학생들은 오전 8시30분쯤 합숙하고 있던 안산의 중소기업연수원에서 버스 4대에 나눠 타고 교문 앞에 도착했다. 교문에서 학교 건물까지 100m 정도의 언덕길 양편에는 생존 학생 학부모와 희생 학생 학부모들이 나눠 서서 아이들의 등교를 맞았다.

희생 학생들의 부모 60여명은 '사랑합니다' '얘들아 살아 돌아와줘서 고맙다' 등의 글귀가 적힌 작은 팻말을 들고 있었다. 사랑하는 자녀들을 잃은 슬픔을 승화시키는 듯했다.

부모들과 함께 버스에서 내린 학생들은 먼저 교문 앞에 마중 나온 선생님들에게 눈인사로 반가움을 표했다. 몇몇 학생은 '안녕하세요'라고 낮고 차분한 목소리로 인사를 했다.

생존 학생들을 대표한 남학생이 호소문을 읽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호소문을 통해 "샤워를 하지도, 잠을 자지도 못할 만큼의 공포에 시달리는 등 저희는 아직도 수많은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며 "사고 이전으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라는 저희를 그저 18세 평범한 소년 소녀로 대해 달라"고 말했다.

처음에 학생들은 감정을 절제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역력했다. 절대 울지 않기로 결심한 듯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다. 하지만 생존 학생 대표가 사회에 전하는 호소문을 낭독하면서 울음바다를 이루고 말았다.

"…왜 우리 친구들이 희생돼야만 했는지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앞으로 이런 끔찍한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주시길 바랍니다. 사람이 진짜 죽을 때는 잊힐 때라고…."

A4용지 3장 분량의 호소문을 읽어내려가던 학생은 더 이상 이어가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학생들뿐 아니라 교사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도 흐느끼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이어 생존 학생들이 희생된 친구들의 부모에게 인사하는 시간을 가졌다. 희생 학생 부모들은 학생들을 껴안고 통곡했다. 하늘을 보며 크게 소리 내어 우는 아버지도 있었다. 생존 학생 학부모들도 함께 울었다.

학부모 대표는 국민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아이들이 학교로 돌아가는 것은 학생으로서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한 선택이었다"며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없고, 선생님도 계시지 않지만 그 몫까지 해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다.

학생들은 희생된 친구들을 애도하는 시간을 가진 다음 자치시간, 환경미화 및 학교생활 준비 등으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했다. 경기도교육청과 학교는 특별교실을 고친 새 교실에서 소통과 치유에 중점을 두고 일상적인 학교생활에 적응하는 것을 돕는 방향으로 교육을 진행한다. 생존 학생들은 그동안 안산 중소기업연수원에서 학부모와 합숙하며 심리치료 등을 받아왔다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들이 '국민께 드리는 글'>

세월호를 수색하다 사망하신 잠수사 유가족 여러분께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또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하여, 많은 도움을 주신 전국의 수많은 자원봉사자여러분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들이 이제 학교로 돌아갑니다. 71일만입니다.
 
수학여행을 간다며 들뜬 마음으로 학교를 떠났다가, 친구들과 선생님을 잃고, '침몰'과 '탈출'이라는 끔찍한 경험을 안고 다시 학교로 돌아갑니다.
 

학교로 돌아가는 건 아이들의 선택이었습니다. 학생으로서의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 위함입니다. 함께 등교하던 친구가 없고, 함께 공부하던 선생님이 계시지 않지만, 그 몫까지 해내려 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쉽지 않은 선택이었던 만큼 여전히 두려움도 갖고 있습니다. 단원고 교복을 입고 거리를 걷는 것 자체가 부담스럽기도 하고, 사람들과 마주칠 때마다 불쌍하게 쳐다보면 어쩌지 하는 생각들도 합니다.
 

우리 부모들은 아직 상처가 다 아물지 않은 아이들을 다시 학교에 보내는 것이 두렵고, 불안한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이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살아가고자 하는 아이들의 선택을 응원합니다.

그래서 국민여러분께 호소합니다. 안산시민들에게 호소합니다.
우리 아이들을 길에서 만나게 되면, 평범한 고등학생처럼 대해주세요. 다른 아이들보다 더 많이 웃거나, 더 많이 울거나 하더라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말아주세요.
 

언론에 호소합니다.
 
우리는 현장과 다른 내용을 내보내는 언론을 보았습니다. 병원에 입원한 아이들을 취재하려 달려드는 언론을 보았습니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에게 접근을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육부와 교육청에 호소합니다.
 
이 사회의 교육은 달라져야 합니다. 부모들이 믿고 보낼 수 있는 학교가 되도록 학교 교육에 있어 획기적인 변화의 노력을 다해주시기 바랍니다.
 

정부와 국회에 호소합니다. 
우선 실종자의 조속한 수습에 만전을 기해주십시오. 아직도 열두명의 실종자들이 바다 속에 있고, 그 가족들은 71일 동안 그 바다 앞을 떠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한 철저한 진상조사를 위해 국정조사가 내실 있게 진행되기를 촉구합니다.
 

국민 여러분께 호소합니다.
 
현재 사고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 범국민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사고의 원인을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한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우리 단원고 생존자 학부모들은 가족대책위와 함께 범국민서명운동을 적극적으로 함께 벌여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4월16일 그날을 잊지 말아주세요. 세월호를 잊으면 대한민국이 잊혀집니다.
 

2014년 6월 25일
 
단원고 생존학생 학부모 일동

이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의견쓰기 전체의견보기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 용
세월호 관련기사목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