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교수] 부동산 투기 조장해서 '장기성장동력'을 배양한다고?

"돈 많은 사람들이여...마음대로 집 사재기 해서 떼돈 벌 꿈을 꿔라."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09/06 [15:18]

 

▲ 서울대 경제학부 이준구 교수   

정부는 경기를 띄우기 위해 이젠 부동산 투기를 공공연히 조장하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있습니다. 경기를 띄우고 싶어하는 것은 모든 정권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이 경기부양에 그토록 안달을 하고 있는 걸 이해 못할 바는 아닙니다.


그러나 경기부양을 하는 여러 가지 수단 중에는 바람직한 것도 있고 바람직하지 않은 것도 있습니다. 내가 보기에 지금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부동산 투기 조장을 통한 경기부양은 최악의 수단 중 하나입니다.


정부는 우리나라도 일본형의 장기불황 국면으로 돌입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나는 그것이 헛된 위협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기조로 가고 있고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렇다할 신성장동력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 가능성이 더 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 정부가 하고 있는 일은 장기적 관점에서의 성장동력 배양과는 거리가 멉니다. 특히 꺼져가는 부동산 투기 붐을 재연시켜 성장동력을 배양하겠다는 발상은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입니다. 정부가 스스로 장기불황을 막기 위한 성장동력 배양이 급선무라는 경고음을 울려 놓고 이런 뜬금없는 초단기 부양책에 급급하는 것은 신뢰를 땅에 떨어뜨리는 일이지요.


늘 말하는 바지만, 나 역시 부동산시장이 멜트다운 되기를 바라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나는 아직도 주택 가격이 충분히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지는 않았다고 봅니다. 결혼해서 새로 가정을 꾸리려는 사람들은 피부로 절감하겠지만 우리의 평균소득수준에 비해 주택가격은 너무 높은 편입니다.


주택가격이 오르면 국부가 증가되는 것 같은 착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장기불황 시작 직전의 일본인들이 그런 착각을 하고 있었지요.) 그러나 주택가격 상승으로 인한 재산 증가는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져 버릴 수도 있습니다.


정부가 투기를 조장해 주택가격을 올려 놓으면 주택을 가진 사람들, 특히 여러 채를 사재기한 사람들은 환호작약할 게 분명합니다. 그러나 무주택 서민들의 내집 마련의 꿈은 더욱 거 실현이 불가능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주택가격 상승은 기본적으로 제로섬 게임의 성격을 가지며, 정부의 투동산 투기 조장은 무주택자로부터 집 부자에게로 부를 이전해 주는 결과를 빚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투기 조장으로 얻은 경기부양이라는 사소한 이득른 이와 같은 역진적 소득재분배로 인해 생기는 사회적 비용을 정당화해주지 못할 것이 분명합니다. 이번 9.1조치는 이 정권이 가진 자의 이익만을 대변해 주는 정권이라는 사실을 의심의 나위 없이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결과를 가져 왔습니다.

  
지금 상황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경기를 부양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 절대로 아닙니다. 경기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극약처방만이 유일한 해법인 절박한 상황은 결코 아닙니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투기 조장이라는 극약처방을 들고 나온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처사입니다. 빈대 잡겠다고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어리석은 일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제 정부는 그 동안 우리 사회의 기본틀이 되어온 부동산 투기방지라는 대원칙을 완전히 무너뜨려 버렸습니다. 집을 몇 채씩 사재기해도 조세상의 불이익도 받지 않고 주택청약에서의 불이익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돈 많은 사람들이여, 마음대로 집 사재기 해서 떼돈 벌 꿈을 꿔라."는 분명한 메시지를 던져 주고 있는 셈이지요. 가난한 서민의 처지 따위는 안중에도 두지 않고 말이지요.


정부가 바라는 대로 주택 가격이 다시 뛰어올라 서민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해야 비로소 자기네들이 얼마나 위험한 도박판을 벌였는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만약 그들의 기대와 달리 주택가격이 별로 뛰어오르지 않으면 공연히 훗날 큰 화를 부를지도 모르는 [투기 조장의] 씨만 뿌리고 만 결과를 빚는 셈이구요.) 그러나 그 때늦은 후회가 고통 받는 서민에게는 아무런 위안이 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습니다.

 

 

prepare                                        

 

지금 상황에서 부동산이 살면 경제가 살아난다는 근거가 무엇인지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현재 가계부채가 1040조라는 기사도 나왔는데, 현재 오르고 있는 매도호가의 맞춰서 누군가가 빚을 내서 집을 산다고 한들 어떤 효과가 있다는 것인지 말입니다.


사실상 정부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카드를 꺼낸 상황에서 주택가격이 오르면 서민에게 타격이 생기고 이러한 부양책에도 오르지 않는다는 시그널이 시장에 주어지면 부자들은 물론이고 막차 탄 중산층과 무리하게 빚내서 집을 산 서민들은 지금보다 훨씬 고통스럽게 될 텐데 그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임형찬                                        

 

그냥 MB 정부 이후에 '이윤은 우리만, 비용은 모두에게' 기조가 일관된 것이라... 할 말도 없는 것 같습니다.

 

임시정부                                        

 

위스콘신에서 경제학을 배운 사람들 대부분이 최경환이처럼 경제를 이해하는게 참 이채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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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바라는 대로 주택 가격이 다시 뛰어올라 서민들이 못살겠다고 아우성을 치기 시작해야 비로소 자기네들이 얼마나 위험한 도박판을 벌였는지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서민들은 노무현 김대중 탓 하지 MB와 공주님 탓 안 합니다. 교수님은 대중들의 지적 수준에 대한 기대치가 넘 높으신 듯

 

 

강수수                                       

 

부동산 투기조장을 통한 인위적 경기부양이 위험하다는 교수님 말씀에 100%, 200% 동감합니다!
그런데 현재 정부는 부동산과 더불어 규제혁파에도 온갖 힘을 쏟고 있는 것 같습니다. TV뉴스에도 거의 매일같이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요..


호주의 예를 들면서, 불필요한 규제를 다 없애야 한다고 하는데... 저는 아직 사회생활을 안해보고, 사업도 해본적이 없어서 모르겠지만, 우리나라에 그렇게 규제가 많은 편인가요?? 온갖 규제를 없애버릴듯한 기세가 저에게는 매우 위험하게 느껴집니다... 제2의 세월호사건과 같은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하는 생각도 들고요.....


부동산 이야기는 아니지만, 현재 정부에서 계속 부르짖는 규제완화에 대한 교수님의 생각도 궁금합니다. 자꾸 이상한 질문 여쭤봐서 죄송합니다 ㅠ.ㅠ 혹시 무례가 안된다면 교수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이준구                                        

 

그 사람들 호주는 가보기나 하고 그런 말 하는 건지 모르겠네. 내가 방문한 국가들 중 가장 자잘한 규제가 많았던 것처럼 보였던 나라가 호주였는데.


단적인 예로 그 나라에선 자기 집 마당에 있는 나무도 마음대로 베어내지 못한다고 들었어. 관광버스 안에서 일체의 식음료를 먹을 수 없는 규제는 내가 직접 경험한 바 있고.


모든 규제가 악덕은 아니네. 국민의 건강, 안전, 행복 등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규제도 많네. 솔직히 말해 지금 불고 있는 규제철폐의 열풍에 그런 것들까지 한꺼번에 도맷금으로 날라갈까봐 걱정이야.


이 정부는 뭘 알고 그러는지 아니면 모르고 그러는지 몰라도 규제철폐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듯 난리법석을 떨고 있지. 지금 정부가 보이는 행태는 다분히 쇼의 성격을 갖고 있는 것 같애.

 

 

강수수                                         

 

귀중한 답변 감사합니다!! 저도 필요한 규제까지 무작위로 없어질지는 않을까 그 부분이 제일 걱정이 됩니다...

 

 

이준구                                         

 

예를 들어 지난 9.1조치에서 아파트단지 건설시 소형평 의무비율, 임대주택 의무비율 규제 크게 완화했잖아? 그런게 묻지마 규제철폐의 위험성을 말해주고 있어.

 

 

마가렛                                        

 

부동산을 끌어올리면 그것을 도관삼아 내수를 진작시키려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니까 가장 부자들에게 투자해 가장 효율적으로 이익을 늘리고 그것으로 부자들이 투자,소비를 늘려주길 바라는 것이겠죠. 그동안 우리가 해왔던 성장방식의 연장선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향후 두가지 문제가 걱정됩니다.

 

첫째는 부동산이 정말로 의미있게 오를경우 양극화가 심해져서 이것이 다시 성장에 발목을 잡게 되지 않을까 하는점입니다. 인구가 감소하는 가운데 빈부격차가 커지면 성장드라이브에 아무래도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합니다.

 

또 부동산이 구조적으로 하락하게 되어있는 것이라면 투기로 반짝 오른 부동산은 낙폭이 더 커질것이란 것도 문제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번째는 집값이 정부의 예상처럼 오르지 않아 총수요가 부족한 것이 증명되면서 구조적인 부동산 하락이 보다 빨리 현실화되는 것입니다.

 

가계부채는 이미 높은 상태인데 디플레이션으로 부채가치가 더욱 증가하게 되고 금융권의 수익도 낮은 상황에서 외부충격까지 더해지면 금융부실화를 피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준구                                        

 

마가렛씨의 지적이 정확하게 맞아요. 그래서 내서 현 정부의 부동산 투기 조장이 경기부양책 중 下之下, 즉 最惡이라고 평가하는 겁니다.

 

출처-이준구 교수 홈피 http://jkl123.com/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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