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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너희들의 억울한 죽음, 그 이유를 밝혀내는 날, 그때 눈이 붓도록 울자구나.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10/20 [22:23]

단원고 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너희들의 억울한 죽음, 그 이유를 밝혀내는 날, 그때 눈이 붓도록 울자구나.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10/20 [22:23]

새벽, 뭔가 소리가 들려 눈을 뜨니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구나. 마당에 있는 감나무 잎에 비가 토옥토옥 떨어지는데 나는 누군가 내 방문을 노크한 줄 알았지. 창문을 열어 보니 너, 가을비였어. 세상 적막한데 멀리 두 팔 벌린 십자가들만 밤을 밝히고 고단한 잠을 자는 서민들의 낮은 지붕 위로 추적추적 비가 내리고 있었어. 

 

이 밤 삶과 죽음에 대해서 생각해본다. 살다보면 사고로 혹은 병이 나서 죽기도 하지만 너희들의 죽음은 죽음 같지가 않구나. 어디선가 엄마, 하고 달려올 것 같은데, 어디선가 아빠, 하고 달려올 것 같은데...너희들과 피 한 방울 섞이지 내가 이런데 너희들의 엄마, 아빠 마음은 오죽할까 생각하니 가슴이 아리다. 

  

꽃 같은 너희들이 손가락이 뭉개지도록 유리창을 두들기고 벽을 두들기며 구조를 기다렸지만 어른들은 아무도 손길을 뻗지 않았다. 너희들이 깊은 어둠 속에서 추위와 공포로 보냈을 시간, 내 조국 대한민국은 반드시 우리를 구해 줄 거야, 기다리라고 한 어른들이 꼭 나타나 우리를 구해 줄 거야, 하고 기도했을 너희들... 

 

하지만 기다림은 점점 절망으로 변하고 배는 깊은 바닷속으로 기울고... 친구들과 손을 잡은 너희들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한 조국의 배신을 목도했겠구나. 누군가는 휴대폰을 꺼내 마지막 문자를 보내고...마지막 남긴 말은 다 사랑이었어. 엄마 사랑해. 아빠 사랑해... 죽어가던 너희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과 동영상 속에서 본 그 공포와 절망을 보면서 너희들과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내가 가슴을 치고 안타까워, 너무나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는데 아아, 너희들의 부모들은...... 

  

인간이 인간일 수 있는 것은 타인의 슬픔에 같이 슬퍼해주는 것. 하지만 세상은 그렇지가 않더구나. 세상은 너희들과 일반인을 구별해 이간질 시키고 너희들의 죽음에 분노한 시민들이 단식할 때 옆에서 피자와 콜라를 먹으며 조롱하고, 누군가는 실험단식을 하며 비웃었지. 우리는 그 얼굴들을 기억해 두고 있다. 

 

하지만 아이들아, 이것만은 기억해라. 저 거짓 평화와 거짓 정치보다 더 위대한 사람들이 너희들을 기억하며 싸우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싸운다는 것을! 비록 꽃은 졌으나 그 꽃에 씨가 여물어 또 다른 꽃이 피어날 때까지 이 땅의 양심 세력들이 싸울 것이라는 걸! 그래서 너희들의 그 간절한 손짓을 거부한 세력을 반드시 응징할 것임을.. 

  

그때까진 슬퍼도 슬퍼하지 마라. 그때까진 울고 싶어도 울지 마라. 살아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너희들의 억울한 죽음, 그 이유를 밝히는 것! 그래서 다시는 이 땅에 그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니 슬퍼도 슬퍼하지 말고 울고 싶어도 울지 마라. 너희들의 억울한 죽음, 그 이유를 밝혀내는 날, 그때 눈이 붓도록 울자구나.  

 

동녘 하늘에 여명이 밝아오는데 비가 점점 거세게 내리는구나. 빗물이 낮은 지붕을 타고 거리로 흘러내리고 그 빗물이 모여 강으로 흘러흘러, 거대한 민심의 대하(大河)가 사방에서 흘러흘러 바다에 모이고 척왜척화 척왜척화 함성 지를 때 동녘에 정의의 태양이 떠오르니....... 

 

  

* 이상 무명작가 coma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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