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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해외순방은 “힐링여행”?

취임 600일중 무려 73일을 해외순방으로 보내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4/11/26 [19:53]

박근혜의 해외순방은 “힐링여행”?

취임 600일중 무려 73일을 해외순방으로 보내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11/26 [19:53]

[한국외교진단] 비정상적인 ‘정상외교’(1,2,3)

 

1, 형편없는 외교 역량

 

한국 외교가 중요한 이유

 

세계 모든 나라 중 외교가 중요하지 않은 나라가 어디 있겠냐만, 한국은 국가 특성 상 외교가 더욱 중요하게 제기된다.

 

첫째로 한국은 민족분단국가다.

1945년 일본제국주의가 물러갔지만, 우리 민족은 첨예한 미-소 대결 속에 참된 해방을 맞이하지 못하고 외세에 의해 분단되고 말았다. 한반도는 1945년 이래 세계 최악의 군사 열점지대 중 하나로 변하고 말았으며, 좁게는 동북아, 넓게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안보를 위협하는 대결의 장이 되었다. 이 때문에 한반도는 주변국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지역이다. 이 때문에 한국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나라들 사이에 외교력을 발휘하는 것이 정치 군사적 문제뿐만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중요하게 제기될 수밖에 없다.

 

둘째로, 한국은 경제구조가 매우 대외 의존적이다.

무엇보다 에너지, 자원, 식량을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에너지 의존도는 95%를 훌쩍 넘은지 오래며 주요 광물자원 역시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식량작물의 대외 의존도 심각한데, 사료용 곡물까지 포함한 곡물자급률은 2012년 22.8%에 불과했다. 2012년 기준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수출비중도 56.5%로 매우 높다. GDP 대비 수출비중(2011년 기준)의 경우 OECD 평균은 27.6%로 한국의 절반수준이고 미국(14.0%), 일본(15.1%), 중국(31.4%) 등도 한국보다 크게 낮다.

 

한국 경제의 대외 의존이 미국이나 일본 등 어느 한 나라나 지역에 집중되는 것을 막고 끊임없이 다각화해나가기 위해서라도, 현지 외교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매우 절실한 요구지점으로 제기될 수밖에 없다.

 

셋째로, 사회적으로 보았을 때 한국 국민들의 해외 진출 규모가 매우 크다.

외교부에 의하면 2013년 기준으로 재외동포 규모는 701만 명에 달해 세계 최고 수준을 보이고 있고, 해외여행객 수는 해마다 크게 늘어 2013년 현재 1484만 명을 헤아린다.여기에 유학생 규모도 2011년 26만명을 정점으로 감소 추세에 있지만 여전히 22만 명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국민들의 해외 교류가 늘어나는 만큼, 현지에서 요구되는 외교관들의 역할은 날로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취약한 외교역량

 

그런데 한국의 외교역량은 양으로 보나 질로 보나 매우 취약한 것이 현실이다.

 

외교부가 발표한 2010년 기준 세계 주요 국가의 외교인력 관련 통계를 보면, 먼저 한국의 외교 인력은 주재관을 모두 포함하여 2189명이다. 반면 국내총생산(GDP)은 한국의 9862억 달러에 비해 좀 적은 7703억 달러지만 인구가 1665만 명으로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네덜란드의 경우는 외교 인력 수가 3100명으로 한국보다 50% 이상 많다. 네덜란드는 대외의존도가 130%로 가장 높은 나라다.

 

1991년부터 20여 년을 외교 현장에서 기자로 살아온 이승철은 2011년 그의 책 <한국외교 24시>에서 네덜란드와 한국의 외교역량을 비교하면서 “평면적으로 우리와 비교하기 어렵지만 인구 비례로 볼 때 네덜란드의 외교관 수가 우리보다 50%가 많다는 것은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라고 하였다.

 

네덜란드 이외에도 한국보다 인구가 1200만 명 정도 많은 이탈리아는 외교 인력이 5166명에 달해 한국의 두 배 이상이다. 또 일본의 외교 인력은 5740명에 달하고, 미국은 자그마치 21505명에 이른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2030년까지 외교 인력을 증원하여 23500명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하였다.이들과 비교하여 무역 규모로 세계 9위를 선전하는 한국의 외교 인력이 겨우 2189명이라는 사실은 가히 충격적이다.

 

한국의 외교인력 확충 속도 역시 대외 교류가 늘어나는 것에 비해 매우 느리다. 1994년부터 2013년에 이르는 20년 동안 한국의 무역액은 6배 이상 늘고 외국 여행객은 7.5배 이상 늘었다. 그런데 같은 기간 외교부 인력은 겨우 15.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소위 비인기 국가의 전문 인력은 거의 없고 재외공관도 부족한 실정이다.물론 한국의 대외교류가 늘어나는 것과 같은 만큼 인력이 늘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교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황에서 이마저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은 분명 문제다.

 

외교부 예산을 보면 한국 외교가 처한 현실은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해방 이래 한국 외교부 예산은 정부예산의 1%를 넘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한국 외교부 예산은 1978년 전체 예산의 0.99%를 차지해 정점에 이른 후 하락하여 2013년 기준 0.84%에 이르고 말았다.

 

현지어 모르는 자격미달 외교관

 

한국 외교 역량은 외교관의 자질을 놓고 보면 그 심각성이 더 하다. 외교관으로서 가장 기본이면서도 중요한 언어능력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감사원이 2010년 8월 5일자로 내놓은 “현지어를 못하는 외교관”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0년 3월 현재 전 세계 한국 공관 중에서 현지어 가능자가 단 1명도 없는 해외 공관이 무려 26개, 한 명 뿐인 해외 공관이 20개에 달했다. 현지어를 구사하지 못하는 사실상 자격미달 해외 공관이 전체 156개 해외 공관 중 약 30%에 이르는 규모다. 여기에 포함되는 해외공관에는 스위스, 터키, 그리스, 포르투갈, 덴마크 등 유럽 국가들과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그리고 한국의 주요 석유 공급 상대인 사우디아라비아 등 널리 알려진 국가의 해외 공관에 이어 심지어 G7 중 한 나라인 이탈리아 공관까지 망라되어 있어 충격적이다.

 

현지어를 구사할 수 없는 외교관이 해당국에서 정무, 경제, 영사 등 미묘하고도 섬세한 외교업무를 보는 데는 당연히 한계가 따른다. 특히 비영어권 국가에서 현지어를 모른다면, 그 외교관은 눈을 감고 업무를 보는 것과 마찬가지다. 따라서 외교관의 현지어 능력은 끊임없이 확충되어야 마땅하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2014년에 이르러 외교관들의 현지어 구사능력은 더 심각한 수준으로 추락했다. 새정치민주연합 심재권 의원이 외교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재외공관 총 108개 공관 중 68개에 이르는 공관에 현지어 가능 외교관이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영어도 못해

 

외교관들에게 현지어 구사능력을 바라는 것이 사치일까. 그렇다면 국제공용 언어인 영어라도 잘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황당한 사실은, 외교업무를 보는 상당 수 직원의 영어능력조차 매우 부실하다는 것이다.

 

외교업무에 사용되는 영어는 일반적인 생활 영어와 차이가 크다. 분명한 의미전달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중요한 국제회의에서는 적지 않은 문제로 비화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교부에서는 별도로 자체의 영어검정시험을 주기적으로 실시하고, 엄밀한 평가를 통해 일정수준 이상을 유지하도록 관리하고 있다.

 

그런데 2011년 11월 외교부 발표에 의하면, 5~7급 직원 81명의 직원을 대상, 영어능력평가(텝스) 성적을 자체 기준에 따라 1~5등급으로 분류했더니, 최하등급인 5등급을 받거나 아예 시험을 치지 않은 직원의 비율이 54.3%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교부의 영어능력등급을 텝스 점수로 환산하면, 4등급은 텝스 800~900점 정도에 해당하고, 5등급은 800점 미만인 2+등급에 해당한다. 외교부가 정한 영어능력 5등급은 ‘문장구조와 어휘상의 잘못으로 영어 대화가 힘들거나, 단어·철자의 오류가 빈번한 수준 정도의 어학 실력자’에 해당한다. 일반인·학생의 2011년 10월 16일자 텝스 성적 2+등급 이상이 26.57%였다. 외교부 주장대로라면 일반인들의 4분의 1 이상이 외교관 수준의 영어 실력을 가진 셈이다. 실제로 정부는 한미FTA 협정문 정본을 영어에서 한국어로 번역하면서 300여곳의 오류를 범한 바 있다.(계속)

 

2) “외교엘리트”, 북미국의 실체

 

비대한 북미국

 

정부 수립 후 대미 외교는 우리 외교에서 가장 중요시되어 왔다. 이는 외교부 조직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미국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이 외교부에서 가장 많다. 외교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2014년 11월 현재 조직도에 의하면, 북미국 중 미국관련 공무원은 외교부 전체에서 가장 많은 30명에 이르는 반면 캐나다 관련 공무원은 단 2명에 불과하다. 한 나라에 30명의 외교공무원이 배치된 사례는 미국이 유일하다.

 

 그림1,외교부 홈페이지에 나와있는 북미국 업무 소개. 다른 지역과는 달리 매우 구체적이고 세분화되어 있다.

 

한국이 미국과 군사동맹을 맺고 있는 탓으로, 북미국에는 한미동맹의 근간을 이루는 한미상호방위조약 시행과 주한미군과 직접 관련된 안보협력을 담당하는 ‘한미안보협력과’가 따로 존재한다. 게다가 북미2과에는 주한미군의 지위에 관한 행정협정인 SOFA 운영팀이 특별 설치되어, 주한미군과 관련한 각종 행정업무로부터 주한미군범죄까지 다루고 있다.

 

참고로 미국 다음으로 많은 공무원이 배치된 나라는 중국으로 13명, 그 다음은 일본으로 10명, 러시아 7명 순이다. 그 외 프랑스, 독일 등 주요국인 경우라도 1명이 온전히 배치된 경우가 드물다.

 

한국 외교에서 차지하는 대미 외교의 위상은 ‘북미 라인’이라는 단어에 집약되어 있다. 한국일보 2010년 10월 9일 보도에 따르면, ‘북미 라인’이란 외교통상부 정통 외교관들 사이에 가장 인기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북미국과 주미 대사관 등 북미주 담당 부처를 말하는 것으로, 외교부에서는 북미 라인 입성 여부가 외교관으로서의 성공여부를 가늠할 정도로 엘리트 코스로 인식되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12년 김성환 외교부 장관과 딸의 외교부 취업 특혜로 사퇴한 유명환 전 장관, 권종락 전 차관 등도 모두 주미대사관 참사관과 북미국장을 거친 이른바 “북미라인”이다. 북미1과장, 주미대사관 공사를 지낸 박근혜 정부의 초대 외교부 장관인 윤병세도 예외는 아니다.

 

위 한국일보의 보도에 의하면, 외무고시에 합격한 정통 외교관들이 북미 라인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실력 이상의 ‘그 무엇’이 필요하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외교부의 한 관계자는 “실력보다 학연이나 혈연 등 동원 가능한 모든 연줄을 동원하는 게 현실이고 실력이 안 되는데도 북미국에 배치되는 고위 공무원 자녀들이 종종 있다”고 전했다.

 

사대주의에 찌든 ‘북미라인’

 

문제는 ‘북미라인’에 위치한 이들의 심각한 사고방식이다. 이들은 미국에 대해서는 심각한 사대의식에 찌들어 있으면서도 정작 다른 이들에 대해서는 극도의 ‘우월의식’을 발산하고 있다. 한마디로 “강자에게 약하고, 약자에게 강한” 기회주의적 인물들인 것이다.

 

일례로 군사전문지 디앤디포커스 편집장을 맡고 있는 김종대씨가 북미국 외교관들 중 한사람에게 “외교부 북미국 사람들은 한국이 미국의 51번째 주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 아닌가?”라고 질문을 던진 적이 있다. 다시 말해 한국 정부가 독립국가의 정부이기보다 오히려 미국 연방정부의 통치를 받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는 질문이다. 그런데 김종대씨에 의하면, 질문을 받은 이 외교관은 아무 거리낌 없이 반색을 하며 “바로 그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미국의 통치를 받는 자세로 업무를 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공무원이 한국 공무원일까 미국 공무원일까. 이것이 바로 북미국에서 일하는 외교공무원들의 진정한 속내라 볼 수 있다.

 

대통령도 따돌리고 모욕하는 ‘엘리트’주의

 

사대주의와 우월의식에 찌들은 이들은 대통령을 외교협상에서 따돌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인물은 바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으로서 노무현 대통령을 따돌린 반기문 현 유엔 사무총장이다.

 

2003년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로 미국과 협상을 벌이던 당시 외교통상부 협상팀은 대통령을 배제한 채 협상을 진행시켰다. 아래는 2003년 11월 18일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작성한 ‘용산기지 이전 협상평가 결과보고’에서 밝혀진 당시 협상팀의 협상 방침이다.

 

- 대통령은 반미주의자이므로 협상 개입을 최소화 시킨다.

– 용산기지 이전은 미국이 원하는 대로 얼마의 돈이 들든지 추진해야 한다.

– 국회와 국민들이 문제 삼지 않는 수준에서 합의의 형식으로 문자와 표현을 바꾸는 것을 협상의 목표로 한다.

 

국민TV 김용민 PD는 그의 책 <보수를 팝니다>에서 협상의 책임자로 반기문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을 지목하며, “도대체 이거 어느 나라 협상팀의 방침인가? 한미 양국 모두가 한마음으로 미국의 이익을 챙기고 있는데 이게 무슨 협상이겠는가?”라며 한탄하였다.

 

사실 반기문은 어린 시절부터 미국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으면서 성장한 인물이다. 그는 1962년 충주고등학교 재학시절, 미국적십자사의 ‘청소년적십자 국제견학 및 연구대회’(Operation VISTA in the United States)에 대한적십자사의 청소년 대표로 선발되어 미국에서 잠시 유학하였고, 1970년 2월 외무고시에 응시하여 합격 후 외무부 지원으로 하버드 대학교 케네디 행정대학원으로 유학했다. 외무공무원으로서 반기문은 대표적인 북미라인 출신이다. 그는 1987년 7월 주미대사관 총영사, 1990년 6월 외무부 미주국장, 1992년 9월 주미 공사로 근무한 후 국제연합(UN)을 거쳐 2003년 노무현 정부의 외교정책보좌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간 것이었다.

 

반기문이 유엔 사무총장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던 것도 결국 따지고 보면 이와 같은 성장배경과 더불어 대통령을 따돌리면서까지도 미국의 이익을 중시하였던 그의 끝없는 “친미적” 업무방식이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결과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결국 외교부 북미라인은 용산 미군기지 이전 문제와 관련해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의 직무감찰을 받았다. 청와대 공직기강비서실은 외교부 북미라인이 용산미군기지 이전협상을 하면서 시종일관 소극적・수동적・굴종적 태도로 협상에 임해 평택미군기지 건설비용을 한국이 사실상 전부 부담하게 되었다고 감찰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이에 자존심이 상한 북미라인은 청와대를 ‘탈레반’으로 묘사한다.

 

노무현정부 당시에 외교부 북미 3과장이었던 조현동이라는 사람은 외교부 회식 자리에서 “노무현 대통령과 청와대 내 386 보좌진, 이른바 자주파들은 탈레반 수준이다. 영어도 못하고 미국에도 안 가본사람들이 대미외교를 제대로 하겠냐”고 발언한 것으로 유명하다.

 

물론 대통령이나 청와대 보좌진들이 영어도 잘하고 미국도 많이 가봤다면 외교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실무자와 대통령이 같은 기준으로 평가받을 수는 없다. 대통령은 국정운영 철학을 세우고 방향을 잡아나간다면, 실무진들이 이를 구체적으로 잘 풀어내는 것이다. 당연히 영어실력이 문제시되는 것은 실무진인 것이다.

 

외교역량의 전면적 혁신이 필요

 

지금까지 살펴본 대로, 한국 외교는 우리 사회가 처해 있는 현실상 그 중요성이 매우 높음에도 불구하고 형편없는 수준의 외교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외교역량은 한국의 정치, 군사, 경제적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 초라한 외형을 겨우 유지하고 있으며, 그나마 존재하는 대미 외교 역량은 미국에 대한 사대의식과 ‘엘리트주의’에 찌들어 국민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그들만의 리그’를 만들어놓고 특권만 누리고 있다.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한국 외교역량은 전면적인 혁신을 필요로 하고 있다.

 

3) 비정상적인 ‘정상외교’

 

형편없는 외교역량을 갖고 있는 탓으로, 한국이 국제무대에서 외교적 성과를 거둔 사례를 찾기란 쉽지 않다. 또한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것이 곧 국민의 이익과 같다는 낡은 인식 때문에, 한국은 국제외교무대의 주요 사안에 대해 우리 국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기보다 미국의 대외정책에 동조하는 데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실망스러운 한국 외교의 모습은 ‘외교의 꽃’이라 불리는 ‘정상외교’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한국의 정상외교는 남북정상회담과 같이 일부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실패한 외교의 정석을 보는 것 같다. 이를 자세히 살펴보자.

 

정상외교의 순기능과 역기능

 

정상외교는 국제교류가 확대됨에 따라 복잡하게 얽혀있는 이해관계를 효과적으로 조정하고 협력해 나가기 위한 외교수단으로 이용된다. 일례로 2000년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과 북의 정부 수반이 만나 정치, 군사, 외교적으로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던 남북관계를 일거에 화해와 협력의 관계로 전환하는 데 성공하였다. 만약 남북이 실무자급 회담만 고집했더라면 이와 같은 전격적인 변화를 이루어내기란 힘들었을 것이며, 그만큼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오기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1972년 미-소간 이루어진 모스크바 정상회담도 초강대국간의 새로운 관계를 예고하면서 국제정치 전반에 화해 분위기를 가지고 온 하나의 전환점으로 상징되고 있다. 또 1970년 서독 수상과 동독 수상 의 만남 역시 독일통일이 시작되는 역사적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정상외교는 의미심장한 정책변화가 시작되는 출발점이 되기도 하며, 나라 사이의 우호와 교류를 증진하는 데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정상외교가 언제나 성과적인 것은 아니다. 두 나라 사이에 정상회담이 열린다 하더라도 항상 진전된 합의가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일 정상회담이나 중일 정상회담의 경우는 과거 동아시아 침략의 역사를 부정하려는 일본의 태도로 인해 번번히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대표적 사례다.

 

오히려 정상회담은 통치자의 입맛에 따라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측면도 있다. 국빈 방문과 같은 특별한 예우를 받는 정상외교의 경우 언론에 의해 화려하게 조명되면서 조그마한 성과도 크게 포장되기 일쑤다. 이 때문에, 정부는 과거 정상회담이나 실무급 회담에서 합의된 내용을 재탕하여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또 이런 경우 정상외교는 실속은 없이 통치자의 이미지만 좋게 만들어 국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시키기도 한다.

 

일례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상외교를 위해 5년 임기 동안 무려 49차례에 이르는 최다 해외 순방 기록을 남겼다. 이 전 대통령은 평균 37일에 한번 꼴로 해외 순방을 하며 1200억 원의 세금을 사용해 84개국을 방문하였고, 해외 체류기간도 232일이나 된다. 그러나 오늘날 되돌아보았을 때 그가 정상외교를 통해 국민들에게 가져다 준 실익이 무엇인지 의문이다.

 

권력형 비리로 드러난 MB정권의 자원외교

 

이명박 전 대통령이 이와 같은 기록을 남긴 이유는 전 세계 각종 광산과 유전 등에 대한 개발 계약을 체결하고 돌아다녔기 때문이다. 그는 이른바 실용외교, 자원외교를 통해 한국의 자원 의존도를 줄여보겠다는 명분을 가지고 정상외교를 추진했다. 노영민 의원에 따르면, 실제로 전체 해외자원 투자사례 60여건 중 청와대가 직접 주도한 소위 VIP자원외교만 해도 총 45건에 달한다고 한다. 노 의원은 “VIP자원외교 45건 가운데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사인한 게 28건, 대통령의 형님인 이상득 의원이 특사자격으로 체결한 게 11건, 한승수 전 국무총리가 대행한 게 4건, 나머지는 외국정상이 방한했을 때 맺은 2건”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는 2014년 하반기에 이르러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나고 말았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한국석유공사의 캐나다 하베스트 에너지(Harvest Energy) 인수 프로젝트였다.

 

이 프로젝트는 이명박 정부가 대대적인 대국민 홍보에 나선, ‘석유공사 대형화 사업의 상징’과 같은 사업이었다. 그런데 국정감사 자료에 의하면, 하베스트 에너지가 확보하고 있던 정유시설 공장은 보기만 해도 금방 알 수 있을 정도로 시설이 상당히 노후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캐나다 동부의 외딴 섬에 위치한 입지나 규모 측면에서 볼 때 내륙에 위치한 다른 정유공장에 비해 경쟁력도 떨어졌다. 그런데도 석유공사는 캐나다 증시에서 거래되던 가격보다 47%를 더 줬고 부채 22억 캐나다 달러도 떠안았다. 협상가격에 대한 평가도 겨우 5일만에 졸속으로 마무리지었다. 당시 석유공사 강영원 사장이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을 찾아가 ‘하베스트를 인수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하였으나 이마저도 묵살 당했다고 한다.

 

이 시설은 한국석유공사가 인수한 후에도 시설 노후화에 따른 화재와 고장, 보수 등으로 매년 막대한 손실을 끼친 끝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상태다.

 

이명박 정부는 하베스트 에너지가 확보하고 있던 정유시설이 1973년 완공된 이후로 가동중단, 화재 등을 거듭해 온 문제의 시설로 캐나다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 캐나다(Petro-Canada) 사가 1986년에 단돈 1달러에 팔아 치운 전과가 있었다는 사실도 모른채 이 시설을 인수했던 것일까.

 

유종일 교수는 이명박 정권이 추진했던 자원외교에 대해 “일선에서 (자원외교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으나 일사천리로 밀어붙였던 사실, 대통령의 형님 등 정권 실세들이 개입된 정황 등을 비춰보면” 사실상 외교를 빙자한 “정치적 사리사욕이 개입된 권력형 비리”일 뿐이라 비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자원외교는 2014년 하반기에 이르러, 무리한 해외투자로 최소 17조원 내지 56조원에 달하는 손실을 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에 의하면, 이명박 정권 시기인 2008~2012년 사이 석유·가스·공물자원공사 등 3개 공사를 통해 추진된 69개 자원외교 사업은 전체 투자액 26조원 중 17조8000여억원, 60건이 ‘비유망자산’에 투자됐다고 한다. 비유망자산은 이미 실패해 철수·종료됐거나 사업성이 전혀 없는 것으로 분류되는 사업을 말한다.

 

한편 유종일 KDI 국제대학원 교수는 2014년 11월 5일, <정관용의 시사자키>에 출연하여 “현재 추산되는 자원외교의 손실은 56조 원 정도”라며 앞으로 새로운 내용이 밝혀지면 더 큰 액수가 나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이명박 정권의 자원외교에 무리하게 동원된 덕분에 공기업의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주요 자원-에너지 관련 공기업 4사(석유공사, 가스공사, 광물자원공사, 한국전력)의 부채는 MB 정부 4년 동안(2008년부터 2012년까지) 56조4000억 원이 불어났다. 당연히 이자도 어마어마하다. 새정치민주연합 홍영표 의원에 의하면, 이들이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냈거나 낼 예정인 이자를 모두 합하면 총 12조 4600억 원에 이른다. 심지어 가스공사의 경우 국제신용평가회사에서 투자부적격 회사로 분류되는 처지로 전락했다.

 

무리한 자원외교로 손실을 입은 17조 내지 56조원에 더하여 새로 생긴 부채에 이자까지 떠안을 경우 국민들이 짊어질 부담은 무려 85조원 내지 124조원에 달한다. 이 대통령이 평균 37일에 한번 꼴로 해외 순방을 다닌 결과는 국익이 아니라 쪽박이었지만, 그의 수중에는 얼마나 많은 검은 돈이 흘러들어갔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은 “힐링여행”?

 

 

“지금 추세면 깰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시사인> 장일호 기자가 전한 청와대 출입 기자의 말이다. 그에 따르면 모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외국 방문 기록을 깰 것으로 추정했다고 한다. 실제로 “세일즈 외교 대통령”을 자처하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600일을 맞은 2014년 10월 17일 현재 11회를 기록, 이 전 대통령의 속도를 능가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600일 동안 20개 국가를 방문하고 73일을 해외에서 체류했다. 정상외교의 양으로만 봐서는 역대 최고의 성과를 내야 할 박근혜 정권이지만, 실제 성적표는 매우 실망스럽다. 대표적 사례를 살펴보자.

<그림 2> 한미정상회담 경제관련 발표 내용 요약

 

박근혜 대통령이 가장 공을 들였던 정상외교 일정은 당선 직후 이루어졌던 4박 6일간의 미국 방문이었다. 청와대는 당시 방미의 성과로 ‘포괄적 에너지 협력 공동성명’을 채택하고 셰일가스와 가스하이드레이트 등 에너지 개발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셰일가스 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에서 싼 값에 가스를 들여오는 것과 더불어 중장기적으로 기술 이전까지 염두에 둔 합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성명’ 전문 중 셰일가스 개발과 관련된 내용을 살펴보면, 미국과 셰일가스에 대해 “양국의 정부와 민간분야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지식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로 했다”는 것이 전부다. 지식과 경험을 공유하는 자리란 결국 민간 학술 토론회 정도를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사실상 독점 생산 중인 셰일가스 개발 관련 기술을 한국 기업과 전면적으로 공유한다는 것은 비현실적이며, 그럴 만한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가스하이드레이트 개발에 관련한 내용도 마찬가지다. “지난 2008년 4월 18일에 체결한 가스하이드레이트 연구 개발 정보 공유를 위한 협력 의향서 기한을 연장”했다는 것이 합의 내용의 전부다. 결국 한미 양국이 합의한 에너지 관련 협력이란, 관련 기술 이전이나 공동 개발 등 구체적 계획은 하나도 없는 ‘허울뿐인 협력’인 것이다.

 

300여 명 규모의 대학생 연수 취업 프로그램 기한을 5년 연장한 것은 정상급 회담이 아니더라도 실무진 수준에서 얼마든지 논의하고 합의될 수 있는 내용이다. 이를 정상급 회담의 성과라고 평가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오히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기간 중 GM 사장으로부터 내정 간섭을 받고도 이를 오히려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몰상식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댄 애커슨 GM회장은 2013년 5월 당시 미국 상공회의소 주최 오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향해 80억달러를 한국에 투자하겠다며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을 요구했다. ‘통상임금’ 문제는 고정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하느냐 여부를 핵심 쟁점으로 국내 자동차 대기업과 노조가 소송을 진행 중에 있던 국내 현안이었다. 기존 대법원 판례대로 정기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돼 늘어나면 이를 기준으로 계산하는 휴일 근로 수당과 퇴직금이 늘어나게 된다. GM 회장은 ‘통상임금’ 문제가 기업 입장에서 유리하게 판결되도록 박근혜 대통령이 나서서 해결해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국내 법원의 판단까지 뒤집어 달라고 요구한 심각한 내정간섭이다.

 

그런데 조원동 경제수석의 전언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은 “GM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경제가 갖는 문제이니까 이 문제를 확실히 풀어가겠다”는 취지의 대답을 남김으로써, 현 재판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여 ‘통상임금’ 문제를 기업 입장에 유리하도록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한다. 일국의 대통령이 외국기업의 내정간섭을 그대로 수용한 것도 모자라 행정부 수반이 사법부의 판결에 간섭하겠다는 ‘의지’를 노골화한 것이다.

 

오히려 박근혜 대통령은 방미 기간 중 국민들의 요구는 철저히 외면하였다. 한미정상회담 전부터 국민들은 ISD 등 국가주권을 침해하는 한미 FTA 독소조항에 대해 재협상하라고 요구해왔지만, 박근혜 대통령은 이를 묵살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한미동맹 60주년 기념 공동선언’에서 한미FTA에 대해 “한·미 FTA의 긍정적 성과를 평가하고”, “이를 충실히 이행해 나갈 것”이라면서, 한미FTA로 인한 국내 산업 피해 등의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일즈 외교’를 추구한다는 명분아래 국내 산업의 민영화 방침을 해외에 적극 홍보하며 상대국으로부터 기립박수까지 받았다.

 

2013년 11월 초 프랑스를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프랑스경제인연합회에서 20여분간 프랑스어로 연설하였다. 그가 프랑스 경제인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은 이유는 ‘조만간 한국의 공공부문 시장을 외국기업들에 개방하겠다’고 공언하였기 때문이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프랑스에서 언급한 ‘공공부문’은 바로 철도였다. 이 소식이 전해진 직후 박근혜 정부는 철도 민영화를 반대하는 철도노조의 총파업과 이에 호응한 국민들의 거센 저항에 직면해야 했다.

 

이쯤 되자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는 국내 정치현안을 회피하거나 국면을 전환하려는 ‘정치적 목적’이 다분하다는 혹평에 시달리고 있다. 시사인 보도에 의하면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국면전환용 카드로 쓴다”라는 평가가 많다고 한다. 심지어 한 청와대 출입 기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에 대해 “대통령에게는 골치 아픈 국내 정치에서 벗어나는 일종의 ‘힐링 여행’ 아니겠나”라고 비꼬기도 했다.

<그림 3> 국면 전환용이라 비판받는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

 

몇 가지 사례로 모든 것을 평가하는 것은 무리지만, 이와 같은 예들은 한국 정상외교의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사례들이다. 국민의 이익을 대변해야 할 대통령이 남의 나라 기업 이익을 보장해주겠다고 나서 기립박수를 받는 현실, 국민들은 안중에도 없이 자원을 확보한다는 미명아래 비리를 저질러 사리사욕을 채우느라 정신없는 대통령과 측근들의 모습에 국민들은 절망하지 않을 수 없다.

 

모욕 논란에 휩싸인 대통령들

 

한국의 정상들은 외교관계에서 여러 차례 모욕을 당했다는 논란에 휩싸이기도 한다. 정상회담은 국민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부의 대표가 직접 만나 벌이는 회담인 만큼 그 권위와 상징성이 남다르다. ‘의전’이라고 불리는 정상회담의 격식은 사소한 부실함도 용납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만큼 정상회담은 겉으로 드러나는 화기애애함과는 달리 정상들 사이에 오가는 말 한마디, 행동 하나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상외교 과정에서 모욕을 당했다는 논란이 이는 것 자체가 이미 실패한 외교라고 볼 수 있다.

 

모욕 논란은 한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나타나고는 했다. 일례로 김대중 대통령은 2001년 3월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가진 정상회담에서 발언 도중에 수차례 말이 가로막히는 수모를 당했다.

 

이원섭 경원대 신문방송학 교수에 따르면, 남북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남북교류협력에 속도를 내고 있던 김대중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의 대북정책이 강경한 방향으로 굳어지는 것을 막아보기 위해 자신이 만나본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판단과 햇볕정책의 효용성을 설명하려 했다. 그러나 부시는 김 대통령의 발언을 중간 중간 끊으면서, 북한에 대한 적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배석한 사람들을 당혹스럽게 했다고 한다.

 

김 대통령을 더욱 난감하게 한 것은 부시 대통령이 정상회담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그를 옆에 세워두고 “북한의 지도자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다”고 대놓고 비난한 점이다. 이는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을 정면으로 공격한 것과 같은 의미였고, 향후 한미관계가 순탄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한 것과 같았다. 심지어 부시는 회견 도중 김 대통령의 답변을 가로채기도 해 미국 언론인 셀리그 해리슨으로부터 “면전에서 김 대통령의 뺨을 때린 격”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김 대통령은 훗날 자서전에 이때 심정을 고스란히 기록해 놓았다. “그는 나에게 무례했고, 결국 우리 국민들을 무시했다.”

 

부시 대통령은 노무현 대통령에게 ‘easy man’ 이라는 표현을 써 모욕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노무현 대통령이 “만만한 사람”이라는 의미로 해석된 것이다. 이에 대해 고려대 영문과 이건종 교수는 “‘easy’에는 다루기 쉽다, 만만하다는 뜻도 있지만 관대하다, 너그럽다, 편하다는 등 많은 의미가 있다”면서 “한마디로 긍정, 부정을 따질 필요가 없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하지만 당시는 노무현 대통령이 대미 자주외교와 동북아 균형외교를 강조하면서 한미관계에 일정한 잡음이 일고 있었던 상황이라 모욕 논란은 오히려 증폭되고 말았다. 의미 해석에는 단어의 뜻도 중요하지만 전후 맥락과 배경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비록 정상회담은 아니지만, 미국 주요인사인 로버트 게이츠 전 미국 국방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을 “반미적(anti-American)이고 약간 정신이 나간(a little crazy)”사람으로 평가한 바 있으며, 수전 라이스 전 국무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을 “이해하기 어려운 대통령”으로 묘사하여 또 다른 모욕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박근혜 대통령도 모욕 논란에 휩싸였다. 미국 조 바이든 부통령은 2013년 12월 6일 가진 박근혜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미국에 반하는 것에 베팅을 하는 것은 절대 좋은 베팅이 아니다(It’s never been a good bet to bet against America)”라며 직설적인 언사를 사용했다. 이 말은 미·중 사이의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동북아 정세에서 한국 정부에 중국 측에 대해 베팅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바이든 부통령의 언급은 ‘베팅’이라는 부적절한 외교 언어를 사용해 박근혜 대통령을 모욕했다는 논란과 더불어 내정간섭 논란까지 일으켰다.

 

몇몇 사례에서 보듯, 한국 정부 수반에 대한 이와 같은 미국 핵심 인사들의 모욕적 언행은 그들이 한국과 우리 국민들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드러내 주는 하나의 상징이다. 이는 한미동맹에 얽매인 한국의 위상과 한미관계의 현주소를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모욕 논란을 일으킨 상대 국가에 대해 그 어떤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오히려 한국 외교부는 “통역 오류”, “해석 오류”라며 국민들이 느끼는 모욕감을 억누르기에 바빴다. 이것이 바로 국민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고 상대방 눈치나 보는 사대 매국적 한국 외교의 현주소다.

글쓴이 : 김성훈 상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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