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가 두렵지 않은 인간은 무엇이라 하는가?

[이기명 칼럼] 법관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한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4/12/23 [23:50]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은 필요에 의해서 신이 창조했다고 한다. ‘욕설’은 왜 만드셨을까. 2014년 12월 19일 오전 11시. 어리석은 인간은 신의 깊은 뜻을 이제야 깨달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헌법재판관’ 덕택이다.

 
12월 20일 아침 신문을 펼치니 이게 무슨 일인가. 제1면 상단에 조문이 실렸다. ‘민주주의의 죽음, 헌재의 죽음’ 죽기는 죽은 모양이다. 조문을 가야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민주주의의 시신은 어디에 있는가. 헌재의 시신은 어디에 있는가. 헌법 책을 펼쳤다.
▲     © 자료사진-팩트TV
 
헌법 제1조.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아아 그렇구나. 이제야 감이 잡힌다.
 
“대한민국의 법치를 세계만방에 떨친 쾌거가 있었다. 1974년 4월 대법원 판사님들의 ‘인혁당’ 피고인들 사형판결 사건이다. 이들 8명은 다음 날 형장에 이슬로 사라졌다. 유서 한 장 쓸 시간도 없었을 것이다.
 
칭찬을 하려고 이 글을 쓰고 있는가. 남들보다 몇 배 좋은 머리를 타고 난 행운아들이 그 좋은 머리로 밤잠을 안자고 형극의 길을 걸어 헌법재판관이라는 법조인 최고의 영예를 차지했다. 어떤 찬사도 모자란다. 헌재 판사석에 법복을 입고 근엄하게 앉아있는 헌재 판사들. 뒤에는 검은 후광이 빛난다.
 
이들 법복이 죄 없는 8명에게 사형을 선고했고, 다음 날 이들은 형장에 이슬로 사라졌다. 얼마나 초특급인가. 후세는 죽은 자들이 죄 없음을 밝혔고 법복은 말이 없다. 속으로는 대답하겠지. ‘넌들 별수 있을 것 같으냐.’
 
8대1로 통진당의 명줄을 끊어버린 헌재 판사님들. 오로지 법과 양심에 따라 판결을 하신 헌재 판사님들. 인간은 역사를 두려워한다고 했던가. 그럼 역사가 두렵지 않은 인간은 무엇이라 하는가. 불행한 시대의 영웅이라 하면 만족할 것인가. 신문 1면에 실린 조문 사설. ‘민주주의의 죽음, 헌재의 죽음’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 조문을 법복에게 바친다.
 
■법과 양심에 따라 법관은
 
1974년 4월 사형판결 하루 만에 형을 집행, 세계 사법사에 사법살인이란 오명을 남겼지만, 후세 법관들에게는 교훈을 남겼다. 당시 누가 대법원 판사가 됐어도 별수 있겠느냐고 하겠지만, 판결은 법과 양심에 의해서 한다는 모범답안이 휴지가 됐다.
 
오늘의 헌법재판관들도 자기 이름 당당히 걸고 판결을 한만큼 역사의 기록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고 자신이 만만할 것이다. 과연 그럴까.
 
고소와 고발이 시대를 휩쓸고 있다. 뻥끗하면 고발이고 고소다. 헌재 판결 이후 보수단체에서 통진당 소속 의원 5명과 이정희 대표. 그리고 통진당 당원 전체를 검찰에 고발했다. 통진당원이 5만이라든가 10만이라든가.
▲ 18대 대선을 앞둔 2012년 9월,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가 5.16과 유신, 인혁당 사건 피해자 및 가족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사진출처 - 박근혜 대선후보 공식앨범)
 
글을 쓰면서 단어나 띄어쓰기가 잘못되지 않았나 조심스럽다. 자칫 세종대왕의 한글을 모욕했다고 고소라도 당하면 어쩌나 해서다. 고발왕국에서 살자니 살아도 사는 것이 아니다. 
 
통진당 해산 판결 이후 전직 원로법관과 나눈 대화다. 조현아와 통진당을 제물로 정윤회와 문고리를 덮으려고 하는지 몰라도 그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이제 국민의 생각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다. 대통령이 변하지 않는 한 박근혜정권은 이렇게 가다가 끝날 것이라고 했다. 3년을 기다려야 한다. 그동안에 무슨 일이 또 생길 것인가. 소름이 끼친다.
 
■더 이상 찢을 수도 없는 한국지도
 
법을 배운 인간들은 안다. ‘비례의 원칙’을. 전직 국회의장이 손가락으로 여성의 가슴을 콕 찔러 성추행을 했다고 손가락을 잘라 버릴 수가 있는가. 현직 지검장이 노상에서 바지를 내리고 음란행위를 했다고 10년 징역을 살리면 안 된다. 51대 49, 이것은 농구 스코어가 아니다. 선거투표 결과다. 100% 득표가 만족한가. 아니다. 민주주의는 상대와 함께하는 정치다. 상대를 버리면 독재다. ‘유신’의 ‘유’자도 입에 올리지 못하던 시대는 완벽한 독재였다.
 
신통술이 있다면 8대1의 통진당 해산을 판결한 헌법재판소 판사들의 뱃속에 들어가 보고 싶다. 법과 양심의 승리라고 기고만장하고 있을까. 1974년 4월 인혁당 피고인들에게 일사불란하게 사형을 선고하고 다음날 목을 매달아 죽인 죄수(후에 무죄)들에게 죗값을 치렀다고 박수쳤을까.
 
한반도 지도를 펴 놨다. 가위로 허리를 잘랐다. 반쪽인 남에서 동, 서로 싹둑, 다시 싹둑싹둑. 극우, 극좌, 보수꼴통, 종북좌빨 등 등. 더 이상 가를 수가 없어 바라보니 대한민국이 좁쌀처럼 각각이다. 이런 나라가 망하지 않으면 하늘의 뜻이 아니다. 아니 그래도 망하면 안 된다. 태어난 조국이다. 빌어먹어도 이 땅에서 살아야지. 어느새 눈물이 흘러내린다. 무슨 재주로 정치를 이 꼴로 만든단 말인가.
 
멀쩡한 강에다 국민의 피와 땀인 혈세를 22조 원이나 쏟아 붓고도 어느 놈 주머니에 들어갔는지도 모르는 나라. 온 국민이 TV로 지켜보는 가운데 304명의 생목숨이 바다에 빠져 죽는 나라. 국고는 임자 없는 돈인지 먼저 먹는 놈이 주인인 나라. 정치는 국민을 위한 것이라는데 이건 국민이 정치의 들러리나 서야 하는 나라. 이러면서 국민에게 나라에 충성하라면 아무리 국민이 부처님이라 해도 너무나 염치가 없다.
 
■일찍이 이렇게 추악한 정치는
 
존경받는 언론인 정관용 교수와 의원직을 잃은 이상규 전 통진당 의원이 방송에서 한 소리 좀 들어 보자. “법대 1학년 학생의 상식에도 맞지 않는 일”이다. 너무 높다. 중학생도 상식이 있으면 이런 판결을 안 한다.
 
박근혜 정권에겐 눈엣가시 같은 존재가 있다. 이상돈 교수다. 박근혜 정권을 만든 1등 공신이다. 비상대책위원이었다. 그에 대한 호불호와 상관없이 가슴을 치는 말이 있다. 박근혜 정권이 귀담아들어야 한다.
 
"지금 박 대통령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온 국민이 최태민과 정윤회를 입에 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게 제일 큰 문제라고 본다" "미래지향적 가치를 가진 유능한 사람들과 국정을 이끌었으면 그런 문제는 다 과거의 일로 묻혀버렸을 텐데 그렇지 못하다 보니 계속 과거의 일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박 대통령 스스로 이 상황을 수습하고 끌고 가긴 어렵다고 본다” “대한민국이 이런저런 인프라는 돼 있는 나라이니까 한꺼번에 무너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이 없는 정부가 보여주는 혼란이 가중될 것이고 여기저기서 문제가 터질 것이다. 언론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대통령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깨닫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한마디로 실패다. 무능했다” “리더십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나는 박 대통령이 솔직히 깊은 철학과 경륜이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말해 보면 알지 않나. 그러나 2004년부터 적어도 2012년 9월 초까지 보여준 걸 보면 그만하면 나라를 이끌 수 있다고 봤다. 부족한 건 주변에서 채워주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더라. 오죽하면 김종인 박사가 ‘마부가 말을 강에 끌고 갈 순 있어도 억지로 물을 먹일 순 없다’는 말을 두 번이나 했겠나”
 
“사회에는 이른바 메인스트림이란 게 있지 않나. 넓은 의미에서 상식을 공유하는 주류세력 말이다. 박근혜 정부의 인사안은 그런 상식을 공유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판단에서 나온 것이라고 봐야 한다. 그렇다면 그게 누구겠는가. 그들이 살아온 과정을 보라. 경륜은커녕 사회경험도 태부족인 사람들 아닌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상식적 판단이 없는 사람들이니까 그런 인사안을 준비하고도 문제라고 못 느끼는 것이다”
 
“사실상 정부가 없는 나라, 군인과 경찰, 세리만 남은 작은 정부, 즉 극단적 보수주의자들이 꿈꾸는 그런 나라가 되지 않을까”
 
박근혜 정권은 통치불능 상태라는 지지율 30%대를 기록했다. 리서치뷰는 31.3%, 갤럽은 37%로 떨어졌다. 철옹성이라는 대구·경북과 부산·경남도 마찬가지다. 왜 이 지경이 됐는지 알고나 있을까. 국민이 배신을 했을까. 배신은 국민의 몫이 아니다.
 
박근혜 정권은 사람을 바꿔야 한다. 인적쇄신은 가능한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는 믿는 사람이 없다고 한다. 운명적으로 불신의 늪에서 나올 수 없는 그에게 오로지 김기춘과 삼인방 문고리만이 유일한 믿음이다. 그들을 떠나서는 존재할 수가 없다. 국민은 이제 구경만 하면 된다.
 
이기명 팩트TV 논설위원장 http://facttv.kr/facttvne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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