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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산 65번지 일대 철거지역을 가다.

노정애 기자 | 기사입력 2010/07/28 [11:21]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산 65번지 일대 철거지역을 가다.

노정애 기자 | 입력 : 2010/07/28 [11:21]
서울 동작구 상도동 산 65번지좁은 골목길!
한때 300여 가구로 왁자지껄하던 동네는 이사갈 형편도 안되는 40여 가구만이 무너지거나 빈 채로 남은 270여 채의 집 사이에 미로처럼 듬성듬성 모여서 살고 있다.

 
▲   300여 가구중 이제는 40여 가구만이 이곳을 지키고 있다.                                            사진  : 김국제 기자
주민들의 불행은 재개발이추진되면서부터 시작 되었다.
이 일대에 재개발 바람이 불면서 2005년 동작구에서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를 승인했고, 대부분 토지를 갖고 있던 소유주가 땅 일부를 건설회사에 팔면서 무허가로 지은 집에서 전세를 살던 주민들은 건설회사 용역들의 무자비한 퇴거 압력에 견딜 수 없어 하나 둘 이 곳을 떠나기 시작 했다.
 

 
▲    장마가 잠시 멈추고  모처럼 따가운 햇살이 내려쪼이는 오후 사람대신 이불들이 볕을 쬐고 있다.

2007년 6월 서울시가 이 지역을 정비구역으로 지정하면서 추진되던 재개발 사업이 틀어지면서 상황은 더 나빠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진행되던 보상논의가 중단이 되었고, 집들은 벽이 허물어진 채 방치되기 시작했다. 시청도 구청도 나몰라라 했다. 대책은 둘째치고 너무 살기 괴로우니 방역작업이라도 해달라는 민원만 수십번 올해 7개월간 두 차례 소독 작업을 한 게 전부였다.

▲   하늘엔 조각구름 떠 있고 강물엔 유람선이 떠 있고.....멀리 보이는 N 서울타워 하지만 남의 나라 이야기다.
2009년에는 재개발 사업과정에서 60억여원의 금품을 뿌린 시행업체와 이를 받은 구청공무원 토지소유자,주민들이 무더기로 기소되는 일도 벌어졌다. 그러던 차에 이제는 재개발 사업과정에서 무허가 건축물 소유자가 포함된 재개발조합설립추진위원회가 승인받은 정비구역 지정은 무효라는 대법원 판결과 함께 서울시는 상도 제 11주택재개발정비구역에 대한 구역 지정취소를 고시해 재개발사업도 취소가 되어 버렸다.
 
▲  인근에 사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은 이곳에 쓰레기들을 몰래 가져다 버려 남은 사람들을 더 힘들게 한다. 
30도를 넘나드는 찜통 더위속에도 모기때로 인해 문조차 제대로 열고 살 수 없는 갈 곳 없는 60,70대 주민들은, 일부 몰지각한 주변 사람들 때문에 또 한번의 상처를 입으며 살아가고 있다. 다름아닌 사람들이 폐가인 줄 알고 내다 버리는 쓰레기 악취와, 그로인해 극성을 부리는 쥐때들 때문에 이중고를 겪고 있는 것.....
 
▲  시골 마을 어귀에서 보았던 익숙한 풍경을 상도동에서 본다. - 세상살이는 남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그래도 며칠전에는 이 좁은 동네 골목길에 발 디딜 틈없이 사람들의 향기로 가득 찼었다. 1318행복찾기지원센터가 준비한 도심속 마을꾸미기 프로젝트에 참가한 청소년 160여명이 주민들을 응원하기 위해 마을을 찾았었기 때문이다. 
 
▲   1980년대의 낮설지 않았던 풍경 -  여기에 사람이 살고 있다.                                           사진 김국제 기자
학생들은 무너져 내린 집 앞엔 길게 끈을 연결해 모든 학생들의 손바닥 도장을 걸었다. 지나가는 이들에게 도장 개수만큼 주민들의 지원군이 있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눈을 감고 조금만 참아주세요, 눈을 뜨면 힘들었던 날의 두 배로 행복이 찾아올 거에요라는 응원 메시지도 담았다. 그러나 그것뿐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는 상도동 산 65번지는 또 다시 긴 침묵에 잠겼다. 
 
▲   재개발 지역의 얽히고 설킨 난맥상처럼 전신주의 전선이 어지럽게 걸려있다.                  사진 김국제 기자
언제쯤 더불어 함께 사는 세상이 될 수 있을까?
저 멀리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스카이라인 그렇지만 그것은 남의 나라 이야기다. 쓰레기 더미와 다 허물어진 집들 사이에서 하루 하루를 두려움과 서글픔으로 살아가는 이들에겐 모든 것이 남의 나라 이야기 처럼 들린다.
 

 
▲   상도동 산 65번지에서 바라본 서울의 스카이라인이 묘한 대조를 이룬다.                                 사진 김국제 기자
메미소리가 여름 한낮 마을에 울려 퍼지고 있는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
 

원본 기사 보기:동작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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