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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추기경님, 명동성당 경비노동자들에게 대답하십시오

성당 교회서 쫒겨난 비정규직 노동자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5/01/15 [08:04]

염수정 추기경님, 명동성당 경비노동자들에게 대답하십시오

성당 교회서 쫒겨난 비정규직 노동자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01/15 [08:04]

 

 

저는 천주교인이고, 제 세례명은 요셉입니다.오늘 저는 성당 미사에서 아내와 함께 셩경 독서를 맡았습니다. 독서 후에 복음 독서가 있었고, 신부님의 강론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전례에 따라 '신자들의 기도' 가 있었습니다. 카톨릭에서는 신부님의 강론(설교)이 끝나면 사도신경을 외고, 긜고 미리 그 주일마다 작성되어 있는 신자들의 기도를 바치는데, 오늘 내용은 이랬습니다. 

 

1. 교회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영원한 목자이신 주님, 성령 강림으로 세워지고 갖가지 은혜로 풍요로워진 교회가, 이 시대에 그리스도를 따르는 기쁨과 평화를 보여 주게 하시고,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즐겨 찾는 사랑의 공동체가 되게 하소서.

주님, 저희의 기도를 들어주소서.

 

2. 사회 정의를 위하여 기도합시다.
세상의 빛이신 주님, 이 사회에 주님의 정의를 세워 주시어,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이 무시당하지 않으며, 모든 이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소서. ◎ 

 

그런데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마음이 아팠고, 분노가 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어제 접한 뉴스타파에서 보도한 내용 때문이었습니다. 명동성당에서 일하던 비정규직 경비 노동자들이 갑자기 해직당한 것이 이 뉴스의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애초에 명동성당에서는 열 두명의 경비 노동자들에게 간접고용이 아닌 직접고용을 한다고 통보했고, 이 소식은 노동자들로 하여금 그들이 이제 명동성당의 직원이 된다고 하는 부푼 꿈을 갖게 했습니다. 그런데 뉴스타파에 따르면, 그 실상인즉 기존의 경비 노동자들을 해고하고 그중 4명에게만 고용승계를 했고, 성당 측과 용역을 맺고 있던 회사와는 관계를 끊고 새로 '1년 계약직'으로 경비원들을 채용한 겁니다. 

 

성당에 바로 고용된 정규직으로의 전환을 꿈꾸며 희망에 부풀어 있던 그 노동자들에게는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었을 겁니다. 갑작스레 해고된 노동자들이 염수경 추기경에게 탄원의 편지를 썼지만, 이 편지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고 합니다. 이들 노동자들은 "그래도 주교가 있는 성당에서 일하면서 자부심을 갖고 있었는데 이럴 수가 있느냐"며 아파했습니다.

 

한국 천주교의 성지이며 동시에 한국 인권운동의 성지인 명동성당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는 것이 너무나 슬펐고 아팠습니다. 원래 구세군 교인이었던 제가 천주교에 입교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물론 아내를 만났기 때문이었지만, 80년대 말부터 미국에 오기 직전까지 명동성당에서 보냈던 그 뜨거운 순간 순간들의 기억 때문에도 그랬습니다. 

 

그런 명동성당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국 천주교회의 중심이라는 이 곳에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고 아내와도 이런 이야길 했습니다. 만일 김수환 추기경님이 살아계셨다면, 어떻게 하셨을까 하고. 한국 천주교회에는 물론 아직도 수많은 사제와 수녀들,그리고 수도자들이 하느님의 뜻인 정의와 평화, 그리고 창조질서의 보전을 위해 목소리를 높이고 계십니다. 그러나 교회 조직의 수장인 대주교(추기경)가 기거하고 있는 곳에서 하느님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아프고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짓밟는 이런 행위가 있었다는 것에 대해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고, 그것은 미사 시간 내내 저를 괴롭혔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오셨을 때, 그분이 보여준 행보는 교회가 어떤 길을 가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사람이 진정한 종교 지도자인지를 보여 주었습니다. 그러나 한국 교회의 정점에 있는 세력들, 특히 염수정 추기경은 "유가족들이 양보하라"는 망언으로 그들이 누구와 결탁해 있는가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이들의 모습을 통해 예수님의 모습을 보지 못하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았던 바리사이와 사두가이들의 모습을 보아야 했습니다. 

 

교회마저도 있어야 할 곳에서 벗어난 이 세상을 보며 예수님이 계시다면 뭐라고 하셨을까요? 약하고 아픈 자들, 소외된 자들의 눈물을 닦아 주지 못하는 교회가 과연 존재 이유가 있을까요? 염수정 추기경께 묻고 싶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믿는 예수는 어떤 모습인지, 내가 믿고 있는 예수와 같은 모습인지, 정말 진지하게 여쭙고 싶습니다. 

 

시애틀에서... 권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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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염소자손 2015/01/16 [07:51] 수정 | 삭제
  • 염수정 식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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