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규 전 검사 '원세훈국정원 노무현 죽이기 공작' 폭로

노무현에게 저승 가면 따지고 싶다던 이인규 였는데...왜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02/25 [11:02]

 

▲  이인규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장(57·법무법인 ‘바른’ 변호사)이 “2009년 노 전 대통령 수사 내용 일부를 과장해 언론에 흘린 건 국가정보원”이라고 폭로했다.

이인규 전 중수부장은 24일 작심한 듯 국정원 측의 ‘노무현 죽이기’를 언급했다. 이 전 부장은 “국가정보원의 당시 행태는 빨대 정도가 아니라 공작 수준에 가깝다”고 말했다.

 

‘빨대’란 언론의 익명 취재원을 의미하는 속어다. 국정원이 검찰 수사 내용을 언론에 흘려주는 수준을 넘어 사실을 왜곡해 여론을 조작하려 했다는 뜻이다. ‘빨대(취재원) 논란’에 대해 검찰의 추적 조사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부장은 경향신문과 만나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받은 명품시계를 논두렁에 버렸다는 언론보도 등은 국정원 주도로 이뤄진 것”이라며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내용으로 ‘언론플레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이 전 부장은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시계는 어떻게 하셨습니까’라고 묻자 노 전 대통령이 ‘시계 문제가 불거진 뒤 (권 여사가) 바깥에 버렸다고 합디다’라고 답한 게 전부”라며 “논두렁 얘기는 나오지도 않았다. 그런데도 그런 식으로 (국정원이) 말을 만들어서 언론에 흘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정원 개입 근거에 대해서는 “(언론까지) 몇 단계를 거쳐 이뤄졌으며 나중에 때가 되면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노 전 대통령은 박연차로 부터 회갑선물(시계)을 포함한 금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4월30일 대검 중수부에 소환됐다. 다음달 일부 언론은 ‘권 여사가 선물로 받은 1억원짜리 명품시계 두 개를 논두렁에 버렸다고 노 전 대통령이 검찰에서 진술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언론의 대서특필 후 열흘 만에 노 전 대통령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명품시계 보도가 등장한 것은 2009년 4월22일이다. 검찰이 노 전 대통령에게 서면질의서를 발송한 날이다. 이때 언론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이 2006년 9월 노 전 대통령 회갑을 맞아 명품시계 2개를 대통령 부부에게 선물했다”는 진술을 검찰이 받아냈다고 보도했다. 이후 한 신문사는 명품시계의 브랜드와 사진을 실어 보도했다.

 

한 방송사는 “시계, 논두렁에 버렸다”는 제목으로 “권 여사가 시계 두 개를 모두 봉하마을 논두렁에 버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논두렁’에 대한 진술이 어디에서 나왔는지에 대한 근거는 없었다.

SBS 뉴스영상 캡쳐


“논두렁에 버렸다”는 보도 이후 원색적인 비판이 더해졌다. 인터넷상에는 “봉하마을에 명품시계 찾으러 갑시다”라는 글들이 올라왔다는 보도가 뒤를 이었다. 이명박이 대선 후보 시절 TV광고에 출연했던 욕쟁이 할머니도 “1억짜리 시계를 버려? 서민이 분노할 일”이라고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노 전 대통령 측은 “검찰에서 그렇게 진술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지만, ‘논두렁’은 노 전 대통령의 도덕성에 흠집을 내는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논두렁’이 검찰의 무리한 피의사실 공표의 대표적 사례로 거론되자 검찰도 “ ‘나쁜 빨대’를 반드시 색출하겠다”고 밝혔다. 당시에도 검찰은 국정원 측 개입 가능성을 의심했지만 대놓고 말하지는 못했다.


그렇다고 검찰이 노 전 대통령 서거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노무현 수사’는 촛불집회 등으로 이명박 정부가 위기에 몰린 시기에 시작됐다. 2008년 9월 대검 중수부가 ‘박연차 게이트’ 수사를 시작한 뒤부터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모든 의혹이 연일 중계방송하듯 보도됐다.

 

2008년 12월 노 전 대통령의 형 노건평씨 구속과 이듬해 4월11일과 12일 권양숙 여사와 아들 건호씨 소환조사, 같은달 30일 노 전 대통령 소환조사에서도 마찬가지였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수사가 끝난 후에도 논두렁 시계의 사실 여부 등에 관해 결론을 내지 않고 질질 끄는 모습을 보였다.

 

검찰은 노 전 대통령 소환 후, 며칠 내에 구속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지만 노 전 대통령 서거까지 한달 가까이 결론을 내리지 않아 ‘노무현 깎아내리기’를 염두에 둔 정치 수사란 비판을 받았다.

 

 

이 전 부장은 당시 검찰의 망신주기식 수사와 이에 따른 보도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연결됐다는 ‘책임론’이 자신에게 집중돼 괴로웠다고 밝혔다.

 

그는 “그 사건을 맡은 것 자체가 내겐 불행이었다. 이후 내 진로도 틀어지고 가족들도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이 전 부장은 모 매체 기자와 만남에서 "평생을 검사로만 살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됐다"며 "저승에 가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만나면 왜 그랬느냐 따지고 싶은 심정이다. 빚을 갚으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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