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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근무하다 시력까지 잃었는데...보상 안하는 삼성

"행복은 포기 했지만 치료라도 마음 편히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5/03/07 [00:18]

삼성 근무하다 시력까지 잃었는데...보상 안하는 삼성

"행복은 포기 했지만 치료라도 마음 편히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03/07 [00:18]

4일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반도체·전자산업 직업병 피해노동자 증언대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김미선 씨(35)는 갈수록 나빠지는 자신의 몸상태를 설명하기 힘들어했다. 그녀는 이제 케인(시각장애인용 지팡이)을 써야 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2월 비마이너가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또 하나의 약속’ 개봉에 맞춰 인터뷰했을 당시만 해도, 시각장애가 좀 있기는 했지만 이 정도로 심한 것은 아니었다.(관련기사: 삼성도, 대한민국 복지도 외면한 ‘또 하나의 희망’) 하지만 이제는 사람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와야 겨우 누군지 알아볼 수 있다.

 

“다른 사람들처럼 행복하게 사는 것은 꿈같은 일이 되어버렸다. 이제 그런 건 바라지도 않는다. 치료라도 마음 편히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삼성전자에서 일하다가 다발성경화증이라는 희귀질환을 얻고, 시각장애를 입게된 김미선 씨. 

출처 : 비마이너


1997년 당시 고3이던 김 씨는 삼성전자 기흥공장 LCD모듈과에 투입돼, 아세톤이나 알코올 등을 이용해 LCD 판넬을 닦아내는 OLB공정과 납땜 작업을 주로 해야하는 탭솔더 공정에서 일했다. 그녀는 하루에만 200~300장의 거즈를 써가며 화학약품으로 LCD 판넬을 닦아내야 했고, 심한 냄새를 맡아가며 납땜을 해야 했다.


입사 3년차가 되던 2000년 3월, 출근을 위해 옷을 입던 김 씨는 갑자기 손가락을 움직일 수 없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 증상을 접했다. 이 병원 저 병원 찾아다닌 끝에 알게 된 병명은 ‘다발성경화증(뇌와 척수의 신경세포 가지를 감싸는 신경세포층피에 손상을 입어 신경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이었다. 재발 위험이 잦은데다, 부작용이 심한 스테로이드제 처방을 지속해서 받아야만 하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었다.


몸이 아프니 그녀는 퇴사할 수밖에 없었고, 제대로 걸어 다닐 수 있기까지 1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그러나 이후로도 병이 수시로 재발해 시신경을 공격했고, 이 때문에 오른쪽 눈의 시력을 대부분 상실했다. 그 이후로 한동안 재발이 없어 시각장애인복지관 등을 다니며 재기를 꿈꿔왔지만, 올해 1월 다시 왼쪽 눈에 질환이 찾아왔다. 시력은 더욱 안 좋아졌고, 이 때문에 결국 지팡이를 써야만 밖을 나설 수 있게 됐다.


똑같이 일하다 병 얻었는데...보상은 7개 질환만 하겠다는 삼성


김미선 씨는 2011년에 처음 ‘반올림’(전자산업 노동자 건강권을 위한 단체)을 알게 되어, 이들의 도움으로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신청을 냈다. 그러나 결과는 ‘산재 불승인’. 해당 질환과 업무의 연관성이 낮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올림 측은 그녀가 일했던 공정의 열악한 작업환경이 질환에 영행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씨는 다량의 독성이 함유된 화학물질을 사용하는 작업을 해왔으며, 손으로 직접 납땜 업무를 했음에도 창문과 같은 환기시설도 없고 국소배기장치는 가동하지 않는 등 유해 독성 물질에 지속해서 노출돼왔다. 실제로 다발성경화증은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명확한 원인이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유해 독성 화학물질과 과로 및 스트레스에 의해 유발될 수 있다는 게 의학계의 일반적인 견해다.


반올림 집계에 의하면 그녀처럼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LCD 공정에서 일하다 백혈병, 암, 각종 희귀질환을 얻은 피해자는 2015년 2월 현재 제보된 것만 327건에 달하고, 이중 사망자도 124명이나 된다. 그러나 이중 고작 8명만이 산재승인을 받았고, 그나마도 4명은 행정소송을 벌인 끝에 가까스로 산재로 인정받았다.


삼성은 물론이고 근로복지공단마저 직업병 피해자들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자, 피해자들의 분노는 더욱 커져갔다. 이런 불만을 무마하고자 삼성은 최근 꾸려진 ‘삼성전자 발병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위원장 김지형 전 대법관)에서 “산재인정 절차처럼 업무 관련성을 따지려면 시간이 걸리니 회사가 퇴직 직원과 가족들의 아픔을 덜어드리기 위해 복지 차원의 위로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삼성의 의도가 미덥지는 않지만, 어쨌든 최초로 나온 보상안이기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막상 지난 1월 16일 삼성이 내놓은 보상안에 많은 피해자들은 실망을 금치 못했다. 백혈병을 비롯한 혈액암과 기존에 회사 내에서 산재 승인 이력이 있는 뇌종양, 유방암을 포함한 7개 질환만을 대상으로 하고, ‘특수건강진단이력’이 있고 퇴직 후 10년 이내에 발병한 경우에만 보상하겠다고 한 것이다.


이에 의하면 김미선 씨처럼 희귀질환을 겪고 있는 환자들은 보상대상에서 완전히 제외된다. 김 씨는 “똑같이 삼성에서 고생하며 일했는데, 누구는 (보상)해주고 누구는 안 해준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토로했다.

 

협력업체 직원 실제로 관리 감독하고 보상에서는 제외?

반올림은 4일 금속노조 회의실에서 '반도체 전자산업 직업병 피해노동자 증언대회'를 열었다. [ 출처 : 비마이너 ]


또한 이날 증언대회에서는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삼성 협력업체 노동자들의 직업병 피해 사례의 심각성도 제기됐다.


2003년부터 2009년까지 삼성 협력업체 관리소장으로 근무하다 2012년 사망한 故손경주 씨는 “라인별 별도로 협력사를 두어 삼성에서 업무분장을 하여 라인을 구분 관리하는데 삼성의 재직자 출신(대부분 부장 출신)을 관리사장으로, 그 밑에 관리소장을 두고 인사, 노무, 기타 관리를 아웃소싱으로 관리함”이라고 일기장에 기록한 바 있다. 반올림은 이를 근거로 사실상 삼성이 협력업체를 관리 감독해 왔으며, 원청인 삼성이 협력업체 노동자의 직업병에 책임이 있음을 강조했다.


특히 삼성의 보상안에서 협력업체 노동자는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반올림은 산업안전보건법 제29조에 따라 원청 사업주에게 산업재해 예방 의무가 있는 만큼 삼성이 이들에 대해서도 책임있는 보상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반올림은 삼성 반도체에서 일하다가 2007년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故황유미 씨의 8주기를 맞아 3월 2일부터 추모주간을 진행하고 있다. 오는 6일 저녁 7시에는 강남역 삼성본관 앞에서 ‘故황유미 8주기 및 반도체·전자산업 산재사망 노동자 추모문화제’를 진행할 예정이다

 

원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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