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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고 1학년 김예원]'대한민국 청소년은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하는가?'

'우리 학생들도 투표권을 주세요' 고등학생이면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어...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5/04/13 [02:11]

[단원고 1학년 김예원]'대한민국 청소년은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하는가?'

'우리 학생들도 투표권을 주세요' 고등학생이면 충분히 생각하고 판단할 수 있어...

서울의소리 | 입력 : 2015/04/13 [02:11]

'대한민국 청소년은 언제까지 참고 견뎌야 하는가?' 단원고 1학년 김 예 원

 

저는 지난해 4월 16일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난 단원고 2학년 4반 7번 고 김동혁군의 여동생이자, 현재 단원고 1학년 3반에 재학 중인 김예원이라고 합니다.

  

저와 오빠는, 엄마아빠의 이혼으로 6년이라는 시간을 엄마가 없는 편부가정에서 아빠의 보살핌 속에 외롭고 슬프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부족함에 익숙한 생활을 하였습니다. 항상 오빠 곁에는 제가 있었고 제 곁에는 오빠가 있었습니다. 세월호 사고 2년 전 아빠는 지금의 엄마를 만나 저희에게도 따뜻한 가정이라는 것이 생겼습니다.

 

엄마와 함께 살면서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부족함 속에서 나이에 맞지 않게 더디고 모자라게 생활했는지를 알게 되었고 오빠와 저뿐 아니라 아빠의 얼굴에도 행복한 생기가 넘쳤습니다.

늘 제 투정을 웃으며 받아주던 오빠, 엄마 없는 자리를 아빠 대신 엄마 대신 채워주었던 오빠, 그 오빠가 세월호 참사로 숨진 이후 우리 가정은 또다시 불행의 그림자 속에서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 전에는 저는 그냥 학생 김예원이었으나, 구조하지 않는, 아니 구조를 막았다는 해경과 그 이후 제대로 밝혀지지 않는 의혹들과, 정부의 대처, 학교의 태도 등을 보면서 저는 이제 그냥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는, 말없는 보통의 학생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은 해야 하고 고칠 건 고쳐야 한다는 쪽으로 바뀌었습니다. 따라서 오늘 토론회에서도 제 소신과 생각을 솔직하게 얘기하려 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청년입니다. 한창 꿈 많고 맑고 밝은 생각으로,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표현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설계해 나가야 할 청소년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나 우리 학생들은 그렇지 못합니다. 우리 학생(청소년)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도 모르는 어른들이, 일방적으로 우리의 계획을 세우고 우리의 행동을 제약하고 우리의 자유로운 생각을 막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청소년이기에 무조건 참고 견뎌야하는 정말 많은 규제, 제약과 틀, 강요, 부담을 청소년의 입장에서 보고 이제는 개선해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교육을 통해 사고력과 창의력이 향상되어야 하는데, 과연 우리 교육이 그런가 생각해 봐 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라도 천편일률적인 경쟁위주의 틀에 박힌 교육에서 교육선진국들처럼 자기 꿈과 끼를 마음껏 키우고 펼치는 협력교육으로 바꿔주시기 바랍니다. 집보다 학교가 더 즐겁다는 핀란드 학생들, 전 세계 행복지수에는 늘 1위를 하는 덴마크 등 그런 교육선진국 얘기가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닌 우리나라 학생들 이야기가 되도록 획기적으로 바꿔주시기 바랍니다.

  

지금부터 저는 제가 세월호 참사를 통해 본 학생들과 연관된 어른들의 문제점을 얘기하고 개선방향을 요청합니다.

  

Ⅰ 학교에 바랍니다.

  

학교는 저희가 매일 눈 뜨면 가게 되고 저희들의 생활에 가장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월호 참사 직후 진도체육관에서 본 일부 선생님들의 태도는 정말 무책임했습니다. 부모님들이 나서서 같은 반 부모님을 모으고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학교 선생님들은 적극적으로 나서기는커녕 찾아봐주지도 않았으며 그냥 지켜보기만을 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그것이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저는 그보다도 선생님들의 적극적인 의지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세월호에서 탈출하셔서 생명을 건지신 선생님 두 분은 생존학생들까지도 진상규명을 위해 발언을 다니고 증언을 하는데 아예 나서주시지도 않고 같은 반 부모님들의 연락조차 거부하고 계십니다.

 

특히 같은 반 부모님들은 “우리 아이의 마지막을 본 사람이고 우리아이와의 추억을 찾아줄 수 있고 우리아이를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인데 너무 섭섭하고 속상하다”라고 말씀하십니다. 저는 이런 사태를 보면서 과연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의 자격은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스승은 아니어도 최소한 선생의 모습을 보고 배워야 하는 게 학생입니다. 지식만을 머리에 채워주고 인격이나 심성은 채워줄 게 없는 심장없는 교육은 교육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요즘은 대안학교로 옮기거나 처음부터 대안학교로 가는 학생들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그 두 분의 담임선생님을 보면서 비겁함과 무책임함을 보았습니다.

  

저는 현재 단원고에 다닙니다. 언제가 희생학생들 교실을 철수한다고 해서 부모님 마음을 아프게 한 적 있었는데, 제가 또 일부 선생님을 통해서 들은 얘기는 희생학생들 교실에 가지 말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동아리 외부활동도 제약을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단원고를 혁신학교로 발전시킨다고 들었는데, 제가 현재 경험하고 있는 학교는 전혀 개방적이지도 않고 유연하지 않으며 학생들의 생각을 존중하지도 않는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교육은 체험과 경험을 통해 가르치는 것이 가장 설득력이 있고 이해를 증진시킨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조건 안된다는 식의, 우물 안 개구리식의 교육은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데 방해가 될 뿐입니다.

  

저는 대한민국 청소년으로서 학교에 요청합니다. 학교운영의 안정만을 추구하지 말고 학생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정을 펼치고, 학생이 원하는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개방해 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단원고에 요청합니다. 세월호 사고로 숨진 262명의 교사와 학생들은 고귀한 희생을 하였습니다. 이 참사를 통해 그나마 썩어빠진 우리 사회구조를 표면화시켰고, 사회곳곳에 자리 잡은 물질 만능의 병폐를 꼬집어 주었고, 그리고 관피아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부정부패한 일부 공직사회와 정치권의 단면을 보여주었습니다.

  

그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닌척 숨기고 감추고 덮으려고 하는 것이 부끄러워 할 일이라고 봅니다. 4.16참사는 단원고 미래에 길이길이 남아야할 역사적인 사건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바라보고 다루느냐에 따라 단원고의 가치와, 존재 이유가 달라질 것입니다. 제발 언니 오빠들이 남긴 사명이 무엇인지를 똑바로 생각하고 그 가치를 높여줄 수 있는 당당한 학교로 거듭나게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저희들은 죄인이 아닙니다. 제가 오빠를 기억하고 잊지 않기 위해 단원고등학교에 진학을 원했듯이 그리고 많은 학생들이 그 뜻을 기억하고 싶어하듯이 어른들도 제발 잘못된 것을 감추고 완벽을 가장하지 않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잘못을 인정하고 거듭나기를 바랍니다.

  

Ⅱ 교육청과 교육부에 바랍니다.

  

청소년의 미래가 곧 국가의 미래라고 많은 사람들이 말합니다. 하지만 정작 학생들을 위한, 학생들이 참여한 정책이나 계획은 과연 무엇이 있나요? 세월호 참사 이후, 단원고를 혁신학교로 만든다고 하였으면서, 정년을 남겨둔 무사안일퇴직을 원하는 교장선생님을 배치하여 전혀 혁신적이지도 못하고, 학생들에게도 세월호 참사의 진정한 의미는커녕 그 사건의 진실을 회피하려고, 학교가 먼저 잊기를 바라는 듯한 행정이 펼쳐지고 있음에도 제대로 된 감독이나 관리는 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생존하여 돌아온 언니 오빠들은 학교 측의 독선적인 대처에 오히려 더 상처 받고 어른들끼리 말을 만들고 하는 통에 그 억울하고 아픈 맘을 제대로 나누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과연 안산 단원고만의 문제일까요? 제도권교육을 받고 자란 어른들이 만든 감옥 속에서 우리는 제대로 자유롭게 생각하고 자유롭게 말하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지만 말고, 하나를 만들어도 제대로 시행은 되고 있는지, 그리고 그 수요자인 학생들의 만족도는 어느 정도인지 세심하게 관리를 해주시고, 잘못된 것은 과감히 교체하고 고쳐주시기 바랍니다.

  

세월호 참사가 해결이 되었습니까? 1주기가 되어가니 여기저기서 추모의 물결만 일고 있습니다. 적어도 세월호참사는... 추모만 할 것이 아니라 우리는 이 참사를 어떤 시각으로 바라봐야하며 이 참사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국민의 자격, 대한민국 청소년의 자격으로 어떻게 참여해야 할지를 방향제시하는 것 또한 교육부나 교육청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학생이 숨져간 세월호 참사를 그냥 덮는 것은 앞으로 또 다시 이어질 재앙을 기다리는 것과 다름이 없기 때문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라고 하더라도, 이재정 교육감님과 박상근 행정실장님이 기조발제한 것처럼 그동안 소홀했던 학생안전, 학교안전, 교육안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할 것입니다. 말로만이 아닌, 일회성이 아닌, 피부에 와 닿는, 정말 실효성 있는 안전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교육청이나 교육부는 우리 청소년들이 대한민국의 청소년으로 하루하루 고통스럽게 참고 견뎌나가는 것이 아닌, 많은 교육선진국처럼 자랑스럽게 즐겁고 행복하게 나를 표현할 수 있도록, 좋은 정책과 대안으로 그 밑바탕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Ⅲ 정부와 국회에 바랍니다.

  

저는 어느 날 갑자기 오빠를 잃었습니다. 구조를 안하는 것이 아니라 구조를 막는 해경을 보았고, 그 긴 시간동안 진도체육관에서는 "한사람도 남김없이 구조 하겠다“, ”구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라는 해수부와 안행부의 브리핑을 우리는 듣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말에 우리 엄마와 아빠는 기도만 삼일 내내 하고 있었습니다. 정부가 구조를 해줄 것이라고... 그러나 그것은 모두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래서 부모님들은 궁금해 합니다. 국민들은 궁금해 합니다. 진실이 무엇인지를... 그런데 대통령도 그 아픈 국민들을 만나주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자기들 편의대로 세월호를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희엄마를 비롯한 60여명의 부모님들이 삭발까지 하며 묻습니다. 왜 우리 아들딸들이 죽어야만 했는지를...

  

이제는 달라져야합니다. 더 이상의 희생은 없어야 합니다. 정부와 국회에 바랍니다. 세월호를 온전히 인양해서 진실을 꼭 밝혀주세요. 그리고 아픈 국민들, 슬픈 국민들을 위로해 주세요. 그것으로 상처받은 생존학생들과 그 가족, 그리고 그것으로 슬픔에서 헤어나지 못한 국민들과 우리 부모님들이 분노하지 않게끔 당당히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 “대한민국이 발전하고 행복한 국민이 사는 나라”가 우리 부모님이나 정부가 바라는 공통적인 바람이 아닌가요? 그런데 왜 아무것도 모르고 국민을 지키려고 군대에 간 어린 의경들과 여경들이 대통령을 만나겠다고 간 청운동에서, 해수부장관을 만나러간 해수부 앞에서, 그리고 새누리당에 서한을 전달하러간 새누리당 앞에서 막고 있는건가요? 왜 어른들이 젊은 청년을 앞세워서 싸우려 하는지요? 그냥 잘못이 있으면 솔직히 말하고 책임지면 되는 것을 그토록 우리 부모님들을 아프고 힘들게 하나요?

  

정부는 국회는 국민을 사랑해야 합니다. 이 고통을 극복하고 희생자를 위로할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제대로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야 저 같은 청소년이 아니 이 땅의 수많은 청소년들이 대한민국의 청소년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입니다. 국민들이 여전히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보고 있는 세월호 참사 수습작업... 참사원인을 밝히지 못하면 분명히 또 다른 참사 앞에 우리는 있을 것입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부디 안전한 대한민국,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하나만 덧붙이면, 우리 학생들도 투표할 수 있도록 해 주세요. 대부분의 전진국의 투표연령이 18세라고 들었고, 현재 16세로 낮추는 게 세계적 추세라고 합니다. 투표연령을 18세로 낮춰주시면, 교육감, 국회의원, 대통령 등 선출직들이 학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는 학생의 정당 활동은 고사하고, 투표연령조차 OECD국가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만19세를 고집하는 정치후진국이라고 들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재작년 2월 26일 국회의장에게 “공직선거법을 비롯해 주민투표법, 지방자치법, 교육자치법 등에 규정된 선거권 연령의 하향을 검토하고 정당법의 가입권도 낮추는 것을 검토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는데, 왜 국회는 인하하지 않고 있을까요? 하루 속히 투표연령을 선진국 수준으로 낮춰야 할 것입니다. 우리 학생들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그러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투표권이 없다는 이유로 국민대접, 사람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생들도 당당히 사람대접, 국민대접 받을 수 있도록 속히 법 개정을 해주시기 바랍니다. 할 수 있다면 교육감 투표연령을 더 낮게 하면 좋겠습니다. 우리나라 정책입안자들은 말로만 세계화, 국제화, 선진화를 부르짖을 것이 아니라, 이렇게 뒤떨어진 부분부터 하나씩 개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어떤 단체든 기관이든 그곳의 장은 그곳에 소속된 수요자가 뽑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육감은 그래도 고등학생정도면 충분히 생각할 수 있고 판단할 수 있기에 우리가 이용하고 그 안에서 생활해야할 정책, 우리가 뽑은 사람 밑에서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모든 교육계 어른들께 부탁드립니다. 교육을 가르치는 사람이나 교육을 받는 사람이나 마음이 통하고 그것이 느껴져야 공부도 즐겁고 학교도 즐겁습니다. 틀에 짜여진 일정대로 틀에 짜여진 한계에 맞춰 교육을 하기 보다는 아이들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학교가 또래가 있고 사랑하는 선후배가 만들어지는 또 다른 관계가 형성되는 곳으로 학교분위기를 개선해 주시기 바랍니다.

  

끝까지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15년 4월 10일

단원고등학교 1학년  김 예 원 (단원고 2학년 4반 7번 故 김동혁의 여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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