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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독을 차고

항일저항 시인 김영랑

서울의소리 | 기사입력 2016/02/19 [21:01]

[詩] 독을 차고

항일저항 시인 김영랑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2/19 [21:01]

 

 

<독을 차고>

                                  김영랑

 

 

내 가슴에 독(毒)을 찬 지 오래로다.

 

아직 아무도 해(害)한 일 없는 새로 뽑은 독

 

벗은 그 무서운 독 그만 흩어 버리라 한다.


나는 그 독이 선뜻 벗도 해할지 모른다 위협하고

 

 

 

독 안 차고 살아도 머지 않아 너 나 마주 가 버리면

 

억만 세대가 그 뒤로 잠자코 흘러가고

 

나중에 땅덩이 모지라져 모래알이 될 것임을

 

'허무한듸!' 독은 차서 무엇하느냐고?

 

 

 

아!  내 세상에 태어났음을 원망 않고 보낸

 

어느 하루가 있었던가. '허무한디!',

 

허나 앞뒤로 덤비는 이리 승냥이 바야흐로 내 마음을 노리매

 

내 산 채 짐승의 밥이 되어 찢기우고

 

할퀴우라 내맡긴 신세임을

 

 

 

나는 독을 차고 선선히 가리라.

 

막음 날 내 외로운 혼(魂) 건지기 위하여.

 

 

     

     항일저항 시인 김영랑

<김영랑 시인의 '독을 차고' 이해와 감상>

 

김영랑 의 '독을 차고'는 일제 말기(1939)에 발표된 것으로, 이 시인의 역사의식이 뚜렷하게 드러난 작품이다. 영랑은 초기시에서 순수, 유미의 시작 태도를 곱고 여린 순수 서정을 잘 다듬어진 언어로 노래하였다.

 

즉, 그는 순수한 서정과 미를 추구함으로써 갈등의 세계를 배제하려 했다.

 

그런데, 이 작품에 나타난 그의 새로운 변모는 그의 시 속에 식민지의 상황이 받아들여진 자취가 단적으로 표출되어 있음을 말해 준다.  

 

김영랑 의 '독을 차고'는 독으로써 세계와 대결하겠다는 서정적 자아의 자세나 극한 상황을 설정한 것은 이 작품을 일제 말기 삶의 고통을 표현한 알레고리로 보게 한다.

 

여기서 '독'이란 그의 마음속에서 결정한 식민지 현실에 대한 대결 의지 또는 죽음의 각오와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다. 3연의 '이리, 승냥이'는 일제의 간악한 모습을 상징한다. 이 시인은 식민지 현실에 대한 대결의 무기이자 자아의 순결함을 지키는 갑옷을 독으로 표현한 것이다.

 

김영랑이 일제 말 창씨개명을 끝내 하지 않았다는 전기적 사실을 감안한다면 그의 삶의 의지가 시로 형상화되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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