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연합 관제 데모 드러난 지원금...'빙산의 일각'

탈북자 단체들, 드러난 전경련 등 5억여원은 전체 지출규모에 비춰봤을 때 ‘새발의 피’

서울의소리 | 입력 : 2016/05/22 [15:21]

주간경향은 21일 "탈북난민인권연합과 관련한 민원서류들을 입수했다."며 "사단법인 비전코리아의 명의로 작성된 이 문건은 탈북난민인권연합의 김용화 대표가 2012년 4월부터 그해 12월 30일까지 ‘사무실 비용을 개인 국민은행 통장으로 이체 횡령한 보고자료’를 담고 있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복잡하게 얽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태의 본질은 단순하다. 이번 사건에서 반복해서 등장하는 이름 중 김미화의 행적을 주목해서 보면 이번 사태가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 수 있다.” 탈북자단체 대표 ㄷ씨의 말이다. ©주간경향

 

주간경향 보도에 따르면 자료에는 해당 기간의 계좌이체 내역이 들어 있었다. 계좌거래 내역을 살펴보면 인건비 명의의 지출이 눈에 띈다. 과거 KBS 집회를 전후로 30만원(6월 10일), 130만원(6월 12일)의 인건비 지출이 있었다.

 

특히 집중적으로 인건비 지출이 이뤄진 것은 그해 7월 8일이다. 적게는 10만원에서부터 많게는 90만원까지 이날 하루에 지출된 인건비는 모두 549만4000원이다. 인건비의 지급처는 하나, 농협, 우체국, 신한 등 제각각이다. 이 돈은 어떻게 마련되었을까. 거래내역을 보면 익숙한 이름들이 눈에 띈다.

 

6월 13일 집회 3일 뒤에 추선희 명의로 100만원이 입금된다. 6월 19일, 다시 추선희 명의로 200만원이 입금된다. 7월 8일 인건비 지출을 앞두고는 또 다른 이름이 나온다. 박찬성 명의로 7월 2일과 7일 각각 300만원이 입금된다. 이밖에도 주요 인건비 지출을 전후로 250만원, 300만원씩 입금한 주모·안모씨의 이름도 눈에 띈다.

 

애당초 이 문건을 작성한 이유는 개인횡령 부분을 밝히기 위한 것이었다. 내지에는 작성자 이름이 밝혀져 있다. 김미화 사단법인 비전코리아 대표. 문건에 첨부돼 있는 횡령일지를 통해 그는 “어버이연합 지원금 연 3000만원 이상, 남북하나재단 지원금, 개인후원금 등 도합 5억원을 김용화 대표가 횡령했다”며 “현재 경찰이 수사 중”이라고 주장했다.

 

드러난 전경련 등 5억여원은 전체 지출규모에 비춰봤을 때 ‘새발의 피’

 

“지금까지 드러난 돈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기자를 만난 한창권 탈북인단체총연합회 상임대표의 말이다. 그는 이렇게 덧붙였다.

 

“생각해보라. 임대료를 포함해서 어버이연합 사무실 운영비만 월 3000만원이 넘는다. 2014년 기준으로 어버이연합 직원이 12명이었다. 그 사람들에게 월 100만원씩만 지급된다고 하더라도 1200만원이다. 여기에 노인들 급식 밥값만 월 500만원씩 들어간다. 시도 때도 없이 집회를 갔을 뿐 아니라 몇백명씩 제주도도 가고 안보강연이라고 놀러가기도 했다.

 

그 돈이 과연 어디서 나왔겠는가. 어버이연합 해명대로 노인들 폐지수집하고 한 달에 200만~300만원씩 회비를 거둬서 충당이 가능한 액수로 보이나.” 그는 이번에 드러난 전경련 등 5억여원은 전체 지출규모에 비춰봤을 때 ‘새발의 피’에 불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엄명철 대표 폭행사건도 결국은 자신을 비롯한 탈북자단체를 최종적으로 겨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북인총연합회 등이 통일부 산하 ‘남북하나재단’의 방만한 경영 문제를 지적하며 정옥임 당시 이사장을 비판하자 어버이연합 등이 거칠게 공격해 들어오기 시작했다.

 

당시 어버이연합 등은 내 얼굴 등이 들어간 전단지를 제작해 뿌리고 우리 단체가 기자회견을 하면 옆에서 방해하는 시도를 하기도 했다.” 당시 보도 등을 보면 한 대표의 주장은 확인된다. 10월 19일 서울역 광장에서 탈북자단체총연합회가 연 집회 현장에 앞서 폭행사건에 등장하는 윤 단장과 추선희 등 어버이연합 관계자들이 난입, 경찰을 사이에 두고 충돌했었다. 결국 재판까지 간 폭행은 이날 충돌이 있기 약 일주일 전에 벌어진 사건이다.

 

ㄷ씨는 이번 게이트가 불거지게 된 것이 “어버이연합이 권력기관을 등에 업고 이른바 남북보수대연합을 만들겠다며 기존의 탈북단체들을 공격한 데서 시작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탈북단체와 전혀 관계가 없던 어버이연합이 ‘어디선가 나온 지원금’을 무기로 탈북자들을 현혹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는 어버이연합 측이 김용화를 ‘남북보수대연합’의 대표로 세우려고 했는데, 유우성 사건 때 돈 문제로 틀어지면서 김용화 밑에 있던 김미화로 대표선수를 바꾸는 과정에서 사단이 벌어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이같은 ㄷ대표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어버이연합 내부자료에 따르면 추선희 총장과 성재영 총무, 박완석 어버이연합 부총장과 김미화 대표가 참여한 카톡 대화 갈무리다. ‘탈북자단체에 대한 감사청구서’ 제출을 둘러싼 논의 내용이다.

 

주간경향이 입수한 어버이연합 내부 관계자들의 카톡 대화 및 탈북자단체들 사이의 공방을 다루고 있는 서류들.  ©주간경향

 

박완석 부총장은 대화에서 “감사 맛을 좀 봐야… 한국 사회가 어떤 사회인지 알 듯”이라며 “감사청구 넣어놓고 빨리 수사하라고 압력 넣으면 진행이 빠를 듯”이라고 말한다. 오가는 대화내용을 보면 김미화 대표에게 총무님이라는 직함으로 부르는 것으로 봐서 아직 어버이연합 쪽에 본격적으로 합류하지 않았을 때로 보인다.

 

추선희 총장은 “내가 돈 때문에 이 일을 하는 줄 아느냐”며 자신이 탈북자 문제에 뛰어든 계기가 북측이 자신의 어머니를 피살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다. 추 총장은 이 대화에서 “어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국정원, 기무사, 경찰이 다 범인을 잡으려고 움직였고, 원장님(국정원)이 반드시 범인을 잡아주겠다고 연락이 왔었다”고 말하고 있다.

 

캡처된 대화의 말미에서 어버이연합의 총무가 “탈북자를 만나기 위해 일찍 퇴근하겠다”고 밝히자 추 총장은 “경비 걱정하지 말고 팍팍 쓰고 청구하라”는 발언을 하기도 한다.

 

탈북난민인권연합 계좌내역과 관련, 김용화 대표는 주간경향과 통화에서 “사실상 나는 2014년부터 바지회장에 가까웠고 돈 거래와 관련된 모든 일은 총무를 맡았던 김미화씨가 담당했다”며 “우리 단체가 탈북자를 구출하고 국내 정착을 목적으로 하고 있는데, 탈북자단체들을 총정리해서 어버이연합 밑으로 들어가자는 것에 내가 어떻게 동의할 수 있었겠느냐”고 말했다.

 

문제는 논란이 계속되는데도 강 건너 불처럼 마냥 손 놓고 있는 검찰이다. 어버이연합 의혹 사건은 형사1부에 배당되었다. 하지만 경실련의 고발 시점(4월 21일)부터 세더라도 벌써 한 달째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5월 1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한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야당의 질타에 “검찰로부터 본격적으로 수사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시점은 밝히지 않았다.

 

이날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검찰이 수사를 방관하고 증거 인멸과 말 맞추기 시간을 벌어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20대 국회 원 구성이 완료되는 대로 야권이 공조해 어버이연합게이트 의혹 진상규명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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